중국이 오랜 저유가 시기에 확보한 전략비축유를 바탕으로 석유 품질기준을 끌어올려 한국은 물론 세계시장으로 수출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국내 석유업계는 위기가 될지 혹은 새로운 기회가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저유가로 전략비축유 확보, 수출 증가세

중국의 2015년 원유 수입량은 3억3549만 톤으로 전년대비 8.8% 증가했다. 원유수입량이 증가한 원인은 중국 정부의 원유수입 라이선스 확대로 민영 정유기업의 수입원유 정제량이 증가하고, 이와 함께 상업비축유와 전력비축유 규모 확대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2년 넘게 이어진 국제유가 하락이 중국이 원유비축량을 확대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2015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54달러 선을 밑돌면서 중국의 전략비축유 확보에 좋은 기회가 됐다. 2015년 중국 수입원유의 평균 도입단가(CIF)는 전년대비 46% 하락한 배럴당 54.33달러였다. 증가한 원유 순수입량은 약 2490만 톤이며 그중 약 900만 톤의 수입원유는 상업비축유와 전략적 비축유 확보에 이용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경제성장 둔화와 디젤유 수요 증가세 둔화의 영향으로 2015년 정유부문에서 생산 과잉이 발생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유기업들의 석유제품 수출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2015년 전체 석유제품 수출량은 전년대비 22.4% 증가한 3760만 톤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5년 중국의 정제능력은 1410만9000배럴로 세계 정제능력의 14.7% 수준이다. 참고로 한국의 정제능력은 311만배럴이다.

 

품질 강화 및 설비 증설에 따른 수출경쟁력 제고로 한국 업계와 경쟁 예상

여기에 석유 품질 강화로 수출 확대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중국은 올해 말까지 전국의 휘발유와 경유의 품질기준을 한국과 유사한 Level Ⅴ(황 10ppm)로 상향할 계획이다. 현재 중국의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황 함유량 규제 기준이 50ppm 이하이지만 내년 1월부터는 10ppm으로 낮아지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휘발유의 경우 황 함유량 기준을 2009년 150ppm 이하에서 2013년 50ppm 이하로, 경유는 2010년 350ppm 이하에서 2014년 50ppm 이하로 점차 강화해왔다. 중국 국영 석유사들은 이에 맞춰 품질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시설 투자에 힘써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앞으로 중국이 그동안 쌓아둔 비축유를 바탕으로 정제설비 확충에 나서며 순수출국가로 전환할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의 정제능력은 2020년 1684만 배럴로 확대될 전망인 반면 예상 석유수요는 1300만 배럴로 공급과잉분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으로 수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상대국에서 수출경쟁국으로 변화

물론 현재 석유의 품질은 한국이 훨씬 우수하며 중국산 석유는 환경성이 낮아 해외 수출 비중이 높지 않다. 다만 품질기준이 한국과 같아지는 내년부터는 중국산 제품의 수출 확대 및 한국 내수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중국 상대 석유제품 수출량과 액수는 2011년부터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즉 중국은 과거 우리 석유제품의 주요 수출 대상국이었으나 이제는 우리 내수시장 진입은 물론 세계 수출에서도 경쟁해야 하는 상대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내년부터 중국산 석유의 내수 시장 진입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품질규격이 동등해짐에 따라 우리나라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중국이 한국이 아닌 휘발유 경유를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하는 동남아 등지의 국가로의 수출을 확대할 것으로 보이나, 추후 한국, 유럽, 미국과 동등한 품질규격을 갖추고 가격경쟁력도 향상된다면 한국시장에도 진출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틈새시장 발생할 수도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우리나라가 중국에 수출하기가 어려워 질 수도 있지만 그 와중에 틈새시장이 생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이 품질규격은 높여놨지만 그 규격에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기술력은 가능하지만 비용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좋은 제품을 생산 못하면 덜 떨어진 제품은 동남아 등지로 팔고 자국에서 사용할 제품은 품질 좋은 우리나라 제품을 수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한 국내석유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아직 구체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사항은 없으며 상황을 두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중국 발 석유시장의 변동이 실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