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지도. 출처=구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국정감사가 흐지부지되고 있다. 첫 국정감사가 열릴 예정이었던 지난 26일에는 새누리당의 신상진 의원을 비롯해 여당 의원들이 불참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지리정보 해외 반출,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의 현안으로 갈 길이 멀었는데, 여당의 '보이콧'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27일도 마찬가지다.

특히 미방위 국정감사가 파행됨에 따라 가장 크게 다뤄질 예정이었던 ‘구글 지도’ 논의도 무기한 보류된 상황이다. 국정감사 파행 이외에 또 다른 복병도 있다. 미방위 증인으로 채택된 임재현 구글코리아 정책총괄이 해외출장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국정감사에 참석하기 위해 출장 일정을 바꿨다가 다시 강행한 임 정책총괄의 출장은 국정감사가 파행되기 전 이미 내려진 결정이라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국정감사 파행과는 별개로 구글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초 여야 의원들은 임 정책총괄에게 청치, 외교 문제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구글의 지도 반출 논란, 조세회피 의혹, 국내 사업자들과의 역차별, 개인정보 보호 정책, 모바일 플랫폼 독점 관련 부분 등에 대해 질문 할 계획이었다. 국토교통부는 구글 지도 반출 사안을 11월에 결정하기로 미룬 바 있다. 현재 구글 지도 문제는 결과물이 없고, 서로의 감정만 확인한 상태다.

국회 국토교통회위원회 소속의 국민의당 최경환 의원은 세종청사에서 26일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서에서 한국 지도 국외반출과 관련해 "보안상 지도가 반출될 경우 북한에 정말 큰 타격 지점을 노출시킬 수 있다"라며 "국내 공간 정보산업계에서 지도 반출에 대해 반대하고 있지만, 국토부 등의 협의체에서 '유보'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최 의원은 "구글이 원하는 5000분의 1 디지털 지도와 지구 전역 위성사진을 담은 구글 어스 3차원 영상지도를 겹쳐 사용하면 지도상의 좌표가 정확해진다"라며 "이 경우 북한의 포사격 등 정밀 타격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 의원은 전 서정헌 한미연합사 지형분석실장의 분석을 언급하기도 했다. 서정헌 전 실장은 과거 "구글 위성 영상지도와 우리 정부의 정밀 지도 데이터를 결합한 지도를 제작하게 되면 지도상 오차가 15cm에 불과한 초고정밀 지도가 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그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국내 매출액이 3조 원이 넘는데 구글은 한국에 서버를 두고 있지 않아 법인세를 내지 않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이어 "구글이 한국 내 서버 설치를 거부하는 목적이 조세회피에 있는 게 아니냐"라고 설명했다.

최 의원은 "한국 정부가 구글의 보안시설에 대해 보안 처리를 비롯해 동해와 독도 지명의 올바른 표기를 반영해 주기를 요구했으나 구글은 '불가 입장'을 밝혔다"라며 "한국 정부의 최소한의 의견조차 무시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지난 8월 말, 국내 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에서 정부와 구글은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하고 오는 11월 23일로 허용 여부 결정을 미룬 바 있다.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건은 9년간 곪아온 문제다. 구글은 클라우드 시스템 상 지도 데이터가 국외 서버에 분산되어 저장되기 때문에 반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반면 정부는 ‘국가 안보’와 ‘세금 추징’을 근거로 국내 상세 지도 해외 반출을 반대하고 있다.

구글과의 신뢰도도 지속적으로 문제시 되어 왔다. 지난 8월 초 구글과 국내 지도 업계 관계자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참여한 ‘공간 정보 국외 반출이 공간 정보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토론회에서 구글의 권범준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는 ‘구글이 스트리트뷰를 무단으로 수집한다’라는 주장에 대해 “구글이 심각성을 인지하고 먼저 공개했고 개인정보를 실수로 수집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권 매니저의 발언에 대해 구글이 2012년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출한 자료에 등장한 ‘의도적으로 정보 수집’울 했다는 내용과 대비되며 권 매니저의 주장이 거짓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한편 대만 정부가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구글 지도에 나오는 대만 지도를 모자이크해줄 것을 요청한 건에 대해 구글이 "대만 정부와 협의할 의향이 있다"라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지도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면 반출을 허락하겠다고"한 것에 대해 "글로벌 기준과 다르다"며 강경하게 반대해온 그간 구글의 행보와 반대되기에 논란이 일고 있다.

천중지 대만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2일(현지시간) "군사기밀과 보안상 이유로 타이핑다오의 위성사진 이미지의 모자이크 처리를 위해 구글과 접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타이핑다오는 대만이 중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들과 영유권 논란이 있는 지역이다. 이 지역은 구글 지도를 통해 대만이 군사기지를 구축하고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 주변 국가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고 있는 곳이다.

이에 대만 정부는 "안보상의 이유로 모자이크 처리가 필요하다"라고 구글에 해당 지역을 가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이런 대만 측의 요구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다고 밝히고, 협의 의향을 내비친 상태다. 이런 구글의 태도는 한국 정부에게 지도 반출을 요구하며 유지했던 태도와 전혀 달라 반감을 일으키고 있다. 구글 지도는 국정감사가 파행됨에 따라 같이 길을 잃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