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호르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요즘은 당뇨, 갑상선 질환, 골다공증, 여성 갱년기와 남성형 탈모와 같은 호르몬 관련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만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치료를 받아야 하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호르몬 이상과 관련된 증상을 겪고 있는 듯하다. 비단 질병의 문제뿐 아니라 최근에는 회춘의 비밀, 항노화의 비기로서 호르몬 치료를 접하고 있다는 사람들도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최근 국내 성장호르몬 제재의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고 있으며, TV에서는 의학 정보 프로그램을 통해 호르몬 관련 내용을 앞다투어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호르몬이라는 것은 아직도 너무 막연하고 두렵기까지 하다. 뭔가 강력한 극약 같은 것이라 생각되지만 특별히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없고, 온전히 배우기에는 호르몬의 종류도 너무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익히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호르몬이란 우리 몸의 한 부분에서 분비되어 혈액을 타고 표적기관으로 이동하는 일종의 화학물질을 일컫는다. 표적 기관에 도착한 호르몬은 세포 외부 혹은 내부에 위치하는 수용체와 결합하여 고유의 작용을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음식을 먹고 나면 위와 장에서 소화가 이뤄지며 혈당이 상승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 몸은 혈당 수치를 조절하기 위해서 췌장이라는 곳에서 인슐린 호르몬을 분비하게 된다. 인슐린은 혈액을 타고 우리 몸 속을 돌아다니다가 근육, 지방, 간 등과 같은 표적 기관에 작용하여 혈당을 정상화하려는 기전을 시작하게 된다. 또한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성장 호르몬은 성장기 아이들의 뼈에 있는 성장판에 작용하여 키가 클 수 있게 해준다. 이와 같이 호르몬은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신체의 성장과 발달, 대사 및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진료실에서 호르몬 치료라고 하면 아직도 많은 이들이 무서워하고 걱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호르몬 치료는 효과가 드라마틱하고 질병과 건강에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누명을 쓰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호르몬이 이와 같은 누명을 쓰게 된 것은 몇몇의 역사적 사건들과 관련이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이 여성 갱년기 호르몬 치료일 것이다. 필자가 의과대학 학생 시절에는 여성 갱년기 호르몬 치료는 폐경된 여성에게 삶의 활력을 되찾게 해주고, 골다공증과 유방암 예방, 각종 폐경기 질환을 떨쳐버릴 수 있는 혁신적 치료 방법이었다. 하지만 2002년 미국국립보건원(NIH)이 W.H.I.(Women’s Health Initiative) 연구를 기반으로 이러한 치료가 오히려 심근경색, 뇌졸중, 유방암, 혈전증의 위험도를 증가시킨다고 발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서둘러 갱년기 호르몬 치료를 주의해야 한다는 뉴스 보도가 이어지면서 많은 여성들을 불안하게 했다. 또한 얼마 전 있었던 박태환 선수의 약물 도핑 사건과 같이 운동선수의 호르몬 사용이 문제가 된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보도를 통해 전파되면서 호르몬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조금 더 주의 깊게 들여다 보면 W.H.I 연구는 후속 연구들을 통해 임상 시험 대상에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또한 운동선수의 도핑 사건들은 치료 목적의 호르몬 사용이 아닌 불법적 약물 남용 사건일 뿐 정상적인 치료의 영역이 아니다.

현대인들에게 호르몬 문제는 이젠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건강 요소가 되고 있다. 만성 피로, 인공 빛(조명)에 의한 수면 호르몬의 분비 장애, 수많은 화학 약품 첨가제에 의한 갑상선 기능 저하, 환경 호르몬에 의한 성조숙증에 이르기까지 현대인들은 한 가지 이상의 호르몬 문제를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흐트러진 호르몬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건강과 활력의 비밀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호르몬 불균형과 비만과의 연관성이 밝혀짐으로써 비만 치료 분야에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호르몬은 신체의 성장과 발달, 대사 및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이를 모르고서는 건강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이다.

아무리 어렵다고 하더라도 천천히 하나하나 풀어가다 보면 실타래는 풀리는 법이다. 생활하다 보면 몸이 불편하거나 이상한데 병원을 찾아가면 정상이고 문제없다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신체 이상의 근간에는 몸 속 호르몬이 문제가 되었거나 적응 과정에 문제가 생긴 경우가 많다. 앞으로 본 칼럼을 통해 성장호르몬, 남성 호르몬, 여성 호르몬, 갑상선 호르몬, 수면 호르몬, 부신 호르몬과 같은 건강과 활력을 되찾기 위한 호르몬 이야기를 가능하면 쉽고 재미있게 풀어가 보고자 한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건강도 한 가지만 열심히 한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건강의 핵심인 음식, 생활 습관, 운동에 대한 통합적 접근을 통해 독자들의 삶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