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제유가를 둘러싼 상황은 복잡하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어느 때보다 동결에 적극적이지만 여전히 산유국들이 생존을 위한 증산은 둔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수요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여전히 공급과잉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연말까지 국제유가가 하향안정화 될지 아니면 상향 안정화될 것인지 여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유국들, 알제리 회담에서 협력 가능성 낮아

국내 증권가에서는 “상반기 유가가 26달러의 저점에서 반등한 데에는 사우디와 러시아 간 시작된 생산조정 논의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며 “회의가 확정되고 4월까지 40달러 대를 넘어섰고, 이후에는 셰일 오일 생산 감소로 인해 상승세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미 인위적인 조정 없이 셰일 오일 생산 감소에 의해 원유 수급이 균형을 회복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생산 조정 논의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당시보다 많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계절적 수요의 비수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알제리 산유국 회의와 이후 11월 말에 예정된 OPEC정례회의까지 가격에 하방 경직성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 이란을 위시로 생존형 증산 추세 유지

9월 26~28일 알제리에서 열리는 국제에너지포럼에서 OPEC을 비롯한 산유국들의 비공식 회동이 예정돼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4월 카타르 도하 회담 결렬과 같이 이란이 산유량 동결이나 감산에 합의할 가능성이 낮다며 실제로 협력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이란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360만 배럴로 경제제재 해제 이후 70만 배럴 이상 증가했으나 380만~ 400만 배럴에 이르기 전까지 합의 가능성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이란은 오는 26일 알제리에서 열리는 산유국 회의에서 산유량을 동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란 국영석유회사(NIOC)의 국제담당 임원 모흐센 감사리는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 산유량이 경제 제재 이전 수준까지 회복해야 동결을 결정할 준비를 갖출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싱가포르 시장조사업체 IHS의 빅터 슘 산업 컨설턴트 부사장은 "알제리 회의에서 실질적인 합의가 나오리라고는 기대하지 마라"며 "실망스러운 행사가 될 것이고, 결과를 내려는 시도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2)사우디 아람코 IPO 2017~ 2018년 예상돼 아직 조치에 나서지 않을 것

한편 이번 회담에서 유가 정상화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던 사우디도 이번 회담에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NH투자증권 강유진 연구원은 “시장은 사우디가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유가 안정을 위해 석유 정책 변화를 꾀할 것으로 기대하나, IPO는 2017년~ 2018년으로 예상돼 정책 변화를 취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탈석유 경제체제의 일환으로 국부펀드 조성을 위해 석유국영기업인 사우디아람코의 IPO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람코는 세계 석유 매장량의 20%인 2611억배럴의 석유와 5000억배럴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민간최대석유기업인 엑손 모빌(Exxon Mobil)의 12배 수준이다. 엑손모빌은 248억배럴 석유매장량을 보유하고 8월 현재 시가총액은 3695만달러에 이른다.

아람코의 기업가치는 정보 비공개 방침으로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대략 2~ 3조달러로 추정된다. 이 중 5% 내외의 지분을 상장할 것으로 보아 대략 1000~ 1500억 달러로 추산해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 연구원은 “아직IPO 공식 날짜를 밝히지 않았으나 이르면 2017년에 이뤄질 수 있고 이를 앞두고 석유 시장의 안정화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급과잉 이어질 전망

NH투자증권은 9월 알제리 회담에서 산유량 감산이나 동결에 합의할 가능성 낮다고 판단하고, 미국 원유 시추활동 증가, 원유 생산량 감소세 완화, 9~10월 정제소 가을 유지보수, 원유 재고 증가 등으로 유가는 하락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산유량 조정 논의 현실화, 4분기 반등 예상 가능성도 있어

일각에서는 계절적 비수기와 이란의 산유량이 제재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며 산유국들의 생산 조정 논의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선물 홍성기 연구원은 “상반기와 달리 논의의 걸림돌이 되었던 이란의 생산이 이미 제재 전 수준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회복되었고, 상반기 극심했던 생산 차질이 완화되고 계절적인 수요의 비수기에 접어들며 유가가 다시 $40 대 아래로 하락할 경우 생산 조정 논의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북반구 여름철이 끝나고 난방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 원유 시장은 수요의 계절적 비수기에 돌입하게 된다. 작년에도 3 분기 가격 하락세가 재개되고 겨울철 수요 부진으로 낙폭이 확대되었던 바 있어 올해에도 계절적 비수기 유가 하락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홍 연구원은 “결국 최근의 생산 조정 논의 재개는 이러한 유가의 하방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며 “9월 28일 회의의 결론이 도출될 때까지 회의의 존재 자체가 유가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강유진 연구원도 “산유국들이 지나치게 낮은 유가에 대해 방어적 태도를 유지하면서 11월 30일 OPEC 정례회의에서 공조 가능성 열어둘 것으로 보아 유가는 하방경직성을 띨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셰일업체들의 부도 증가에 의한 생산 제약 등에 의해 유가가 조정을 보이더라도 40달러 내외에서 그치고 4분기 반등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