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디맨드 업체 우버가 구글과 거리를 두며 자체지도를 만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자율주행차까지 전격적으로 노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경쟁사 리프트도 18일 총 3단계에 달하는 자율주행차 로드맵을 발표하며 반격에 나섰다. 내년부터 지정된 장소에서 제한된 자율주행기술력을 확보하고 2018년 중반 시속 25마일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한편, 2022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돌입한다는 주장이다.

▲ 우버 자율주행차 모델. 출처=우버

자율주행차와 온디맨드의 궁합

현재 자율주행차 경쟁은 ICT 기업들의 손에서 시작되어 완성차 업체까지 번진 분위기다. 실제로 라이다의 구글의 경우 180만 마일에 달하는 거리를 자율주행차로 달리며 상당한 노하우를 확보했으며 테슬라는 오토파일럿을 기점으로 전기차-에너지-오프라인 거점의 촘촘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구글은 완전한 자율주행차로 단숨에 나가려는 한편 테슬라는 일단 보조적 관점에서 운전자를 돕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다.

폭스바겐 및 피아트 등 완성차 업체도 뛰어들었다. 최초 이들은 자율주행차 시장이 ICT 기업의 주도로 전개되는 것을 두고 일정정도 거리를 두었으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 완성차 업체들은 필요하다면 ICT 기업은 물론 네트워크 업체, 소프트웨어 업체와도 확실한 협력을 다지며 나름의 준비에 나서고 있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의 단면이지만, 최근 자율주행차에 임하는 ICT 기업의 변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당초 ICT 기업에 있어 자율주행차는 일종의 포스트 스마트폰, 즉 플랫폼적 성격이 강했다. 그런 이유로 구글의 안드로이드오토, 애플의 카플레이처럼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먼저 키우는 한편 이를 구현할 수 있는 하드웨어에 순차적으로 손을 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스마트홈이 점점 고도화되며 집과 도시를 연결하려는 사용자 경험의 확장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자 자동차는 양쪽의 간격을 좁힐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템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지난 IFA 2016기간 이커머스 플랫폼의 스마트홈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던 아마존이 독자적인 가전 플랫폼 중심의 LG전자 사물인터넷 플랫폼과 연동되는 지점을 스마트홈 생태계 고도화라고 본다면, 삼성전자와 BMW의 만남에 따른 차량 원격제어 등은 이러한 사용자 경험을 아웃도어로 확장시키려는 강력한 의도가 배어있다.

자율주행차가 단순히 현재의 스마트폰처럼 콘텐츠가 오가는 플랫폼의 역할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스마트시티라는 대단위 플랫폼 전략을 짤 수 있는 보물창고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IFA 2016 현장에서 디터 체제 메르세데스 벤츠 회장 및 다임러 AG 회장이 기조연설을 통해 '궁극의 모바일 기기: 우수한 타임머신으로의 자동차'라는 주체로 연설에 나선 지점도 중요하다. 자율주행차는 결국 운전자의 손을 운전대에서 해방시키고 '다른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스마트시티의 총체적 도시 인프라 변화와 더불어 사용자 경험이 자동차에서 확장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 디터 체제 메르세데스 벤츠 회장 및 다임러 AG 회장. 출처=위키디피아

결론적으로 자동차 업계는 ICT 기업이 집중하는 스마트홈에서 시작된 스마트시티의 비전에서 중요한 플랫폼 역할을 맡을 전망이며, 때에 따라 핵심적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공개된 자동차 오피스 시스템과 모션 시팅은 이에 필요한 전략의 퍼즐 중 하나로 여겨진다.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 타이탄으로 대표되는 자율주행차 비전에서 일정정도 철수하고 증강현실로 눈을 돌리는 애플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지점은 온디맨드 차량 업체들이 속속 자율주행차로 진입하는 현상이다.

지금까지 ICT 기업 및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차의 비전을 사용자 경험 확장, 이에 따른 포스트 스마트폰 플랫폼으로 활용했다면 온디맨드 업체인 우버와 리프트는 약간 다른 지점을 바라보고 있다. 기본적인 방향성은 같지만 교통 인프라 자체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뜻일까? 당연한 말이지만 자율주행차는 사용자 경험, 포스트 스마트폰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도시 교통 인프라의 원초적 설계가 불가피하다. 운전자의 존재를 당연히 전제한 기존의 교통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뜻이다.

최근 있었던 테슬라의 인명 사고를 연상하면 편하다. 지난 5월 7일 조슈아 브라운이 모델S에 탑승한 상태에서 대형 트레일러와 출돌해 사망한데 이어 최근 프랑스와 중국에서도 테슬라 자율주행차 사고가 난 지점은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현재의 도로 시스템이 자율주행차에 완벽히 녹아들지 못하기에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자율주행차와 기존의 교통 시스템은 당장의 혼용은 가능해도 궁극적으로 다른 길을 걷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온디맨드 업체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우버와 리프트가 노리는 미래는 자율주행차를 수단으로 삼아 교통 인프라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쪽으로 가닥을 잡기 때문이다. 일단 O2O 방법론을 삼아 모바일을 오프라인과 연결, 자율주행차를 바탕으로 자가용을 ‘공유’하는 방식은 궁극적으로 프라이빗한 교통 플랫폼의 공공화를 의미한다. 교통 서비스의 주체에서 사람을 서서히 지워가는 온디맨드 차량업체의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종적인 인프라 변화를 목적에 둔다는 뜻이며, 물론 이는 많은 자율주행차 업체들의 꿈이기도 하다. 하지만 온디맨드 업체의 방향성이 더 빨라 보인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온디맨드 업체는 태생부터 프라이빗 교통 플랫폼의 공유, 그리고 세세한 사용자 경험을 확보하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이유로 온디맨드 업체는 자율주행차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으며 우버가 구글 지도에서 독립해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고, 리프트가 부랴부랴 그 뒤를 따라가는 것도 매우 당연한 수순이다. 자율주행차로 도시 인프라 변화까지 노리는 노력이 온디맨드의 등장으로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어떻게 변할까?

온디맨드 업체인 우버와 리프트가 자가용을 완전히 공유시키는데 성공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택시사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고, 나아가 자가용을 소유하지 않는다는 패러다임이 확장될 경우 완성차 업계도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노선이 정해진 버스나 지하철이 아니라 프라이빗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모두의 자가용이 생기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율주행차는 일종의 양념이 되어 나름의 존재감을 확보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도시 인프라의 원천적 변화가 거의 동시에 일어나거나, 생각보다 빠르게 벌어질 전망이다. 초연결 시대를 맞아 어차피 스마트홈을 넘어서는 사물인터넷 인프라가 집과 도시를 연결하고, 그 중심에 자율주행차가 기본적인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점에서 실내와 실외를 연결하는 자동차는 온디맨드의 방법론을 기점으로 소유의 불편함을 걷어낼 수 있다. 물론 성공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지만, 일단 패러다임이 변한다는 뜻이다.

▲ 출처=테슬라

현재 구글과 테슬라는 자신들의 방식대로 자율주행차를 준비하고 있으며, 완성차 업체도 합종연횡을 통해 빠르게 뒤를 따르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는 사라지고 도시 인프라까지 변하게 된다면, 이후의 교통 패러다임은 완전히 변하게 된다. 여기에서 우버와 리프트처럼 온디맨드 업체들의 가세는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카풀, 카셰어링 등 온디맨드에 필적할 수 있는 독특한 방법론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들 역시 자율주행차를 기반으로 변화를 꾀하는 기본적인 교통 인프라의 변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독특한 사용자 경험을 보장하며 궁극적으로 자율주행차를 활용해 파편적인 사용자 경험을 따라간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자율주행차가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지만, 절대 본질은 아니라는 뜻이다. 모두의 시선은 자율주행차를 수단으로 삼아 대단위 인프라를 바꾸는 곳에 집중해있다.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단순하게 자동차를 많이 판매하거나, 부품을 제공하는 쪽으로 연명하려는 사고방식이 위험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