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화논란에 휘말린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이 조용하지만 나름의 반등기회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배터리 이상 문제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대적 리콜을 선언했지만 그 여파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 상태에서, 지난 19일 단말기 교환을 기점으로 조금씩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다. 실제로 본지가 서울 주요 지역의 대리점을 취재한 결과 곳곳에서 희망섞인 시그널이 감지되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지점은 있다.

논란의 시작, 그리고 돌파
지난 2일 삼성전자는 태평로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갤럭시노트7 리콜을 선언했다. 고동진 무선사업부 부장(사장)은 기자회견에서 “갤럭시노트7을 아껴준 많은 사람들에게 죄송하다”며 "이상없이 리콜을 진행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시장에 풀린 250만대의 갤럭시노트7을 전면적으로 리콜한다고 부연하며 주말에도 서비스 센터를 가동하는 한편 통신사와 협력해 보상정책도 내놨다.

하지만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국내외에서 갤럭시노트7이 폭발했다는 증언이 빗발치는 가운데 미국에서만 70건이 넘는 피해사례가 속출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어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속속 갤럭시노트7 기내 항공을 금지하는 상황에서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성명을 발표해 갤럭시노트7 내부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과열되어 폭발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미주법인 삼성일렉트로닉스아메리카(SEA)도 즉시 성명을 발표, 갤럭시노트7 이용자들에게 전원을 끄고 사용을 중지하라고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을 사용하는 국내 소비자에게도 그 즉시 사용을 중지하고 가까운 삼성 서비스 센터를 방문해 필요한 조치를 받으라고 삼성전자 뉴스룸을 통해 권고했다. 이어 국토교통부도 "갤럭시노트7 전원을 끄라"고 권고했다. 이 과정에서 갤럭시노트7의 폭발 위험을 조롱하는 패러디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넘실거리기도 했다.

▲ 출처=커뮤니티

애플의 아이폰7까지 등장하며 갤럭시노트7 위기론은 더욱 힘을 받기 시작했다. 아이폰7에 혁신적 기능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대세지만 이미 갤럭시노트7이 입은 상처도 심각했기 때문이다. 아이폰7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보호 무역주의 기조를 바짝 조이는 분위기가 연출되자 그 희생양으로 갤럭시노트7이 거론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전략적 실패를 지적하기도 했다. 아이폰7과의 맞대결을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출시 일정을 8월 초로 앞당기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는 외신의 보도가 줄을 이었다.

▲ 출처=독자 김윤진

그러나 반등의 기회는 찾아왔다. 삼성전자가 12일 이사회를 열어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결의했기 때문이다. 등기이사로 선임된다는 것은 곧 책임경영을 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에 대해 “급변하는 IT산업환경 속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 등 장기적 안목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 지고 있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회 일원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맡을 시기가 되었다고 판단해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추천을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그 직후 이재용 부회장은 인도로 날아가 모디 총리와 만나 삼성전자의 건재함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14일 주요 언론에 광고를 실어 대국민 사과에 나서기도 했다. 갤럭시노트7 발화 논란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고 여전히 논란을 일으키는 점, 나아가 좀처럼 문제해결을 위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솔직하게 밝히고 스스로를 다지는 방법론으로 평가받는다.

CPSC가 15일 공식 리콜 명령을 빠르게 내리고 문제가 없는 중국 ATL 배터리가 탑재된 갤럭시노트7의 사용을 승인한 지점도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고무적이다. 만약 공식 리콜 결정이 늦어지며 ATL 안전도가 승인되지 않았다면 삼성전자는 전진하지도, 후진하지도 못한체 사태의 악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만 받아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즉시 삼성전자는 리콜 일정을 촘촘하게 짜기 시작했고, 지난 19일부터 국내에서도 전격적인 수습에 나서기 시작했다.

▲ 출처=삼성전자

현장 분위기는?
갤럭시노트7 환불 및 교환이 실시된 19일과 20일, 서울 지역의 주요 대리점에는 갤럭시노트7 교환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몰려왔다. 하지만 19일은 추석 연휴 직후인 관계로 많은 사람들이 몰리지 않았고 물량 자체도 오후가 되어야 채워지는 분위기가 읽혔다.

여의도의 매장에서 만난 A씨는 "통신사가 공지한 날짜에 맞춰 갤럭시노트7을 교환하러 왔는데 오전에는 물량이 거의 없다고 한다"며 "미리 전화를 하고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귀뜸하기도 했다. 여의도 매장의 직원인 B씨는 "물량이 오전에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몰리면 어떻하나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지는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20일까지 이어졌다. 신도림의 매장에서 만난 C씨는 "갤럭시노트7을 교환하려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나왔는데 매장이 한산해 놀랐다"며 "통신사와 삼성전자가 잘 협력해 무리없이 교환이 이뤄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지역의 매장에서 만난 D씨는 다소 특이한 케이스였다. D씨는 "근처에 온 김에 갤럭시노트7을 환불하려고 근처를 기웃거렸지만 그냥 쓸 것"이라며 "하루가 멀다 하고 폭발 논란이 벌어져 불안했는데 이상하게 요즘은 뜸하다. 그냥 괜찮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로 개통했다던 D씨는 "다른 통신사와 달리 전국 어느 매장을 가도 바꿔주는 LG유플러스의 정책이 참 좋은것 같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신도림 매장에서 근무하는 E씨는 "교환이 진행되고 있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갤럭시노트7 교환은 대체적으로 원만하게 돌아가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서는 불만도 감지됐다. F씨는 "갤럭시노트7 교환을 위해 매장에 전화를 해도 물량이 없다는 말만 하고, 심지어 어떤 매장은 LG유플러스 개통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매장에서 개통한 것 아니면 곤란하다'는 말을 해 황당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F씨는 "물량이 매장마다 다르게 배치되어 있어서 소규모 매장에서는 금방 물량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정정도 사실이다. 실제로 일부 매장에서는 갤럭시노트7 교환에 있어 자신들의 매장에서 개통한 제품을 먼저 처리해주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국 어느 매장을 가더라도 교환이 가능하다던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다. 본지가 직접 문의 차원에서 매장에 갔을 때도 비슷한 대답을 들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일부 매장에서 고객관리 차원에서 순차 개통을 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물량을 빠르게 공급하려고 노력하지만 40만대 규모의 대체물량 자체가 적어 현실적인 문제는 있다"고 설명했다.

19일 진행된 환불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프로모션으로 제공된 기어핏2 등을 반납해야 하는데 이 절차가 나름 까다롭기 때문이다. 19일 환불을 시도했다가 포기했다는 G씨는 "기어핏2의 경우 박스를 따로 포장해 택배로 보내야 하는데 불편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교환의 경우 매장에서 바로 서비스 유지가 가능하지만 일부 매장에서 환불의 경우 엇박자가 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심지어 환불시에는 대여폰이 제공되지 않으며, 그 고통은 온전히 고객의 몫이다. 만약 기어핏2를 처분했다면 환불이 불가능하다. 이는 갤럭시노트7 교환에만 매달릴 수 없는 통신사 전체의 입장과 더불어 묘한 여운을 남기는 지점이다.

나아가 대리점과 통신사 매장 등 이원화된 환불 및 교환 접점이 혼란스럽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비상 가능할까?
일부의 잡음은 분명히 있지만, 일단 표면적으로 보면 갤럭시노트7 교환 절차는 나름 문제없이 추진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국토교통부는 새롭게 교환된 제품의 경우 기내 반입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사용·충전이 가능하고 위탁수하물로 부칠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일종의 호기다.

미국과 중국에서 보고된 갤럭시노트7 폭발 중 몇건은 제품의 실제 성능과 관련이 없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에서 발생한 차량 전소 사태의 경우 갤럭시노트7이 원인이 아닐 가능성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블랙컨슈머의 소행으로 여겨지는 중국의 사례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그야말로 가슴을 쓸어내릴만한 일이다. 1일부터 현지에서 정식으로 출시된 갤럭시노트7은 삼성SDI가 아닌 중국 ATL의 제품이기에 발화 논란에서 자유롭다고 밝힌 상태에서 비슷한 폭발이 벌어진다면, 이는 배터리 문제가 아니라 갤럭시노트7의 총체적 결함이 원인이라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한 때 중국에서는 1일부터 출시된 갤럭시노트7이 폭발했다는 증언이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발생한 갤럭시노트7 발화는 외부 요인에 따른 파손으로 공식 발표가 나왔다. 19일 ATL에 따르면 중국 현지에서 발화 논란에 휘말린 갤럭시노트7은 ATL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관계가 없으며, 외부에서 가열한 것이 원인이라고 전했다. 일단 ATL 배터리를 사용한 갤럭시노트7은 안전하다는 뜻이며, 이는 ATL 배터리를 축으로 삼아 재기를 노리는 갤럭시노트7의 비상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경쟁자인 아이폰7에도 기기결함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A10이 과열되어 이어폰에서 이명이 발생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며 제트블랙의 경우 내구성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야심차게 소개한 방수 및 방진 기능은 기대만큼의 성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는 리콜에 이은 악재를 나름 극복하고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강조하며 사태 수습의 활로를 찾은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아직 방심은 금물이며 진짜 본게임은 환불이 끝나고 판매재개가 시작되는 28일부터다.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