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지난 5월 경기도 스타트업 캠퍼스 초대 총장에 취임하며 헬조선에 사는 청년들을 겨냥해 새로운 직업의 패러다임을 전파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김 의장은 취임 연설을 통해 스타트업 캠퍼스의 목적을 두고 "청년들이 직장이 아닌, 평생 할 수 있는 일, 즉 업(業)을 찾아갈 수 있도록 플랫폼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약간 거칠게 말하자면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지금, 치열한 적자생존의 정글에서 고유의 업을 찾아 이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가능성을 노리라는 뜻이다. 더 거칠게 말하면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기술 배우는 것이 최고'라는 말과도 결을 함께한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직장에 기생(?)하지 말고, 자신의 정체성을 일에 투영시키기 위해서는 본연의 경쟁력, 즉 기술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호불호가 갈리는 해석이다. 하지만 김 의장이 설파한 업의 재정의는 O2O에 임하는 카카오의 전략과도 묘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골목상권 논란...구닥다리?
카카오 이병선 부사장이 최근 지디넷코리아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자사 O2O 전략의 로드맵 일부를 공개했다. 대단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O2O를 전개시킴에 있어 규제를 완화해야 하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시각의 대전환을 제안한 대목이 흥미롭다.

규제 문제야 카카오가 늘 말하는 것이니 차치한다고 해도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O2O를 단순한 프레임에 가두지 말고 4차 산업혁명의 큰 틀에서 봐야 한다는 주장은 다소 놀랍다. O2O를 공격적으로 전개시키는 카카오가 당연히 추구하는 방어기제로 보이지만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는 자사 O2O 전략의 당위성을 보강하는 한편 큰 틀에서의 기회비용 문제를 더듬기 때문이다.

왜 기회비용일까? 지금까지 주장된 카카오 O2O 전략에 있어 충돌하는 두 개의 목소리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카카오택시 및 카카오드라이버, 카카오헤어샵 및 카카오뷰티 등 다양한 영역으로 카카오의 진출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한쪽에서는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파생영역을 고도화시켜 탄탄한 초연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러한 분위기는 4차 산업혁명의 미래와도 연결된다"는 찬사를 보내지만 한편에서는 "문어발식 대기업 확장과 다름이 없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반론이 부딪치기 때문이다.

이병선 부사장의 주장은 후자의 반론에 대한 재반박이다. O2O 전략에 있어 손속을 둘 수 없으며, 카카오는 공익재단이 아니기에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고, 규제를 걷어내어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한 가치판단문제는 각자의 상황이나 처지에 따라 다르다. 일단 카카오가 새로운 영역에 진출할 경우 사용자 경험이 확장되며 플랫폼 자체가 풍부해지기 때문에 이에 속한 고객들은 이득이다. 하지만 하나의 생태계는 필연적으로 독재적 횡포로 이어질 경우가 많고, 전통적인 플레이어들의 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뜻이다. 그런 이유로 카카오의 O2O 전략에 대한 찬사와 비판은 더욱 세밀하게 재조명되어야 한다.

먼저 전제해야할 점은 카카오가 공익법인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카카오로 인해 파생될 다양한 사회적 가치다. 특히 후자의 경우 많은 고객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며 이는 카카오가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전망이다. 카카오택시에 있어 우버를 밀어낸 최고의 수훈갑인 택시업체를 끌어안은 지점이나, 카카오드라이버를 런칭하며 기존 대리운전 업계의 만연한 부조리를 걷어낸다고 발표한 부분, 마지막으로 카카오 홈클린을 전개하며 가사도우미 처우개선 및 여성의 경력 단절을 보완한다고 주장하는 대목이 극적인 이유다.

▲ 카카오드라이버 요금체계 개편. 출처=카카오

결국 적절한 대의명분이 통할 수 있을 정도의 전통적인, 나아가 폐쇄적이고 일견 부당한 생태계가 조성된 지점에서 시장 지배자적 위치의 플레이어가 존재하지 않으며 모바일과 빠르게 연결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바로 카카오 O2O 전략의 최고 먹거리다. 그리고 기존 스타트업 및 소상공인은 카카오와 협력하는 방안을 통해 카카오의 생태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거나 혹은 확실한 틈새전략을 바탕으로 독특한 사용자 경험을 창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는 것이 최우선 가치이지만, 거시적 관점으로 보면 결국 양쪽이 서로 존재하며 영향을 미치며 시장에 따라 포지션을 바꾸는 쪽이 가장 긍정적이다.

이렇게 되면 이병선 부사장의 주장처럼 O2O를 4차 산업혁명의 큰 틀에서 재조명할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 단순히 메신저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중국집에 전화하는 것을 부끄러워해 배달의 민족 앱을 여는 사람들만 확보하는데 그친다. '왜 전화통화보다 카카오의 앱을 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집중하면 그 이상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필연적 수순과 만나게 될 전망이다. 초연결의 4차 산업혁명 핵심은 여기에 있다.

▲ 출처=카카오

그래도 골목상권 논란이 중요한 이유
카카오가 세밀하고 전격적인 방법으로 O2O를 전개시키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이러한 방향성이 곧 비즈니스 모델의 창출을 마법처럼 선물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일단 사용자 경험을 확보하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에, 카카오는 앞으로 미래를 저당잡혀 현재의 난관을 설득하는 지루한 작업에 매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큰 그림을 이해한다고 해도, 역시 골목상권 논란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부분이다. 카카오가 공익법인이 아니고 불필요한 규제는 생태계의 독사과가 분명하지만 전체 플랫폼 생태계의 세밀한 부분에는 실제 존재하는 사람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 지점을 두고 "큰 그림을 이해하자"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다.

여기에서 최근 비슷한 골목상권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요리 전문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백종원 대표는 미디어를 통해 유명세를 얻는 한편, 공격적인 외식사업을 전개시켜 눈길을 끌고 있다. 새마을 식당과 본가, 홍콩반점 등 수십개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자영업자의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비판도 있다. 미디어를 통해 이름을 알린 상태에서 한식, 중식, 심지어 커피 전문점, 김밥까지 전방위적 진격을 전개시키기 때문이다. 이에 백종원 대표는 지난 4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직영점이 아니기에 일방적으로 매도당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인식은 지난해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도 묻어난다. 백종원 대표는 "골목에 사람이 몰리면 상권이 살아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와 백종원 대표를 둘러싼 골목상권 논란은 그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분명 유사한 지점이 있다. 특히 "골목에 사람이 몰리면 상권이 살아난다"는 백종원 대표의 주장은 카카오의 상황에도 대입이 가능하다. 정확히 말해 카카오의 영역 진출을 두고 틈새시장의 공략을 자신하는 일부 스타트업의 패기 넘치는 주장과 연결된다. 컷앤컬 이은영 대표는 올해 초 스타일위크 청담 2015 기념 기자회견에서 "거대 기업의 진출을 환영한다"며 "이러한 시도는 결론적으로 시장이 커지는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대다수 업계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카카오와 백종원 대표의 골목상권 진출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상생을 위한 협력이 거대 플레이어에게도 유리하고 궁극적으로 다양성이 보장되는 플랫폼이 제일 긍정적인 결과지만 이럴 가능성이 낮은 상태에서, 차라리 O2O 시장의 고도화를 위해 특정 플레이어에게 나름의 가능성을 몰아주는 것이 낫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기회비용을 따져야 하는 진짜 이유다.

▲ 출처=BGF리테일

카카오와 백종원이 골목에서 싸운다면?
카카오와 백종원 대표의 시장 장악 로드맵은 골목상권적 측면에서 매우 비슷하지만, 당연히 O2O를 가진 카카오와 외식 프랜차이즈를 발판으로 삼는 백종원 대표가 보여주는 업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백종원 대표는 O2O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종원 대표의 골목시장 장악이 카카오에 시사하는 더욱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바로 업의 재정의다.

국내 O2O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무엇일까? 규제와 기득권의 반발 등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지나친 기술 자신주의가 핵심이다. 즉 기술이 존재하면 당연히 알맹이는 채워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안일함이 국내 O2O 생태계를 망쳤다고 봐도 무방하다. 제조업 제일주의의 관점에서 누구나 한 번 사업을 들여다보면 순식간에 카피할 수 있는 얇은 아이디어 기반의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등장하는 대목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약점은 결제 인프라를 붙여 O2O 시장의 핵심을 노리는 기본적인 기술 전격전의 부재와 함께 가장 취약한 국내 O2O 업계의 아킬레스건이다.

즉 업의 재정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는 카카오도 반드시 경계해야할 지점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온라인에서 출발해 플랫폼 사업자를 자임하며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서비스의 핵심인 오프라인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모바일 경쟁력은 강력하지만 고객이 느끼는 실질적 결과물인 오프라인 서비스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모두 반드시 필요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들을 재조합하고 고민해 눈에 보이는 영역을 더욱 확실하게 틀어쥐고 사업에 임해야 한다. 비단 카카오의 문제가 아니라, 온라인을 기점으로 O2O 사업을 영위하는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하는 지점이다.

그래서 백종원 대표가 O2O를 바탕으로 카카오와 대결을 펼친다고 생각하면, 그 무대가 골목이라는 준비된 전장이라면 승리 가능성이 더 높다. 요리라는 오프라인에서 출발한 백종원 대표는 시장을 더욱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 사용자 경험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카카오를 비롯한 전체 O2O 업계는 현실을, 오프라인을 더 알아야 한다. 앱 UI(유저인터페이스)를 고민하는 것도 좋지만 실제 고객이 어떤 오프라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 냉정하게 판을 짜야 한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의 강력한 O2O 정책과 더불어 스타트업도 나름의 경쟁력을 가지거나, 혹은 스타트업이 모두 무너진다고 해도 다양성에 기반한 카카오의 전략이 차선책이 될 수 있다. 업을 재정의하라. 비단 청년들에게 통하는 말이 아니고, O2O 사업자들 모두가 알아야 하는 지점이다. '포인트는 오프라인에 있다' 라스트마일 딜리버리를 통한 사용자 경험의 확장이 다양한 기업들의 화두로 부상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