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맥도날드 최현정 셰프 출처=한국 맥도날드

“햄버거는 요리사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도전’입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힐튼호텔 키친, 시카고 페얼먼트 호텔 키친 근무, 미국 요리학교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요리과정 수료 및 우등 졸업, 2004년 미국 요리 대상(Culinary Arts Award) 수상 등 최현정 셰프는 수없이 많은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수많은 이들이 그녀에게 묻는다. 많은 메뉴 중에 햄버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그런 이들에게 최현정 셰프는 늘 ‘친절하게’ 위와 같이 답한다. 사람들에게 각인된 햄버거에 대한 고정관념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요리로써 햄버거를 대하는 최 셰프의 철학은 남다르다. 수많은 재료들이 가진 특성의 조합으로 가장 이상적인 ‘맛’을 구현하는 요리 예술이라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명절 연휴를 앞둔 날임에도 내년을 겨냥한 맥도날드의 신메뉴 개발로 연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최현정 셰프를 만나 그녀의 요리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요리 인생의 시작, 타버린 ‘도넛’ 

최현정 셰프가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재미있게도 ‘타버린 도넛’이었다. “많은 요리사들이 그랬겠지만, 저도 어릴 적부터 요리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있었어요. 어린 마음이었지만 음식을 만든다는 것이 참 멋있어 보였던 것 같아요”라며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그래서 한 번은 우리 집에서는 부모님께서 못 하게 하실 것 같아 친구네 집에서 도넛 만들기를 시도했는데요, 온도 조절을 잘 하지 못해 도넛은 모두 태워버렸고 거기에 기름이 몸에 튀어 화상까지 입었습니다. 그쯤 되면 무서워서 그만할 법도 한데 오히려 언젠가는 도넛을 만들고 말겠다는 묘한 승부욕(?)이 생기더라구요. 그 이후로 저는 요리가 더 좋아졌습니다. 어린 시절에 가졌던 요리에 대한 마음들이 저를 지금의 자리로 이끌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요리를 향한 열정, 메뉴 개발자의 길로 이끌다 

미국 요리 학교 CIA를 수료한 후, 최 셰프도 많은 요리사 지망생들과 마찬가지로 모두가 선망하는 일류 호텔 셰프가 되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꾸준히 정진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모든 음식에 ‘정통한’ 요리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많은 레스토랑을 찾아가 현장을 배웠어요. 고생도 참 많았죠. 흔히 요리 드라마에서 비쳐지는 주방의 모습 하면 괴팍한 성격으로 요리사들을 괴롭히는 총괄 셰프, 그 밑에서 온갖 고생을 하며 ‘눈물 젖은 밥’을 먹는 견습 요리사들이 떠오를 텐데요. 실제 현장은 훨씬 더 엄격하고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미국에서의 요리사 생활을 마치고 최현정 셰프는 2006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간 준비해온 경력들을 바탕으로, 한국의 일류 레스토랑에서 다시 일할 준비를 하고 있었죠. 그러나 상황은 의외로 녹록지 않았습니다. 일부 레스토랑에서는 제 경력이 ‘오버스펙(Overspec)’이라며 마다하는 곳도 있었죠. 마침 당시 한국에서는 프랜차이즈의 인기가 높아지며 주요 식품 기업들은 요리사 경력이 있는 ‘메뉴 개발자’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다소 생소한 분야임에는 틀림없었지만,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메뉴 개발자의 길로 들어서게 됐습니다.”

▲ 한국 맥도날드 최현정 셰프. 사진= 이코노믹 리뷰박재성 기자

새로운 도전, 그리고 햄버거 

최현정 셰프는 국내 식품 기업 S사에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브랜드들의 새로운 메뉴를 직접 개발하는 업무를 맡았다. 대중적인 입맛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많은 이들로부터 메뉴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얻는 보람은 그녀에게 하나의 기쁨이었다. “네티즌들의 시식 후기가 제일 무서웠죠. 애써서 만들어낸 제품들이 냉정하게 평가받는 것이니까요. 가끔 보이는 부정적인 반응들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그러한 피드백 한마디 한마디는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죠. 그래서 더욱 열심히 일에 매달렸습니다.” 그리고 최 셰프는 다시 한 번의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다. 바로 ‘햄버거’였다. “햄버거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햄버거라는 메뉴는 요리사로서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맥도날드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최현정 셰프는 지난 2014년부터 맥도날드의 메뉴 개발자로 일하게 됐다.

‘슈비버거’ 개발 에피소드  

맥도날드와 애니메이션 <미니언즈>의 프로모션으로 출시된 메뉴인 ‘슈비버거’는 최현정 셰프가 직접 개발해 대외적으로 공개된 첫 메뉴다. 이 메뉴의 개발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본사에서 <미니언즈>로 새로운 메뉴를 만들라고 해서 애니메이션을 봤습니다. 세상에, 햄버거와 연결시킬 수 있는 포인트가 도무지 보이질 않았습니다. 본사 지침이니 만들긴 해야겠고, 막막했습니다. 그러던 중 주인공들이 바다에 있다가 육지에 오르는 장면을 봤죠. ‘이거다’ 싶어서 바다의 식재료인 ‘새우’와 육지의 식재료인 ‘쇠고기 패티’를 버거 하나에 담아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그 즉시 만들어봤죠. 그러나 햄버거의 단독 패티로 쓰이면 모를까 두 식재료는 생각처럼 잘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 끝에 두 재료의 맛을 절묘하게 섞는 소스를 개발했고, 그렇게 탄생한 슈(슈림프)비(비프)버거는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는 메뉴가 됐습니다.” 슈비버거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최현정 셰프는 이후 1955버거(파이어‧스모키), 앵그리버드 버거, 맥도날드 시그니처 버거 시리즈 등 수많은 히트 메뉴들을 개발해냈다.

▲ 최현정 셰프가 개발한 맥도날드 신메뉴들. 출처= 한국 맥도날드

해외로 수출되는 우리 ‘맥도날드’ 레시피 

빅맥·치즈버거 등은 맥도날드의 기본 메뉴로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똑같은 맛을 낸다. 그 외에는 각 나라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메뉴(우리나라의 경우 불고기 버거) 등이 있다. 그런데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개발돼 해외 맥도날드로 ‘수출된’ 메뉴들도 많다. 이를테면 ‘1955 버거 파이어 버전’은 이탈리아 맥도날드로 레시피가 전해졌고, 앵그리버드 버거 핫 소스의 레시피, 맥도날드 츄러스 등은 홍콩, 스페인 등 해외 맥도날드로 전해졌다. 이상의 메뉴들은 모두 최현정 셰프가 직접 개발한 것들이다.

“로컬(각 국가별) 메뉴들 중에서 성공을 거둔 제품들은 미국 맥도날드 본사와 각 해외 매장으로 레시피가 공유되죠. 한국 맥도날드의 경우 과거에는 주로 레시피를 ‘받는’ 입장이었다면,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수출되는 메뉴도 많이 생기게 됐습니다. 메뉴 개발자로서 많은 책임감이 생기는 부분이죠. 앞으로도 저를 통해서 더 많은 한국 맥도날드의 메뉴들이 세계로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저도 더 열심히 메뉴를 만들어야겠고요.”

인터뷰 말미에 최현정 셰프는 덧붙였다. 항상 햄버거를 생각하고, 맛보고 만들고 있지만, ‘그럼에도 햄버거가 가장 어렵다’고. 그런 그녀의 말에서 뭔가 ‘더 대단한 것’을 숨기고 있는 듯한 겸손함이 느껴졌다. 앞으로 선보일 최현정 셰프의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들을 전 세계인들이 공유하고 즐기는 날들이 기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