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하면 유럽이 떠오른다. 유럽 노천카페에서 연상되는 평온함이 커피와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한국 커피 시장에서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가 유명하다. ‘Illy’와 ’Lavazza’도 이탈리아 브랜드다. 그런데 이들 브랜드가 인도산 커피생두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생두 생산 세계 6위의 인도는 수확된 커피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며, 그중 22%를 이탈리아로 보낸다. 그것이 이탈리아 브랜드를 달고 한국으로 재(再)수출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의 로스팅도 인도에서 한다. 우리는 그저 ‘이탈리아 브랜드’를 마실 뿐이다.

지난 칼럼에서 인도 경제의 3대 배경인 자원·시장·태생적 글로벌 환경을 언급했다. 이번에는 자원 이야기이다. 인도의 자원은 천연자원과 인적자원 그리고 문화자원으로 구분된다.

먼저, 천연자원은 지하자원뿐 아니라 농수산물, 태양열·풍력 등 재생에너지원을 망라한다. 한국 대기업도 지하자원 활용을 시도했다. 포스코의 인도 오딧사 120억달러 프로젝트는 풍부하고 저렴한 철광석 자원을 활용하려 했던 글로벌 비즈니스 실천이었다. 다만, 원만치 못한 협상관계로 인해 사업이 중단된 안타까운 사례이다.

농업 부문에서는 계약 재배는 물론 가공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도 진출이 줄을 잇는다. 스위스 기업이 투자한 네슬레 인디아가 대표적 사례이다. 잠재력 큰 이 분야에 한국 기업의 진출은 없다. 할랄(Halal) 인증 제품을 생산할 때 인도 농산물과 인적 자원을 이용한다면 인구 18%인 무슬림 인도인(2억3000만명)의 내수시장은 물론 인근 중동과 아프리카의 이슬람 상권을 겨냥한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한국의 대기업들도 이런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일본은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가 발간한 전략 보고서를 통해 인도 농업의 구체적 활용전략을 제시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펼치고 있다.

인적자원의 경우 관련 비즈니스 사례가 많다. 인도 인구의 평균 연령이 다른 인구대국에 비교하여 절대적으로 젊다는 것과, 인구분포의 하부구조(0~9세)가 두터워 지속적으로 산업 활동인구를 배출하는 데에 이상적이라는 인구통계학적 분석에서 인적자원의 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 커피를 선별하고 있는 인도 여성들.

한국 GS건설이 해외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세운 델리와 뭄바이 설계센터처럼, 1000여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R&D센터가 인도 곳곳에 포진한 것은 바로 이들 인적자원을 활용한 결과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경우는 해외 기업과 비교하여 활용이 매우 저조하다. 인도 현지의 현대자동차, LG, 삼성전자 그리고 GS건설 등이 의미 있는 사례일 뿐이다.

현재 한국에 장기체류 중인 인도인은 약 1만명이다. 그 25%인 2500여명이 수원에 있다. 상당수는 삼성전자의 관련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다. 이처럼 인도 안팎에서 한국 기업의 인도 인적자원 활용은 대기업에 의해 특정 전문분야에서 주로 진행 중이다. 수년 전 진출한 마이다스IT 등을 제외하고는 중견 중소기업에선 사례를 찾기 어렵다.

외국 기업들은 이와 달리 소기업도 활발히 이용하고 있다. 인도 연방수도 델리 인근에 구르가온이라는 위성도시가 있다. 이곳에서 한 미국인이 의료 전문 비즈니스프로세스 아웃소싱(BPO)기업을 운영하여 연 2000만달러 매출을 올리고 있다. 미국 본사에서 본인 포함 단 3명이 마케팅을 하고 모든 매출은 직접 투자한 200여명의 인도 지사(支社)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인도 문화자원의 경우 글로벌 융합 비즈니스가 있다. 2009년 개봉한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는 세계 시장에서 3억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인도를 배경으로 한 영국 감독의 할리우드 자본 영화였다. 고대 인도 전통의학의 요체인 아유르베다에 기초한 천연원료를 화장품에 적용한 미국 회사 AVEDA는 2015년 108억달러 매출의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 유구한 역사적 존재감 그리고 3000여만명 인도인의 디아스포라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인도 ‘문화’의 글로벌 영향력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인도는 ‘자원’이다. 인도 경제는 1991년 대외개방 이후 꾸준히 그 폭을 넓혀왔다. 이제 자원 활용에 이르기까지 개방되었다. 광물자원을 제외한다면 농업분야에서도 최소한의 조건으로 100% 소유까지 가능하다. 가공업에서는 제한은커녕 오히려 식품가공 경제특구에서 세제 혜택 등 정부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인력 및 문화자원 활용에서도 완전개방의 범주에 있다. 이 점에서 보면 해외진출이라는 전략목표를 두고서도 가치창출시킬 비즈니스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 기업으로서는 인도가 바로 ‘글로벌 비즈니스 자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