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얼마 전 공장에 수해가 발생했는데요. 이 사실을 공장 총무팀장이 바로 대표이사에게 보고해 버렸습니다. 총무팀장은 당시 주말이었고 공장장이 부재 중이라 바로 신속 보고한 건데요. 본사 위기관리팀은 대표이사보다 그 사실을 나중에 알아서 문제였죠. 보고 체계는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사실 위기관리 체계를 설계할 때 가장 고민되는 부분들 중 하나가 위기 시 보고 체계입니다. 위기 시에는 해당 상황을 감지한 최초 감지자가 생기게 되는데요. 그 최초 감지자가 위기 상황을 발견하고 판단해서, 내부 전파 보고하는 프로세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최초 감지자는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위기관리를 담당하는) 많은 직원에게 해당 상황을 전파 보고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여기서 흔히 발생하는 고민은 첫째, 최초 감지자가 감지 발견한 상황을 어떤 기준을 가지고 판단하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공장 알바생이 공장 뒤쪽 뜰에 물이 흥건하게 스며 들어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알바생은 그곳에 원래 물이 고여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냥 지나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원래 물이 고여 있는 곳인데 그 상황을 재해라 생각하고 여럿에게 전파할 수도 있습니다. 해당 알바생은 정확한 상황 판단 기준을 가지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한 판단 기준을 설정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불가능한 것이죠.

여기에서 원칙은 모든 이상 상황 또는 이상으로 판단되는 상황은 상위자에게 ‘일단 보고’한다는 것입니다. 판별 경험이 있는 상위자가 현장에 가서 상황을 점검하고 판별하게 되는 것이죠. 만약 해당 상위자가 판별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관련 판별이 가능한 상위자들이 함께 판별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보고’입니다.

두 번째 고민은 최초 감지자나 판별자가 해당 상황을 누구누구에게 전파해야 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질문과 같이 총무팀장이 바로 휴대폰을 들어 대표이사에게 보고해야 하는가? 아니면 자신의 상위자에게 먼저 보고해야 하는가? 아니면 동시에 상위자를 비롯해 위기관리팀 전원에게 보고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생깁니다. 어떤 게 더 나은 보고 체계일까요?

여기에서 핵심은 ‘가능한 동시에 많은 대상으로’입니다. 요즘에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툴들이 위기 보고 체계에 활용되기 때문에 단체카톡방이나 메신저, SMS 등으로 동시 보고 가능합니다. 단선 보고 시 장점은 보다 안정적인 보고 내용에 있습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동시 보고의 경우 보고 내용에 있어 정리된 안전성은 담보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표이사를 비롯한 위기관리팀이 해당 상황을 신속히 공유받게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감지 발견된 상황을 현장 상위자가 즉시 판별하고, 그 상황발생 내용과 최초 대응 내용을 1보 형식으로 ‘동시 전파’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그 대상은 우선 위기관리팀에 규정된 임직원들이 됩니다. 그 1보를 접한 위기관리팀장은 현장 담당직원들을 통해 해당 상황을 충분하게 이해하고, 필요 시 대표이사 보고와 허락을 얻어 위기관리팀을 소집하는 프로세스를 따르곤 합니다. 1보 전파는 현장, 2차 대표이사 보고와 대응팀 가동은 위기관리팀장이 실행하는 단계적 체계입니다.

위기 시 보고 체계에서 세 번째 고민은 대표이사의 위기 상황 인지 이후 단계입니다. 위기 상황 정보를 접한 대표이사는 대부분 고위 임원들에게 해당 상황에 대한 내용과 대응 방안들을 묻게 됩니다. 이 시점에 충분히 해당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 못한 임원들이 있으면 문제가 됩니다. 앞선 질문에서도 그랬던 상황이고요.

여기에서 대표이사가 따라야 하는 원칙은 개인적 1대 1 커뮤니케이션은 위기 시 가능한 지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기관리팀이 이미 내부에 체계화되어 있다면 위기관리팀장을 통해 위기관리팀을 소집하게 하고, 그 위기관리팀의 파악 내용을 대표이사가 360도 청취 이해하는 것입니다. 1대 1로 진행하는 부분적 파악 노력보다 안정적일 뿐 아니라 대응을 위한 공유에 있어서도 물리적 시간이 절약됩니다. 한마디로 ‘재빨리 마주 앉기’를 실행하는 것이죠.

위기가 발생되면 그 이후 모든 대응 활동은 ‘정치적인 활동’으로 그 성질이 변화합니다. 보고라인에서 소외된 임원이 나올 수 있습니다. 대표이사가 알고 있는 사항을 중요 임원들은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반대 상황도 가능하고요. 일선 직원이 무지하게 별 것 아닌 상황을 최상위까지 전파해 버려 혼란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상황은 대표이사가 ‘체계가 안정화되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지속 개선관리 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위기 상황을 사후 또 다른 정치적 위기들로 양산할 수 있는 내부 문화가 있다면 그것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