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의 작업실 풍경은 언뜻 무질서해보이지만 작업에 필요한 여러 공구들 그리고 스티로폼을 비롯한 흙, 나무 등이 소재로 활용되는 중요한 재료들로 가득했다. 작품구상에 따라 이들을 선택하는 왕성한 창의성과 방향성을 읽을 수 있었다.
작가는 “작업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내 안의 소리들을 듣다보면 스스로 위로도 되고 안아주게 된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슬픔을 들으며 기다림’작품에 부여하는 의미를 그는 이렇게 적었다. “슬픈 마음을 듣는다. 애성(哀性).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인연의 덧없음, 활짝 핀 꽃, 사랑이라는 욕망, 홀로일 수밖에 없는 외로움…. 기실 이런 것들은 흐르는 감정일 뿐 실체가 아니다. 인연은 파도와 같이 오가고, 꽃도 피고 지고, 사랑도 머무는 것에서 고(苦)가 생긴다. 인생살이라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이 없다면 재미없다 할까?”
이를테면 손맛과 손때 묻은 그리움 등 김 작가는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향수와 손으로 하는 작업들에 대한 관계성에 집착할 정도로 주목하고 있다.
“꼭꼭 숨겨놓았는데 찾을 수가 없었던 어릴 적 강가에서 진흙으로 만든 솥뚜껑, 도화지 대신 주워 모은 뒷면이 하얀 광고지들과 12색 왕자크레파스, 엄마 양장점에서 주워온 헝겊조각들과 종이 인형놀이, 무수한 가위질과 풀칠이 이루어지던 이문동 양옥집 다락방, 숨어서 놀던 나만의 즐거움….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를 안고 사는 것도 좋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나와의 만남과 평생 놀아도 질리지 않는 놀이터가 있는 것도 좋다”라고 전했다.
작업실 한편에는 작가의 휴식처이자 서재로 활용되는 공간이 있다. “작업의 스킬(skill)한 부분과 작품메시지의 철학은 결국 다양한 독서에서 얻어지는 영감에서 비롯 된다”는 그의 말처럼 빼곡하게 책장을 매운 미술, 인문, 철학서 등이 눈길을 끌었다.
김경원(KIM GYEONG WON)작가는 나무작업과의 만남을 자신의 탄생과 함께 노래했다. “나는 2월초 눈이 아주 많이 내리던 밤, 자정 넘어 태어났다고 한다. 나는 나무가 좋다. 마치 내가 깜깜한 겨울밤 홀로 바람을 맞서서 견디는 겨울나무 같다고 느낀다. 겨울나무 속엔 봄을 준비하는 에너지가 가득하다. 새순을 움트게 할 에너지들! 봄을 기다리는 나무이다. 늙은 고목에 새순이 돋으면 얼마나 고울지 상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