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의 ‘1등에 대한 의지’는 여전했다. 지난해 연말 이상철 전 부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어 차기 CEO 자리에 오른 그다. 권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의 OLED 사업과 LG화학의 2차 전지사업을 ‘글로벌 최고’로 키운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인물로 꼽힌다. ‘만년 3등’이라는 오명을 얻어왔던 LG유플러스에 변화의 물결을 불러올 것으로 예견됐다.

어느덧 그가 취임한 지 10개월이 흘렀다. 권 부회장은 지난 23일 LG유플러스 용산 본사에서 그간의 소회와 향후 ‘1등 전략’을 밝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1월 이후 기자단 앞에 오랜만에 모습을 보이는 자리인 만큼 관심이 집중됐다.

▲ 출처=LG유플러스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통신을 몰랐던 것은 사실이고 지난 10년이라는 기간의 95% 해외 쪽에 있어서 국내를 잘 못 봤죠. 과연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 3등은 어떨 것이냐, 직원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등 걱정이 많았습니다.”

권 부회장은 과거 자신이 느낀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다만 1등에 대한 의지와 자신감은 변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건방지게 말씀드리는 건지 모르겠으나 과거 10년 간 1등만 해왔기 때문에 글로벌 1등을 하고 싶어요. 우리 LG유플러스 멤버들과 하고 싶습니다.”

사실 업계 1등은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통신 시장은 점유율이 5대 3대 2 구도로 굳어진 지 오래다. 권 부회장이 LG유플러스에 온 이후에도 크게 변화가 생기진 않았다. 그럼에도 그가 1등을 위한 내실을 다지고 전략을 가다듬은 것은 사실이다. 그의 발언을 토대로 LG유플러스 미래가 담긴 8가지 1등 전략 키워드를 정리했다.

▶ IoT 1등: 권 부회장은 IoT 시장에서 1등 기회를 모색해왔다. “모바일 분야는 LG유플러스가 3등이지만, IoT 분야는 향후 1년 간 굉장한 성장이 기대됩니다. 우리 회사 홈 IoT 가입 가구가 43만 가구입니다. 경쟁사는 7만~8만 가구 정도고요. 1등의 기회가 살아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는 IoT 사업 부서를 대폭 보강했다. 연초 대비 2배로 늘렸고, 많은 인재도 확보했다고 전했다. LG전자와의 협력에도 기대감을 내비쳤다. “IoT를 보니까 하드웨어, 즉 디바이스가 중요합니다. LG전자가 좋은 디바이스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그들과 협업을 잘 할 수 있다면 확실한 1등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출처=LG유플러스

▶ B2B 1등: 그간 LG유플러스는 B2B(기업 간 거래) 영역에서 두각을 보여왔다. 권영수 부회장은 두 번째로 1등 가능성이 높은 데가 B2B 사업이라고 했다. “기업을 상대로 하는 분야도 큰 차이는 아니지만 2등을 하고 있어서 이 또한 잘하면 1등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LG데이콤이 하던 것인데, 기업이 원하는 좋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면 충분히 1등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돈 버는 빅데이터: 권 부회장은 먼저 해외 통신사의 빅데이터 활용 현황을 언급했다. “빅데이터를 가지고 우린 마케팅 등 코스트 절감으로 활용하는데, 그들은 이미 넘어서서 데이터 가지고 돈을 버는 단계까지 갔더라고요.”

이런 경험에서 그는 가능성을 봤다. “통신사는 어마어마한 빅데이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데이터를 잘 분석하고 가공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와 다른 기업의 데이터를 접목시켜 다른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겁니다.”

▶ 세계 제일 콜센터: 일종의 역발상이다. 콜센터는 통신사가 갖춘 기본 인프라인데, 여기서 미래 가치를 발견했다는 설명이다. “상담사와 콜센터가 과거에는 단순히 고객 궁금증, 불만사항 해소가 위주였다면 지금은 그분들이 실제 마케팅 활동을 합니다. 그분들은 하나의 세일즈맨으로, 역량이 중요하죠. 이 또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는 콜센터 세계화를 꿈꿨다. “세계 제일 네트워크 운영과 콜센터 운영을 하고 싶은 회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통신회사가 운영하는 것이 네트워크와 콜센터 운영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후진국 통신사들로부터 러브콜, 투자요청 기회가 많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 글로벌 비즈니스: 지금까지의 통신사는 주로 내수 사업 중심이었다. 통신사가 글로벌 사업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도전은 있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권영수 부회장은 취임 이후 전열을 재정비하며 글로벌 사업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내비쳤다.

“글로벌로 뭔가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우선 투자를 했습니다. 조직을 대폭 보강했습니다. 우리 그룹에서 내로라하는 사람을 찾아 중국전문가를 모셔왔고 일본도 일본통을 모셔왔고, M&A에 능통한 분을 모셔왔습니다.”

지난 10년간 구축한 비즈니스 인맥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적으로는 LCD와 배터리에서 만났던 고객들과 겹칩니다. 화웨이, 소프트뱅크, KDDI, 아마존 등이죠. 세상이 넓은 거 같으면서 좁더라고요.”

▶ 해외 통신사 파트너십: 이 역시 역발상이다. 그는 해외 통신사와의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커다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직감했다. “와서 보니 재미있는 것 중 하나가 해외 통신사와 우리는 절대 경쟁자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소프트뱅크가 우리나라 와서 통신사업을 할 수 없고, 하더라도 정부가 허가하지 않을 겁니다. 철저하게 경쟁자가 될 수 없는 것이 해외 통신사와의 관계죠.”

그는 해외 통신사 관계자를 만나오면서 그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할 경우 얻는 것이 무척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러 차례 중국 다녀오고 1차례 일본 갔는데 만나면 만날수록 대박이더라고요. 그들이 하고 있는 사업 중 한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이 있었습니다. 미국 회사 방문은 11월중에 계획이 돼 있습니다. 중국, 일본, 미국과 한두 개 업체와는 형제 가족과 같이 100% 공유하면서 살겠습니다.”

▲ 출처=LG유플러스

▶ 피플 퍼스트: 그는 결국엔 사람에 대한 투자가 가장 중요하다는 경영 철학을 밝혔다. “회사는 뻔합니다. 돈과 기술 다 있고 차이가 나는 것은 사람입니다. 끊임없이 사람에 대한 투자, 좋은 사람 모셔오고 기존의 사람들 교육시키고, 교육을 위해 벤치마킹하다 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인재 중시 경영 철학은 인간존중 경영으로 구현되고 있다. “LG유플러스에 와서 꼭 하고 싶은 것은 인간존중 경영입니다. 상담사 판매사들도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 수 있다면 힘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어 말했다. “글로벌 1등도 좋지만 모든 주체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의 마음에서 상상도 못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존중 경영을 반드시 실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