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메신저 계정에 결제모듈을 장착한다고 밝혔다. 메신저 중심의 분리형 생태계를 고도화시키는 한편 채틸봇을 활용한 나름의 방법론을 소개한 지점이라 눈길이 쏠린다. 페이스북의 전자상거래 가능성도 관심사다.

데이비드 마커스 페이스북 부사장은 12일(현지시각) 테크크런치 SF2016에서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앱을 떠나지 않은 상태에서 결제를 실시할 수 있을것"이라고 밝혔다. 신용카드 정보를 미리 입력하면 메신저를 떠나지 않고 바로 결제를 지원한다는 뜻이다. 데이비드 마커스 부사장은 이를 구현하기 위해 주요 카드사 및 페이팔 등과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페이스북은 샵 섹션 서비스 등을 통해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도 변신하고 있다. 막대한 이용자와 B2B 고객을 거느린 상태에서 일종의 페이스북 장터를 구축하는 셈이다. 데이비드 마커스 부사장이 설명한 메신저 앱 결제모듈은 이러한 전자상거래 플랫폼 구축을 위한 승부수인 셈이다.

▲ 출처=페이스북

흥미로운 지점은 메신저와 채팅봇이다. 먼저 메신저는 페이스북과 별도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나름의 역할론을 부여받고 있다. 자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기는 어렵지만 생태계의 외연적 확장을 노릴 수 있다는 점은, 위챗을 선봉으로 삼아 이종 생태계에 뛰어드는 텐센트 사례만 봐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페이스북 메신저는 이 대목을 적절하게 파고들고 있다.

여기에 채팅봇이 일종의 기폭제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채팅봇은 별도의 다운로드가 필요없으며 모바일에 최적화된 수단이다. 나아가 가성비가 뛰어나고 사용자 경험적 측면에서도 일종의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채팅봇을 전자상거래-독립된 생태계로의 메신저에 결합하면 나름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채팅봇은 다양한 SNS 및 오프라인 회사도 즐겨 사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페이스북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구축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페이스북은 전자상거래 실험을 거듭하며 나름의 부침을 겪어왔다. 2009년 야심차게 인터넷 쇼핑 서비스를 시작하며 기세를 올렸으나 기존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 무릎을 꿇었던 흑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현재 메신저와 채팅봇까지 동원하며 나름의 활로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왜 전자상거래일까? 실질적인 수익확보와 더불어 생태계의 확장적 측면에서 유리하다. 특히 후자의 경우 막강하고 독단적인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상상이상의 비즈니스 모델 창출도 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일종의 데이터 확보로 보인다. 이용자의 성향과 위치, 심지어 구매도를 정교하게 산출하면 이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알리바바와 아마존과 달리 상품을 '중개'하는 강력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곳으로는 국내의 네이버가 꼽힌다. 추후 페이스북의 전략도 현재의 네이버와 비슷한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메신저와 채팅봇의 등장은 네이버 쇼핑 플랫폼 전략 이상의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여겨진다.

데이비드 마커스 부사장은 지난 2014년 페이팔 최고경영자에서 페이스북 메신저 총괄로 이직한 인사다. 전자상거래 전문가인 그가 페이스북의 메신저 총괄로 이동했다는 것은, 결국 페이스북이 자체 플랫폼 및 메신저 경쟁력으로 '황금광산'인 전자상거래 시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한다. 페이스북의 실험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