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기조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월 이후부터는 비슷한 가격 흐름을 보이던 천연가스(LNG)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해 눈길을 끈다. 5월 말 대비 천연가스 가격은 36% 상승한 반면 국제유가는 8% 가량 하락했다.

이처럼 천연가스 재고가 지난 5년의 상단 수준에 머무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크게 공급 감소와 여름수요 증가를 들 수 있다. 또한 올해 겨울에는 라니냐 발생 가능성이 55~60%로 높다. 이로 인해 미국에 한파가 몰아칠 경우, 난방용 천연가스 수요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천연가스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 감소로 2011년부터의 설비투자 감소, 생산량 감소로 연결

키움증권 홍춘욱 연구원은 “최근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세를 타는 첫 번째 이유는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점차 완화된 데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2014년 하반기에 시작된 유가 급락 사태 이후 원유 관련 투자가 위축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천연가스 산업의 투자 부진은 이미 2010년부터 시작됐다. 셰일가스 붐이 부각되며 2010년부터 천연가스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함에 따라 천연가스 관련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시추공수의 동향을 살펴보면, 2011년부터 하락세가 시작된 후 2014년 국제유가 급락 사태 이후 한차례 더 줄어든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시추공수를 신규 투자에 대한 지표라고 볼 수 있다. 이 결과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은 2013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선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자 원유 시추공수는 다시 증가하고 있지만, 천연가스 시추공수도 눈에 띄는 반등세는 보이지 않고 있지만 안정적인 생다.

전세계적 폭염으로 여름 전력 수요 증가

홍 연구원은 “수요 증가도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한국과 같이 미국도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을 겪었다. 특히 7월 중순 부터 8월 중순까지 미국의 냉방도일(일평균 기온이 기준온도보다 초과한 온도를 합한 것으로, 냉방도일이 높을수록 여름 더위가 심한 것이며 냉방 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말함)이 80 가까이 기록하며, 과거 평균 대비 15 가량 높았다.

기온이 상승하자 에어컨 가동 등 전력 사용이 증가했고, 천연가스 수요 가운데 전력 발전용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보통 여름철 전력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하는 강한 계절성을 띄기도 하지만 올해 수요량은 과거 3년 수준과 비교해서도 크게 증가했다. 참고로 피크를 기록했던 2016년 7월 천연가스 수요량은 작년 동월 대비 11% 증가했다.

 

홍 연구원은 “이를 감안할 경우, 당분간 천연가스 공급 증가는 둔화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라니냐 발생 가능성 55~60%, 겨울철 수요도 높을 전망

천연가스 수요의 증가 흐름은 겨울철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 겨울 미국 기온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보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기상청은 “올해 8월부터 10월까지는 라니냐 발생 가능성이 낮지만 올해 가을과 겨울 라니냐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55~60% 수준인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발표했다. 라니냐는 칠레 앞바다의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 이상 낮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유지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기상청의 예상대로 라니냐가 발생하게 될 경우 북미 지역 기온이 크게 하락하게 되며, 올 겨울 미국의 난방 및 전력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 연구원은 “이렇듯 공급 둔화와 천연가스 수요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천연가스 재고가 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천연가스 가격이 수급 변화에 후행하는 경향을 감안하면 천연가스 가격 상승 탄력은 단기적으로 좀 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력 사용 추세 변화로 중장기적 수요도 증가 예상

전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석탄 발전을 점점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려는 추세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개발이 아직 미진해 당장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보다는 징검다리로 천연가스 발전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각국에서는 천연가스 수요 가운데 전력 생산용 수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미 에너지 정보청에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국가에서는 천연가스의 전력 생산용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는 2015년부터 천연가스 발전량 비중이 석탄 발전량 비중을 상회하기 시작했다. 독일,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석탄 발전량 비중을 줄이고 천연가스 발전 비중을 늘리고 있다.

홍 연구원은 “셰일 혁명 이후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점이 영향을 주기도 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석탄보다는 천연가스 비중을 늘려가고 있어 천연가스 수요는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국의 천연가스 소비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