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가운데 중국에서도 심상치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더불어 갤럭시노트7 논란에 직면한 삼성전자의 미래 방법론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일파만파'
삼성전자는 2일 기자회견을 열어 갤럭시노트7 글로벌 리콜을 발표했다. 이어 미국 및 한국 시장 기기 공급을 중단하는 한편 예정되었던 유럽 시장 출시도 잠정적으로 연기한 상태다. 당시 고동진 무선사업부 부장(사장)은 기자회견에서 “갤럭시노트7을 아껴준 많은 사람들에게 죄송하다”며 “염려를 끼치게 되어 대단히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국내외에서 갤럭시노트7이 폭발했다는 증언이 계속 나오는 가운데 9일(현지시각)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성명을 발표해 갤럭시노트7 내부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과열되어 폭발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관련 안전사고를 자신들의 홈페이지로 신고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미주법인 삼성일렉트로닉스아메리카(SEA)도 즉시 성명을 발표, 갤럭시노트7 이용자들에게 전원을 끄고 사용을 중지하라고 요청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전격적인 리콜 방법론도 나왔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초기 생산된 갤럭시노트7을 소유한 고객은 오는 19일부터 전자제품 매장 및 대리점을 통해 새로운 제품으로 교환할 수 있다. 교환 첫 날에는 10만 대 이상의 물량이 풀릴 전망이며 이후로는 하루에 5, 6만 대가 교환될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노트7 TV광고를 중단한 삼성전자는 14일 주요 언론매체를 통해 전격적인 사과광고를 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SDI가 아닌 중국 ATL의 배터리를 사용해 폭발에 있어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던 중국향 갤럭시노트7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신경보를 비롯한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민용항공국은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갤럭시노트7 기내 반입을 전격적으로 금지했다. 동시에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에서 판매된 갤럭시노트7 일부에 대해 전격적인 리콜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제조일 기준 7월 20일부터 8월 5일까지 현지에 풀린 1858대가 대상이다. 1일부터 출시된 갤럭시노트7은 대상이 아니며 이벤트 및 교환용 스마트폰으로 미리 풀린 물량만 해당된다. 일단 ATL의 배터리는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 출처=뽐뿌

타이레놀과 도요타, 소니 논란
갤럭시노트7 논란이 거세게 타오르는 상황에서 일단 삼성전자는 나름 기민한 대처를 보여주고 있다. 문제가 있음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빠르게 상황에 대처하는 분위기는 일단 고무적이다.

물론 '당연한 조치'임은 분명하지만 최소한 사태를 외면하거나 무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행보는 인정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중론이다. 칭찬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정은 해야한다는 뜻이다.

타이레놀과 도요타, 소니의 논란이 반면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먼저 타이레놀. 1982년 9월 당시 12살 소녀인 메리 켈러만이 타이레놀을 복용하고 사망한 후, 비슷한 시기에 타이레놀을 복용한 사람들이 연쇄적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타이레놀의 잘못이 아닌, 누군가의 악의적인 테러였다.

하지만 타이레놀을 제조하는 존슨앤존스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이미 시장에 풀린 타이레놀 3100만 병을 전격적으로 회수한다. 언론과의 스킨십을 통해 문제해결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한편 후속 보상대책도 빠르게 도출해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타이레놀의 사례는 삼성전자가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다. 물론 갤럭시노트7 문제는 악의적인 테러인 타이레놀 사건과 배경부터 다르지만, 일단 삼성전자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내기 위해 나름의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대세다. 빠른 사과와 투명한 대책 마련. 삼성전자가 추후 반면교사로 삼기에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도요타 리콜 논란도 삼성전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8년 최초 급제동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을 무렵 도요타는 이를 무시하고 책임회피에 급급했다. 이러한 도요타에 분노한 고객들은 문제가 불거진 프리우스는 물론 고급 기종인 렉서스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상실하고 말았다. 이후 미국 시장 점유율은 크게 떨어졌으며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미국 의회에 불려가 사죄하며 눈물까지 흘려야 했다.

도요타 리콜 논란은 삼성전자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시나리오다. 다만 삼성전자는 도요타처럼 문제를 은폐하거나 축소시키지 않았으며, 현재의 상황도 일단은 다르게 흘러가는 분위기다. 빠른 리콜과 사과, 그리고 후속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가장 '두려운 케이스'로 삼아야 한다.

소니의 사례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2006년 미국의 델 컴퓨터가 폭발 논란에 휘말리며 400만대 이상의 자사 노트북 PC에 포함된 소니 리튬이온 배터리 팩을 리콜하자 자연스럽게 소니의 경쟁력도 치명타를 맞았다. 당시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최강의 자리를 지키던 소니였으나 대규모 리콜은 그 지위를 크게 위협하고도 남았다. 결국 소니는 그 후유증을 이기지 못하고 올해 7월 해당 사업부를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남은 길은 하나...'신뢰'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은 분명 비판받아야 할 최악의 결함이며, 이는 어떠한 말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대한 비판과 타격은 온전히 삼성전자의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현재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브랜드 가치를 다시 살리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앞으로 삼성전자는 미국 대선의 여파 중 하나인 보호무역주의의 기습, 중국의 과도한 자국 중심주의의 벽을 넘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현 상황에서는 빠르게 사태를 수습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