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 논란에 휘말린 갤럭시노트7 사태가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다. 19일부터 새 제품 교환에 들어가는 한편 오는 28일 판매 재개를 시작하지만 초반 기세를 올리고 있는 아이폰7과의 하반기 경쟁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에 지난 2일 발표한 대대적 리콜 선언을 넘어서는 강력한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ATL로 교체...밀리고 있음을 인정하라?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SPC)가 15일(현지시각) 갤럭시노트7 공식 리콜 명령을 내렸다.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었으나 이는 이미 예견된 일이며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악재가 아니라 일종의 기회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공식 리콜 일정을 빠르게 전개시키며 사태 진작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CSPC는 중국 ATL 배터리가 탑재된 갤럭시노트7 사용을 승인하며 판매 재개 후 빠른 수습에 나설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초 발화 논란과 더불어 이번 사태의 원인을 대기업의 계열사 의존증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삼성SDI의 경우 글로벌 소형 배터리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파우치형 배터리 영역에서는 아직 뚜렷한 존재감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삼성전자가 자사의 갤럭시노트7에 삼성SDI의 파우치형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 물량을 대거 탑재하며 작금의 사태를 자초했다는 주장이다.

중국 엔지니어가 주축이 되어 일본기업의 자금이 들어간 ATL이 아이폰7에도 물량을 공급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전격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교체용 갤럭시노트7에 ATL의 배터리를 전량 탑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중국 시장에 풀린 갤럭시노트7의 경우 ATL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1857대를 자발적으로 리콜했으나 이는 1일 출시전 이벤트 물량으로 풀린 기기이기 때문에 아직 ATL의 존재감은 건재한 상태다. 일각에서 중국에서의 갤럭시노트7 폭발 현상이 보고되기는 했으나 이는 ATL 배터리와의 연결고리가 확인되지 않는다.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삼성은 배터리, 특히 최근 스마트폰의 대세인 파우치형 배터리 제작에 있어 나름의 선택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어떤 판단이 내려지든 계열사 몰아주기 및 경쟁력 제고에 대한 기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책임론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정도의 개조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물론 갤럭시노트7의 기본적인 성능에 대한 믿음을 다시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 출처=삼성전자

아이폰7과의 전쟁
혁신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현재 아이폰7의 초반기세는 예상을 상회하는 뜨거운 열풍이다. 미국의 이동통신사 T모바일과 스프린트 등에 따르면 아이폰7 시리즈의 판매는 이미 2년 전 아이폰6 시리즈 출시 때보다 거의 4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판매 현장의 분위기가 잠잠하다는 말도 나오지만, 변할 수 없는 사실은 '아이폰7의 인기가 엄청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을 8월 초 출시하며 하반기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경쟁 주도권을 선점하려고 했다. 하지만 폭발 논란에 휘말리며 리콜에 따른 판매 재개 일정이 다시 셋팅된 상태다. 오는 28일 판매 재개가 되면 갤럭시노트7의 진짜 출시는 9월 말이 되는 셈이고 이는 아이폰7 1차 출시와 맞물린다.

강력한 라이벌과의 전투 시기를 피하고 시장 선점을 노렸으나 모든 계획이 틀어졌으며, 결국 상처입은 상태에서 진검승부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심지어 아이폰7은 미국 대선 시기와 연결되며 보호 무역주의의 비호까지 받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갤럭시노트7이 아이폰7와 어쩔 수 없는 전쟁에 나서더라도 사태를 왜곡하거나 애써 의미를 부여하는 방향성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의 보호 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것도 사실이며 아이폰7이 최근 애플 아이폰 부진 연장선상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지점에만 집중해 사태를 축소하는 것은 삼성전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언론 플레이보다 갤럭시노트7의 새로운 가능성에 더욱 역량을 모아 브랜드 가치를 다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 출처=애플

최고의 시나리오와 최악의 시나리오
갤럭시노트7을 논란을 통해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경쟁력에 있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완전히 기회를 놓쳤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갤럭시노트7 논란이 벌어지기전 기능만으로는 최강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라는 찬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후대책도 나쁘지 않다. 전격적인 리콜 선언에 이어 기민한 대응 능력을 보여줬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물론 세계 주요 항공기 기내 반입 금지 및 정부 차원의 제재가 시작되며 브랜드 가치에 큰 타격이 생겼으나 아직은 버틸 수 있다는 뜻이다.

신뢰 회복을 위한 단초도 보인다. 최근 미국의 IT매체 안드로이드 폴리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네티즌 1만1752명 가운데 39%에 달하는 4611명이 "갤럭시노트7 사태로 삼성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나 신뢰가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GSM 아레나의 설문조사도 비슷했다. 갤럭시노트7을 구입한 응답자 7465명 중 63%가 "교환을 기다리겠다"고 전했기 때문이다. 삼성이 지금까지 쌓아온 브랜드 가치는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교환을 더욱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고객들이 갤럭시노트7 교환을 위해 대리점에 가는 불편함을 최대한 덜어내는 방법론까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조사의 잘못으로 고객들이 불필요한 이동을 한다면, 이에 대한 일정정도의 보상도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큰 그림을 보자면 역시 타이레놀 시나리오가 가장 긍정적이다. 악의적 테러로 인해 피해를 입었지만 투명하고 빠른 대응으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했던 타이레놀의 방법론은 분명 지금의 삼성전자가 반드시 짚어내야할 포인트다. 정보의 공개를 위한 투명한 접점을 꾸준히 만들고 이와 관련된 정보를 수시로 공개하는 방식도 필요하다.

반면 소니 배터리 리콜은 관련 사업부 매각이라는 결과를, 도요타 급발진 논란은 아키오 회장의 미국 의회 청문회 출석이라는 결과를 야기한 만큼 현재의 삼성전자가 반드시 지양하고 멀리해야할 케이스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은 사내 등기이사 선임을 수락하며 대외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도행이 대표적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15일(현지시각) 인도를 방문,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만났다. 이 부회장은 모디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삼성은 인도의 'Make in India', 'Digital India' 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인도정부와의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인도를 전략거점으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출처=삼성전자

HPE에 프린팅 사업을 매각하고 샤프를 비롯한 ASML·시게이트 등 해외 투자자산도 매각하고 있다. 사업 환경의 변화에 맞춰 과거에 투자한 자산을 효율화해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큰 그림을 통해 삼성전자의 건재함을 알리는 한편 최대한의 수습대책을 연이어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중론이다. 사태를 반전시킬 새로운 국면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