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조각 만들기 두 번째 단계. 스티로폼(styrofoam)을 원하는 크기로 절단하고 붙인 후 큰 면은 열선으로 깎지만 세부는 긴 칼로 묘사한다. 김경원 작가는 “사각형태가 다듬어지면 나무를 깎던 중노동을 생각하며 감사의 맘이 올라온다. 이만한 나무는 구하기도 어렵고 단단해서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이만큼의 흙을 붙여나가는 것도 엄청난 에너지가 소요된다. 이만한 덩어리를 순식간에 다룰 수 있다는 게 좋다. 작업에 속도를 붙여주는 스티로폼을 조각을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라고 말했다.

 

여름의 열기가 여전했던 8월초였다. 경기도 군포시 산본로, 공장들이 밀집한 한 건물의 2층 에 소재한 김경원 조각가의 작업실은 작업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조각이라는 작업특성상 그 자체가 하나의 중노동임을 감안할 때 여류작가의 노력이란 실로 가까이서 보면 구슬땀을 흘리는 그 이상의 소명의식을 절감하게 했다.

 

▲ 자네! 왜 늘 배우려하는가?(수녀님)Hey You! Why Are You Always Trying to Learn?(A Nun), 27×18×30cm 토우(Teracota), 2013

 

작가는 지난 1992년부터 문화유산답사를 해오고 있다. “삶과 인생을 통해 눈을 뜨게 하고 내 작업에 화두를 던져주었다”라고 작가가 말 할 만큼 발품은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인물들 속 그 토우들의 이미지에서 각각의 이야기와 개별성 그리고 신화스토리를 건져 올리게 했다.

“경주 남산의 작은 골짜기 불곡감실석조여래좌상 그 마음의 고향 같은 얼굴에서 땅을 닮아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았다. 자그마한 바위 속을 감실로 삼아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있는 모습은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소원을 들어줄 것 같은 우리를 닮은 성모님의 모습이었다. 그 얼굴은 과거 속 또 다른 나의 모습”이라고 메모하고 있다.

 

▲ 포옹(hug), 작업용 목업, 6.2×7.3×15cm 토우(Teracota), 2008

 

김경원(KIM GYEONG WON)작가는 “도덕경에 ‘세상이 평화로우려면 모든 이가 통나무 같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겉치레나 모양내지 않으며 담대함을 지닌 작품을 만들고 싶다. 토우, 나무와 쇠로 작업의 재료를 넓혀온 건 질료가 주는 존재감 때문이었다. 조각은 덜어내는 작업이다. 그렇게 하려면 내 안의 느낌을 숙성시키는 평상심의 유지가 요구된다. 그러한 명상적 마음의 고요에서 여백이 읽혀졌다”라고 토로했다.

 

▲ 큰 조각 만들기 첫 번째 단계. 확대해서 조각하기 위해 목업(mock-up)을 보고 스티로폼 4면에 밑그림을 그리는 장면. 3D스캐너가 있는 시대이지만 비용도 많이 들고 무엇보다 작업용 목업이 형태를 키웠을 때 오류가 많다. 김경원 조각가는 “컴퓨터는 감성을 전달하지 않는다. 큰 작업을, 작은 작업을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다른 작업이 된다. 형태를 잡아나가고 씨름하다 보면 어느새 만들어진 조각이 좋다. 큰 것은 큰 것대로 무게감이 주는 에너지가 있다. 공간을 점유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작업추구 방향에 대해 물어보았다. “내 작업의 근원은 사람과 자연이다. 나의 작업은 역사와 문화적 증거로서 존재하는 사람들을 통해 시대적인 이치를 파악하고 한국적인 정신성이 깃든 것을 찾아내고자 하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