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가 개봉했던 2014년, 갑작스레 필름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미 대부분의 영화관 환경이 디지털로 전환된 가운데 <인터스텔라>의 필름 버전이 공개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영화 자체에 대한 관심도 워낙 컸지만 오랜만에 필름 영화가 선보인다는 소식이 들리자 영화 마니아들은 과거의 향수를 느끼기 위해 몰려들었다. 언론들도 앞다퉈 취재에 나섰다. 극장들은 오랜만에 얼마 남지 않은 필름 영사기에 쌓인 묵은 먼지를 털어내며 관객을 맞이했다. 

<아바타>가 바꾼 또 하나의 풍경은 바로 영화관에 디지털 열풍을 몰고 왔다는 것이다. <아바타> 3D 열풍이 불면서 가장 손쉬운 디지털 변환이 추세를 이뤘는데, 이것이 결국 영화관의 급격한 디지털화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극장들은 앞다퉈 3D 상영관을 설치하는 데 주력했고, 이는 곧 디지털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이제 영화관에서는 <시네마천국>에서 보았던 것처럼 토토가 영사기에 필름을 거는 장면을 더 이상 보기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디지털 영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아날로그 영화에 비해서는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개봉과 종영까지 동일한 퀄리티의 영화 상영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필름은 열에 취약하고 또 여러 번 상영하다 보면 스크래치가 생기기 쉽다. 그러나 디지털은 애당초 파일로 상영하기 때문에 1번을 틀거나 1000번을 틀거나 동일한 퀄리티의 영상 품질을 보장받을 수 있다. 디지털로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통해 제작부터 화면과 사운드 재생까지 규격화된 품질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극장마다 균일화된 기술적 퀄리티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필름으로 영화를 상영할 경우 매 단계마다 상당히 많은 관리 포인트가 존재하게 된다. 완벽히 수치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극장마다 개인의 경험이나 역량에 의해 세팅이 달라지곤 한다. 당연히 영화의 상영 품질도 천차만별이었다. 그러나 디지털로 바뀐 이후에는 어느 정도 균일화된 상영 품질이 보장될 수 있게 됐다.

보다 좋은 퀄리티로 보다 쉽게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점도 디지털 시대의 달라진 점이다. 필름 영사기는 그 자체로 기계적인 성격이 강하다 보니 한 번 사용하면 추가적인 업그레이드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디지털에서는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까지 보다 좋은 퀄리티로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필름과는 다른 특징을 보인다. 특히 최근 레이저 영사기가 등장하면서 영화의 화질이 급격히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호환성이 좋은 장비들과 교체가 편리한 시스템들로 인해 극장들은 예전보다 더욱 간편하게 시설을 보강할 수 있다.

이 밖에 2D 영화 외에도 3D, Live 2D, 4D, 게임 등 보다 다양한 콘텐츠로의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아바타>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디지털 시대가 오면서부터는 2D에서 3D로의 변환이 쉬워졌다. 4DX도 마찬가지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 영화에 4D 효과를 가미할 수 있게 됐다. 그런가 하면 영화관에서 월드컵이나 올림픽 중계를 보고, 유럽의 음악회나 오페라를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도 있다. 이런 콘텐츠들은 필름 시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디지털에 와서야 비로소 다양한 확장이 가능해진 것이다.

무엇보다 필름 영화 제작 대비 기간 및 비용이 대폭 감소되면서 콘텐츠 제작이 매우 용이해진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한다. 필름 시대에는 영화 제작에 엄청난 비용이 수반된 것은 물론 영화 한 편을 100개의 극장에서 틀기 위해서는 100개의 필름에 복사를 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파일 복사를 통해 큰 비용 없이 무한 확장이 가능해졌다. 보관은 또 어떠한가? 과거 필름 영화는 불에 한 번 타거나 물에 젖으면 재생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파일로 영구히 보관할 수 있게 됐다. 과거 오래된 필름 영화를 복원해 재상영할 수 있게 된 것도 디지털 영화시대의 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