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있다. ‘뷰티로 세상을 이롭게 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한국을 시작으로 중국, 태국을 넘어 이제 유럽, 미국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서수진 YGP 대표 디렉터를 만났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하고 싶은 일은 소문내라”

서수진 대표는 2012년부터 중국에서 활동했다. 중국으로 나갈 수 있었던 기회를 잡은 것은 늘 입버릇처럼 “중국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입으로 항상 말하고 다녀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돈에 팔촌까지 다 알면 그 일에 관련된 기회가 올 때 그 사람을 떠올리게 돼요. 그 당시는 한국 방송 프로그램이 중국으로 들어가 론칭하는 태동기였어요. 프로그램 수출할 때 중국에서 스타일과 메이크업에 자신이 없으니 한국 스타일팀이 모두 함께 했으면 한다고 제안을 했는데요. 제가 항상 중국에서 일할 거라고 말했던 걸 기억한 방송국 사람들이 저를 추천해준 거예요. 그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었죠.”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입지를 다져둔 덕에 중국에서 ‘신의 손’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드라마, 쇼 프로그램, 예능 등 다양한 분야에 참여할 수 있었다.

국내 메이크업 시장에는 해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만한 아티스트가 많지만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K뷰티 열풍으로 해외에서 한국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많이 찾는 시점에 국내 아티스트들이 더 적극적으로 해외로 나갔으면 해요. 여자라면 국적을 불문하고 더 어려보이고 싶은 마음은 같은 것 같아요. 한국 메이크업은 피부를 더 투명하게 표현하고 색을 강하게 쓰면서도 어려 보이게 한다는 점이 차별화돼요.” 서 대표는 학생들에게도 늘 강조한다. 언어를 배우고 해외로 나가면 세계가 너의 무대가 될 것이라고. 그만큼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자신감이다.

중국을 시작으로 태국, 유럽, 미국까지 컬래버레이션 제안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서 대표는 K뷰티를 알리기 위해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경험한 각 나라의 화장법이나 화장품에 대해 국가 별 ‘뷰티로드’를 그리고 싶었다. 이에 최근에는 미국 방송사와 함께 관련 다큐멘터리를 준비 중이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깨어 있어야 한다”

서 대표는 메이크업의 장점으로 ‘변화’를 꼽았다. “감정이 있는 사람과 함께 하는 일이기에 같은 얼굴에 매일 하는 화장이라고 하더라도 할 때마다 달라요. 결국 끊임없는 노력이 있어야 하지만 지루하지 않아요. 메이크업 트렌드는 정말 빠르게 변해요. 그 변화를 주도하려면 깨어있어야 해요. 단순히 화장법만 알아서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알아야 해요. 예를 들면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는 마케팅도 정말 중요하거든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5년간 메이크업 일을 하던 서 대표는 뒤늦게 수능을 보고 대학에 입학해 정치외교학과를 전공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더 잘 알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었어요. 중국에서 더 집중해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저만의 ‘시각’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정치외교라는 분야를 공부하면서 세계의 흐름을 보는 눈을 키웠고 그게 저에게 메이크업 시장을 보는 눈을 키워준 셈이죠.”

서 대표는 전문가가 되는 것은 정말 중요하지만 하나에만 집중해서 공부를 한다고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함’을 가져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개인의 브랜딩이 정말 중요한 시기라서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늘 말해요. 당장 SNS 채널을 열라고요. 자기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지금부터 알리려고 노력하다 보면 그게 쌓여서 하나의 브랜드가 돼요. 브랜딩을 습관화해야 하는 거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열정을 다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빠른 메이크업 시장의 변화를 캐치하기 위해 서 대표는 시간이 될 때마다 새벽에 일어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고 좋은 구절이나 책을 찾아보면서 느낀 점들을 글로 적어둬요.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아티스트가 곧 브랜드다”

최근 한류에 힘입어 중국, 동남아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에까지 한국 제품과 한국 메이크업 스타일이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서 대표는 다음 블루오션으로 아랍권을 꼽았다. “중요한 것은 브랜딩을 얼마나 잘하느냐예요. 사실 어떤 제품이 좋아서 인기를 끄는 브랜드의 경우 그 제품이 사라지면 브랜드도 같이 사라지기 마련이에요. 저는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브랜드를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콘텐츠와 아티스트의 활동을 중심으로 브랜드 파워를 가지는 거죠. 그렇게 입지가 다져지면 나중에 그 아티스트가 사라져도 브랜드는 남아요.” 서 대표는 해외에서 국내 브랜드들 사이에 덤핑 분위기가 만연한 점은 아쉽다고 꼬집었다. 결국 브랜드가 없다면 덤핑으로 인한 수출은 그리 오래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브랜드에 상관없이 한국 제품이라면 그냥 인기가 있을 정도로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중국의 시장 반응을 본 서 대표는 YGP라는 회사를 설립했고 S2J라는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었다. 오랜 시간 메이크업 일을 하면서 접해본 세계의 제품들 중 한국 화장품이 정말 좋다는 것을 느낀 것도 한몫했다. “한국 화장품 질은 세계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만큼 올라섰어요. 100년이 된 글로벌 브랜드가 국내 시장조사를 나와서 한국 제품을 보고 감탄을 하고 돌아갈 정도니까요. 한국 제품은 생산도 빨라요. 급변하는 메이크업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제품의 질까지 보장할 수 있는 건 한국뿐이라고 자신해요.” 아직까지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오랜 시간 유지된 국내 화장품 브랜드는 없다. 그녀는 그런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전 세계를 누비며 아티스트로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최종적으로 서 대표는 “뷰티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봉사활동 등을 하고 있지만 YGP라는 브랜드를 통해서도 세상을 이롭게 하고 싶다는 뜻이다. “소비를 통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어요. 소비자가 신발 한 켤레를 사면 신발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자동으로 한 켤레가 기부되는 어떤 신발 브랜드처럼요. 뷰티라는 것이 아름답다는 뜻인데 외면으로부터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가장 좋은 것은 내면의 아름다움이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화장품 사업을 통해서 뷰티에 대한 소비가 선한 행위로 이어져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도록 기업의 방향성을 잡고 있어요.”

서 대표는 “한국이 뷰티로 세계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비록 어려운 시장이지만 브랜드 파워를 키워서 세계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