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이밍(Framing) 전략이라는 것이 있다. 순살코기 30%가 들어가 있는 소시지는 순살코기를 프레이밍으로 활용한 카피다. 하지만 여기서 순살코기라는 프레임을 벗겨내면 이렇게 된다. ‘이 소시지의 70%는 살코기가 아닙니다.’ 또 있다. 어떤 의사의 수술 성공률이 70%라고 하자. 이 말은 이 의사가 하는 수술의 30%는 실패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프레이밍은 단서 제공을 통해 선택을 유도하는 전략으로 광고에서 특히 많이 쓰인다. 소비자에게 소구하고 싶은 포인트를 자극의 전경으로 활용하여 소비자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우리는 타깃팅을 할 때 젠더(Gender)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수도권 지역에 살면서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백화점 식품관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40대 이상 여성’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카피를 여성용 카피와 남성용 카피로 나누어 제작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구매하는 윤리적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성별을 나누어 보았더니,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환경과 관련된 상품 구매자 리스트에 여성이 특히 더 많았다는 것이다. 여러분은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아마도 여성이 남성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일 수도 있고, 여성이 남성보다 자신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대한 흥미가 더 높아서일 수도 있다. 아니면 여성의 모성애가 자신의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지구에 대한 걱정을 불러일으켰을 수도 있다. 만약 성별에 따라 코즈(Cause)에 반응하는 기호가 다르다면 코즈에 따라 타깃을 달리하거나 성별에 따른 메시지 전략을 따로 가지고 가야 한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분석한 재미있는 보고서가 있다. Journal of Consumer Research를 인용한 <SB Communication>이라는 저널에 따르면, 환경에 관련된 그린(Green) 메시지들이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여성적으로 느껴진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들이 그린 이야기를 하면 자신의 남자다움(Masculinity)이 약해지고 여자다움이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해서,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환경 이슈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믿기 어려운가? 중국에도 동일한 결과를 얻은 실험이 있다. 중국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자동차로 포지셔닝된 BMW 특정 모델의 브랜드명을 중국에서 남자다움을 상징하는 단어인 ‘Protection’으로 변경했더니, 그 전보다 남성들의 구매 문의가 증가했다는 것이다(Hower, 2016, 재인용)

또 다른 연구도 있다. 지속가능과 관련된 기부행사에서 남녀 모두에게 기부 의사를 물었다. 첫 번째 기부행사의 타이틀은 전통적인 기부 캠페인 스타일인 ‘자연의 친구들’이었으며 로고에도 푸른색 나무가 들어가 있었다. 두 번째 기부행사의 타이틀은 기존 스타일과 다른 ‘야생 보안관들’이었으며 늑대가 울부짖는 모양의 로고였다. 짐작했겠지만 여성들은 첫 번째 행사에, 그리고 남성들은 두 번째 행사에 더 많은 기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흥미롭지 않은가.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현상은 바로 대부분의 전통적인 기부행사가 첫 번째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NGO들의 후원자 성별 분포를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기부 캠페인의 스타일 때문이라는 예측도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자 여기서 프레이밍을 설명한 처음 이야기로 되돌아 가보자. 남자들은 남성다움을 표현하는 캠페인에 더 많은 관심을 둔다. 늑대가 들어간 환경 캠페인을 지지하는 것만으로도 본인의 남자다움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늑대를 활용하여 남성다움이라는 프레이밍을 씌우고 기부 행동을 유도한 것이다. 그럼 이제 현재의 상황을 정리해 보자. 하나, 동일한 기부 행사에 나무와 늑대를 상징하는 로고를 쓰는 것만으로도 남녀의 반응이 달라졌다. 둘, 대부분의 기부 캠페인에는 늑대가 나오지 않는다. 늑대 보호 캠페인을 제외하고는. 셋, 기부자들의 성별 분포는 여성이 높다. 그렇다면 우리는 남성들의 기부를 높이기 위해 어떤 전략을 써야 할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여성 기부자가 많은 현 상황에서 남성들의 기부를 늘리기 위해서는 남자다움(Masculinity)을 보여주면서 기부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만들면 된다. 이제부터 새롭게 론칭하는 모금 캠페인은, 특히 환경에 관한 모금 캠페인은, 전통적인 스타일을 버리고 남성적인 이미지와 심벌을 가지고 만들어 보자. 전체 기부 시장을 키워가기 위해서라도 남자 후원자들의 참여는 필요하며, 이제 이들의 참여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다. 남자는 늑대가 맞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