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코노믹리뷰

#20대 후반 취업준비생인 김민선(가명)씨는 올 초 지하철 2·4호선인 사당역에서 10분 거리인 다가구 주택 2층에서 원룸살이를 시작했다. 역과 가깝고 대로변보다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를 장점으로 꼽았다.

#광화문 출퇴근 수요자인 이유리(가명)씨는 이대역 15분 거리에 위치한 다세대 주택으로 두달 전 이사했다. 출근시간 잠깐 걷고 버스타고 움직이기 편해서다. 

서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젊은층들이 ‘역세권 10분거리’ 월세족이 되고 있다. 역주변이나 대로변 주택들은 임대료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그보다 멀거나 외진 골목에 위치한 원룸을 선택하는 것이다.

특히 ‘역세권 10분거리’는 조용한 동네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조금만 걸어나와도 주변 상점 및 편의시설 이용이 편리하다. 다만 늦은저녁 골목길 사이에 위치한 주택가가 범죄 발생 위험이 높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신림동 D공인업소 관계자는 "역세권 10~15분거리 다세대·다가구 원룸들은 경사진 곳에 있거나 좁은 골목길에 있는 경우가 상당수"라며 "그래도 역주변 상점 등 다양한 편의, 문화시설 이용이 가능해 20~30대들이 문의가 많다"라고 말했다.

실제 20대 연기지망생인 김민철(가명)씨도 두 달 전 서울대입구역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의 다가구 주택 지하 원룸으로 이사했다. 경사진 오르막길에 자리했지만 대로변보다 임대료가 훨씬 저렴하고 지하철역과 가까워 편의 문화시설 이용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다세대·연립 월세 거래량이 가장 많은 곳은 송파구이며, 월 평균 400건 가량 거래되고 있다. 단독·다가구 거래량은 관악구가 가장 높았다. 매달 600건 이상씩 거래된다. 지난 3월에는 940건까지 거래되기도 했다.

관악구 소재 공인업소 관계자는 "결혼전 직장인이나 취업준비생, 고시생 등 젊은층들의 원룸수요가 많다”라며 “좋은집보다는 대부분 집 밖의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 이동하기 편한 곳을 최우선이라고 여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청년들은 직장으로 이동이 편한 입지의 월세를 택하거나 역주변 중심에서 10분거리에 위치한 원룸을 선택하고 있다.

청년 월세푸어, 주거선택시 교통편의 중요

목돈 마련이 어려운 청년 입장에서는 월세 선택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주택시장에서 전세가 점차 사라지고 월세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집주인의 월세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주거비가 월급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 열심히 사는데도 살림이 쪼들리게 되는 '월세푸어'들은 결국 도심에서 교통이 편리한 다가구·다세대 주택의 문을 두드린다. ‘역세권 10분거리’에서 원룸을 구하는 것도 이같은 흐름 중 하나다.

신촌역 10분거리에서 자취 중인 백진구(가명)씨는 보증금 1000만원, 월 60만원짜리 다가구 원룸에 살고 있다. 그는 “전기세, 가스비 등 공과금까지 내고 나면 주거비만 월급의 40%를 차지해 살림살이가 팍팍하지만 무조건 저렴한 곳보다는 출퇴근하기 편리하고 역주변 원룸을 찾게 된다”라고 말했다.

하우스푸어보단 월세푸어

전세살이하던 30대 중후반 직장인들도 치솟는 전셋값에 월세족을 자처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이 5년전에 약 15%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약 40%까지 오른것만 봐도 이를 방증하고 있다. 대출 받아 집을 샀다가 하우스푸어로 되는 것보다 월세족이 낫다는 판단이다.

통계청의 ‘2016년 2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가계소득 비중을 보면 주거, 수도, 광열 월지출은 27만 3000원이다. 월세가구 비중 증가로 실제주거비(6.0%)가 증가했다. 분기별 실질 주거비도 증가 추세다.

30대 후반 건축업 종사자인 김병철(가명)씨는 “하남시 소재 아파트에서 반전세로 살고 있는데 매달 주거비가 부담스럽지만 집을 살 생각은 없다”라며 “하우스푸어 되기도 싫고 각종 취득세, 재산세 등 세금도 내야하지 않나. 행여나 금리가 오르거나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 그것도 골치"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