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당시 ‘창조경제’의 실현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 결과 창조경제의 랜드 마크인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 과제로 ‘창조경제 구현’을 제시했다.

같은 해 9월 17개 시·도별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기업 전담지원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한 정부 측에서 일방적으로 지역별 지원 담당 기업을 확정했다. 박 대통령은 17개 청조경제혁신센터의 개소식 모두 참여하며 박근혜 정부의 핵심 사업임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소속 안정상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이 최근 '창조경제혁신센터 종합평가보고서'를 발표했다. 안 의원은 전 세계가 추구하고 있는 정보통신 및 IT융합기술에 의한 융합형 정보 통신사업의 활성화 흐름을 포장했다고 설명했다. 창조경제가 기업 활동 현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려운 전시용 정책이자, 대통령의 치적 홍보용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전국 17개 센터를 중심으로 모든 경제가 활성화될 것처럼 얘기하고 있으나 실제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현재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기업이 나누어 전담하고 있다. 애초에 지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 구축은 지역 상공회의소, 테크노파크 등 지역 내 유사·유휴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센터 설립과 일반 운영, 프로그램, 정책지원 등에 관한 예산은 지자체와 경제단체, 중앙정부가 매칭펀드 방식으로 충당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대기업이 관리 운영하고 있으며, 인건비 등 운영비 대다수는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상태다. 청와대는 개소식 행사나 내용 구성을 주도했다. 각 센터별 주요 역점 사업계획 등을 담고 있는 개소식 보도 자료에서 총 17곳 중 14곳에 대한 자료를 미래창조과학부가 아닌 청와대에서 직접 준비하여 발표한 바 있다.

▲ 출처=창조경제혁신센터

창조경제혁신센터 구축 과정에서 대기업들이 강제로 동원된 것이라는 내용도 있다. 2014년 1월 미래부가 순차적으로 17개 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 구축을 완료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투입되는 예산이 크고 빠른 구축이 어려워지자, 대기업의 지원을 끌어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2014년 9월 2일 직접 나서 기업들에게 예산 부담을 하도록 할당한 바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대기업들에게 1:1 전담 방식으로 맡겨두는 걸 ‘관치 정치’라고 볼 수도 있다. 관치란 국가 기관이 직접 맡아 정책을 펼치는 것을 말한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15개의 대기업이 전담하고 있는데 기부금 현황을 살펴보면 2015년~2016년 6월 말 현재 기업들이 적게는 3100만 원(전남)부터 많게는 121억 원(광주)을 지원하고 있다. 센터를 통한 기부금 처리가 이 정도이고 이 외에 전담기업이 미공개하고 있는 자체 지원 프로그램의 비용을 합치면 훨씬 크다.

정부의 핵심 정책이라는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채용 현황을 보면 비정규직이 절반 가까이 된다. 전 국 센터에 채용된 총 234명의 직원 중 정규직은 126명(53.8%)인고, 비정규직은 108명(46.2%)으로 나타났다. 센터에 다라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더 많은 곳도 있다. 현재 전남센터는 정규직 1명에 비정규직 9명이고, 경기센터는 정규직 6명에 비정규직 10명, 서울센터에는 정규직 5명에 비정규직 9명이다. 강원센터에는 정규직은 아예 없고 비정규직만 13명이다.

비정규직이 다수를 차지하는 창조경신센터에서 센터장 연봉과 업무추진비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대구센터장 같은 경우 연봉이 1억 1400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으며, 업무추진비는 각 센터별로 300만 원(울산)에서 2400만 원(충북)으로 정해져 있다. 또한 ‘센터장의 업무추진비’라는 항목을 두고 전체 업무추진비를 센터장이 필요에 따라 쓸 수 있도록 명시해 뒀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시정연설을 통해 2015년도 신설 법인 수가 9만 개를 돌파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모든 사업자들이 제출한 사업자 등록증 수를 단순히 합산한 것으로 보인다. 2조 원 대를 넘어섰다는 벤처투자 규모도 정확하지 않다. 미래부의 자료에 따르면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는 투자펀드로 7614.3억 원, 융자 펀드로 5,650억 원, 보증펀드로 4120원 총 1조 7384.3억 원을 조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결과를 보면 대통령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9만 개의 신설 법인이 생겼고, 2조 원대 이상의 벤처투자가 이루어졌다는 주장은 단순한 합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잘 돌아가고 있을까? 빛 좋은 개살구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우선 펀드 조성 금액이 목표치에 미달한 경우가 많다. 인천 센터의 경우 목표액 650억 원 중 255억 원만 모금됐으며, 전북센터는 405억 원 중 305억 원 모금에 성공했다. 또한 부산센터는 투자펀드는 조성 목표액이 520억 원이었지만 실제 조성된 금액은 242억 8000만 원에 그쳤다. 보증펀드로 1000억 원을 조성하기로 했으나 실제 전혀 펀드 조성이 되지 않은 상태다.

펀드는 어떻게 운용되고 있을까? 그간 펀드 집행 현황은 미래부 담당 공무원과 창조경제혁신센터 각 담당자 외에는 모르는 극비사항이었다. 실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안정상 위원은 최근 입수한 민관합통 창조경제 추진단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주간 운영현황’을 통해 조성된 펀드의 실제 운용 사항을 공개했다. 조성 펀드 중 실제로 펀드 운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투자펀드 ‘27.4%’, 융자 펀드 ‘21.2%’, 보증펀드 ‘19.5%’에 불과했다.

▲ 출처=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이 외에도 여러 논란의 중심에 있다. 우선 1000여 개의 창업 지원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 대통령은 지난 8월 26일 제2회 창조경제혁신센터 페스티벌에서는 청와대와 미래부가 올해 8월 12일까지 1175개의 창업기업과 1664개의 중소기업을 집중 지원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1000여 개의 창업기업이 단순히 몇 차례 센터를 방문해 상담을 받거나, 멘토링, 공모전, 교육‧강연, 투자설명회 등에 참여한 것도 창업지원으로 포함해 통계를 냈다는 것이다.

신규 고용 창출 현황도 확인되지 않았다. 청와대와 미래부는 약 2850억 원의 투자유치를 이끌어 냈으며, 혁신센터가 보육한 창업기업에서 약 1606억 원의 매출 증가와 1360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 듯 다양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기업이 어디서 어떻게 투자를 유치했는지, 신규 고용을 어떻게 했으며 고용 현황은 어떤지 알 수 있는 자료는 공개돼지 않고 있다.

공간 운영의 합리성도 문제다. 서울센터는 메인센터인 광화문 KT빌딩 1층의 임대료가 월 1억 1000만 원, 인큐베이팅센터인 서울 지방우정청 5층의 임대료도 월 2100만 원으로 연간 약 15억 7200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야 시간 이후 건물 전체가 폐쇄되는 곳에 소재한 센터는 창업보육 활동에 있어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어 원활한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