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넷플릭스

넷(Net)에 영화(Flick)가 더해졌다. 인터넷과 영화가 만났다? 넷플릭스는 인터넷을 뜻하는 넷과 영화의 속어인 플릭이 합쳐져 탄생했다. 기업명에서부터 정체성이 확고하게 드러나는 넷플릭스는 한 달에 최소 7.99달러를 내면 영화와 TV 드라마, 프로그램 등 영상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다.

넷플릭스의 창업자 리즈 헤즈팅스는 처음부터 인터넷으로 영화를 유통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헤즈팅스는 1997년 DVD 대여 서비스로 넷플릭스를 시작했고, 비디오 대여 체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1위를 지키던 블록버스터를 무너뜨렸다.

현재 넷플릭스는 190여 개 국가에서 8300만 명의 유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서비스지만 2015년 기준 미국에서 61.7%, 미국 외의 국가들에서 28.8%의 수익을 냈다. 나머지 9.5%의 수익은 DVD 판매에서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끊임없이 혁신하고 도전하는 기업으로 명성이 자자한 넷플릭스는 간단히 말해 '인터넷으로 보는 TV'다. 미국의 방송 산업의 구도 특히 콘텐츠 유통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백 개의 케이블 TV 채널이 지상파의 인기를 뛰어넘는 미국에서 36%의 가구가 넷플릭스에 가입했을 정도로 독보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넷플릭스만의 특별함은 무엇일까? 무료 서비스들 사이에서 유료 서비스 시장이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엇이 이용자들의 지갑을 열게 했을까? 하나씩 찾아보자.

▲ 출처=넷플릭스

넷플릭스는 독보적인 오리지널 프로그램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넷플릭스의 최고 재무책임자(CFO) 데이비드 웰스는 골드만삭스가 주최한 커뮤나코피아 콘퍼런스에서 "넷플릭스 자체 제작 콘텐츠인 오리지널 프로그램의 비중을 전체 50%까지 늘리겠다"라고 지난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웰스 CFO는 "이미 오리지널 콘텐츠 비중을 50%로 만들겠다는 목표의 1/3 정도를 달성했다"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450시간 분량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했으며, 올해 말까지 30개 시리즈, 약 600시간 분량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체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독점 공개함으로써 유료 가입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넷플릭스는 모든 걸 '개별화' 한다. 넷플릭스는 이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즐겨 시청하는지 선호도를 파악해 프로그램을 추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용자들은 영상을 시청하고 평점을 의미하는 별점을 매길 수 있다.

넷플릭스는 입수한 평점을 기반으로 시청자가 선호하는 영상 패턴을 분석해 다음에 볼만한 영상을 추천해준다. 이런 방식으로 빅데이터가 쌓인다. 이용자들이 많이 보면 볼수록 그들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검색 알고리즘 팀을 이끌고 있는 카를로스 고메즈-유리베 제품 혁신 담당 부사장은 넷플릭스가 콘텐츠를 추천하는 방식에는 15가지의 알고리즘이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할 때 서비스 제공 지역의 이용자들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을 추천해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새로 서비스 제공을 시작한 국가는 기반이 될 만한 데이터가 적기에 추천 콘텐츠가 부재하는 상황을 겪기도 한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넷플릭스는 커뮤니티 추천 방식을 도입했다. 어떤 이용자가특정 영상을 즐겨 보면 해당 이용자가 소속된 커뮤니티는 어떤 곳이고, 그 커뮤니티의 회원들이 좋아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파악해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천하는 식이다.

▲ 출처=넷플릭스

추천 서비스의 바탕이 되는 빅데이터 확보와 이를 분석해줄 알고리즘이 생명인 넷플릭스는 알고리즘 분야에 거침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우승자에게 10억 원이 넘는 상금이 돌아가는 알고리즘 대회 '넷플릭스 프라이즈'를 3년간 개최했으며, 딥러닝 기능도 도입한 바 있다.

넷플릭스의 알고리즘은 엄청난 광고효과를 가져다주는 화수분이기도 하다. 이미 이용자들의 관심자를 파악한 상태기 때문에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골라서 추천하는 동시에 광고도 골라서 추천할 수 있다. 개별적인 취향을 파악해 만한 잠재적 이용자를 선정해 내보내는 광고 효과가 쏠쏠하다는 후문이다.

넷플릭스의 빅데이터는 콘텐츠 제작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넷플릭스의 이름을 국제적으로 알리게 된 1등 공신은 '하우스 오브 카드'다. 1990년 BBC에서 제작한 원작 드라마를 리메이크해 탄생한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 '데이터 마이닝'의 성공을 상징한다.

데이터 마이닝 기술을 기반으로 넷플릭스는 이용자들의 성향을 파악해 좋아하는 배우, 연출 방식 등을 예측해 드라마를 제작했다. 그 결과 하우스 오브 카드는 3개의 에미상을 수상했다. 또한 넷플릭스가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마르코 폴로' 등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동력이 되어줬다.

그 밖에도 고객의 입맛에 맞추려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넷플릭스는 '페이지 제너레이션 알고리즘'이라는 이름으로 개별 이용자들에게 꼭 맞는 추천 콘텐츠들로만 이루어진 개별 홈페이지 화면을 제공한다.

페이지 제작자들은 이용자의 성향을 분석해 이용자가 가장 좋아할 만한 콘텐츠부터 상단에 배치하고, 오른쪽 아래로 덜 선호할 만한 콘텐츠로 구성해 제공한다. 또한 콘텐츠들 아래에 이 콘텐츠가 어느 국가에서 인기가 많은지 '증거'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하우스 오브 카드' 콘텐츠 아래 '미국에서 1등' 이렇게 한 줄 설명이 들어가는 식이다.

▲ 출처=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저력은 오리지널 콘텐츠와 철저한 이용자 중심의 추천 방식으로부터 나온다. 그 가운데 수백억을 투자해 쌓아온 탄탄한 빅데이터가 있다. 이 같은 넷플릭스의 성장으로 기존의 방식을 유지해오던 할리우드 영화사 및 채널 방송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탄탄한 고정팬들과 콘텐츠의 우수성까지 겸비한 넷플릭스에 자체 콘텐츠가 밀리고 있으며, TV광고 업계마저 디지털 공간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 오리지널 시리즈를 비롯해 인기 시리즈 60개의 시청 데이터를 수집해 가입자들이 특정 시리즈에 빠져들어 전 시리즈를 모두 보게 되는 시점을 분석했다. 넷플릭스는 가입자가 특정 시리즈에 빠지게 되는 시점을 해당 에피소드 시청 인원의 70퍼센트 이상이 첫 시즌 시청을 완료했을 때로 정했다.

한국 넷플릭스 가입자들이 초반부터 빠져든 시리즈로는 '더 겟 다운'(2화), '나르코스'(3화), '브레이킹 배드'(3화) 등이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하우스 오브 카드'(6화),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6화), '고담'(8화)과 같은 시리즈는 전 세계 평균보다 다소 늦은 시점에 빠져 들었다.

▲ 방한한 리드 헤이팅스 대표, 테드 시란도스 최고 콘텐츠 책임자. 출처=넷플릭스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 넷플릭스 최고 콘텐츠 책임자는 "아시아의 넷플릭스 이용자들이 첫 에피소드부터 시리즈에 빠져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라며 "이는 다른 지역의 이용자들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분석 결과를 통해 훌륭한 스토리는 국경을 초월한다는 믿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팬들의 시선을 고정시킬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개발에 매진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한편 한국에서 넷플릭스는 이제 막 시동을 걸고 있다. 한국에서도 넷플릭스는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라는 패를 쥐고 세력 확장에 나선 상태다. 현재 봉준호 감독은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영화 '옥자'를 제작하고 있다. 옥자는 내년 말 영화관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상영될 예정이다. 넷플릭스가 방송 산업 전반의 구도를 어떻게 바꿀지, 한국에서는 어떻게 뿌리내릴지 앞으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