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신작 ‘오버워치’가 그 동안 게임 세계를 군림했던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롤)를 눌렀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는 분명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그렇다면 오버워치는 어떻게 롤의 질주를 막을 수 있었을까.

▲ 출처:오버워치 홈페이지

우선 오버워치는 롤의 1인칭 시점 플레이, 즉 ‘롤의 1인칭 버전’으로 불린다. 3인칭 쿼터뷰로 진행되는 롤과는 게임의 몰입감이 다르다. 하지만 정작 흥미로운 점은 두 게임의 장르가 MMORPG 아니라는 점이다. 캐릭터를 육성하며 빠져드는 중독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 게임의 흥행요인은 무엇일까. 우선적으로 가장 큰 요인은 ‘전략’을 들 수 있다. 오버워치와 롤 모두 캐릭터 선택에 따른 팀별 조합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통해 상대방과 싸울 때 유리한 고지를 점령함은 물론 팀원 간 호흡이 전투에 있어서 큰 영향을 미친다.

오픈월드가 아닌 일정한 공간에서 양 팀이 싸우는 형태지만 전략 측면에서 있어서 자유도는 두 게임 모두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심지어 이런 부류의 게임은 유저들이 개발자조차 예상치 못한 전략을 구성해 새로운 플레이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경이롭기까지 하다.

넥슨의 서든어택2가 종료되자 일각에서는 ‘오버워치 때문에 망했다’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유저들은 “말도 되지 않는 비교를 하지 말라”며 소리친다.

하지만 오버워치, 롤 등의 게임에 숨어있는 진정한 묘미는 각 캐릭터들의 스토리다. 각 캐릭터들의 전투 참여 배경은 물론 캐릭터 간 연관관계는 유저들로 하여금 게임 몰입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오픈월드 방식이 아닌 제한된 맵에서 전투를 치르다 보니 업데이트 측면은 캐릭터에만 집중된다. 즉, 개발사가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 때 그 스토리를 구성하고 그에 맞는 스킬을 구사하도록 구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 게임의 과금체계는 어떨까. 오버워치는 패키지 구매, 롤은 무료다. 물론 두 게임내에서 부분 유료 과금체계도 존재하지만 이를 굳이 설명하지 않는 이유는 ‘실력’에 유료 아이템이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유료화 아이템은 필요성은 유저의 기호에 따른 것이지 게임을 플레이함에 있어서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들은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으며 지속적인 캐릭터의 업그레이드로 장수 게임으로서의 기반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유저들은 이를 ‘소장’하고 싶어 한다.

왜 스토리텔링을 논하는가

스토리텔링은 과거 ‘글쓰기’로 한정돼 표현됐지만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면서 스토리를 디지털 환경에서 다양한 멀티미디어 툴을 활용해 창조되기 시작했다.

▲ 전통적 스토리텔링과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차이점 [출처: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이는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라 불린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크게 디지털 인터렉티브 스토리텔링과 디지털 리니어 스토리텔링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상호작용을, 후자는 전달 자체 방식에 좀 더 큰 의미를 둔다.

여기서 디지털 인터렉티브 스토리텔링의 대표 주자가 바로 게임이다. 개발자와 유저, 유저와 유저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방식으로 그 배경에는 스토리라는 아주 기본적인 요소가 깔려 있다.

한편, 디지털 리니어 스토리텔링은 영화, 드라마 등으로 대표될 수 있으며 이는 영상, 음악 등과 함께 조화를 이뤄 보는 이로 하여금 빠져들게 만든다. 이 역시 스토리라는 기본적 요소가 짙게 작용한다.

스토리에 기반해 업데이트가 이뤄지는 방식을 게임으로 대표한다면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는 이를 리메이크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성능이 좋은 멀티미디어를 이용해 스토리를 부각시킨다 한들 스토리 자체가 부족하다면 이들의 ‘흥행’ 가능성은 제로(0)가 된다.

또 스토리를 디지털화 시키는 과정에서 상호작용을 중시할 것인지 혹은 전달 자체에 큰 의미를 둘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말 그대로 스토리의 파급력은 그 ‘집중력’에서 나온다. 어설픈 스토리를 보완하기 위해 단순히 멀티미디어 도구를 활용하는 것은 시간과 돈 모두를 낭비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미디어별로 스토리를 구현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도구는 분명 제한적이지만 궁극적으로 스토리는 모든 분야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베이스 역할을 한다. 소설이 영화, 드라마, 게임 등으로 만들어지기는 쉬워도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의 디지털 요소가 가미된 것들이 소설로 성공하기는 어려운 것처럼 스토리의 중요성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라는 큰 주제 하에 유독 게임을 언급한 이유는 디지털 인터렉티브 스토리텔링이라는 가장 대표적이면서도 유저들과 직접적으로 상호교류할 수 있는 게임의 특성을 국내 업체들이 다분히 사용하지 못한 데 있다. 하지만 스토리 텔링의 미흡함은 비단 게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내 드라마, 영화, 음악, 뉴스 등 다양한 콘텐츠 분야에도 존재한다.

최근 지식 기반 사회에 고도의 부가가치를 가지는 요소로 인지적 요소보다는 심미적 요소가 강조되고 있으며 이에 문화산업은 미래의 기반산업으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자원, 기술 등의 측면에서 괄목할만한 성공을 거뒀지만 여전히 선진국들과의 장벽이 존재한다. 물론 스토리를 창조해내는 능력도 뒤쳐져 있지만 지식기반 산업의 기본을 담당하는 스토리에는 장벽이 존재할 수 없다. 그만큼 여타 분야 대비 한국이 디지털 스토리텔링 분야에서 선두주자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사실 스토리, 그리고 더 나아가 디지털 스토리텔링에서 가장 뒤쳐진 분야는 다름 아닌 뉴스다. 물론 뉴스는 오랜 기간 텍스트를 통해 사실을 전달하는 검증된 형태지만 독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에 표현의 형태도 상당히 제한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특정 사실에 대한 왜곡보도 등도 문제시 되고 있다.

‘소장가치’에 대한 답을 구하라

지난 2013년 <뉴욕타임즈>에서 가장 많이 읽힌 기사는 ‘사투리 퀴즈’였다. 놀라운 점은 심층보도 혹은 기획 등 언론이 자랑하는 모든 것을 퀴즈가 앞질렀다는 것이다. 퀴즈의 경우, 이용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경쟁을 유발하며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스토리를 디지털화 시켜 인기를 얻거나 ‘뉴스 디지털 스토리텔링’ 자체를 판매할 수 있다면 언론사들에게 이만큼 좋은 환경도 없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디지털화 된 스토리에 대해 유저가 ‘소장가치’를 느끼는가에 있다.

즉, 책, 게임, 영화, 드라마, 음악, 동영상, 뉴스 등에서 직접적으로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유저의 소장가치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소장가치에 대한 해답을 구하지 못한다면 스토리를 디지털화 시키는 것은 단순 낭비일 뿐이며 스토리 자체를 구성하는 일도 무의미하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단순 스토리텔링을 뛰어넘어 언어적 요소 외에 다른 요소들을 아울러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 따라서 게임업체들의 경우 스토리의 부재도 문제지만 궁극적으로 이를 어떻게 구현해 낼 것인가의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발상의 문제라 할 수 있는 시점에서 ‘포켓몬고’의 등장은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데 큰 의의를 둘 수 있다. 증강현실이지만 포켓몬을 ‘소장’한다는 개념이 유저들에게 인식된 셈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는 ‘개척‘보다 기술의 ‘융합‘이 이뤄낸 산물이다.

그렇다면 언론의 뉴스콘텐츠 고민도 여기서 출발한다. 뉴스를 어떻게 디지털화 시켜 궁극적으로 소장가치를 부여하는지 여부다. 아직 이에 대한 뚜렷한 해답은 없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게임의 요소를 접목시키는 언론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이 또한 융합의 한 형태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단연 스토리다. 스토리조차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은 국내 문화콘텐츠 산업은 그 수준을 인식하고 재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