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택 듀폰 코리아 사장.[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209년 전통의 기업 듀폰은 화약사업으로 시작해 화학, 생명과학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오늘도 수많은 기업이 탄생하고 사라지는 현실에서 100년이라는 세월을 두 번이나 뛰어넘은 듀폰의 저력이 놀라울 뿐이다. 듀폰이 이렇게 장수기업으로 또 글로벌 리더기업으로 승승장구하는 숨은 힘은 무엇인가.

“듀폰이라는 회사의 DNA에는 ‘이노베이션(혁신)’이라는 인자가 있는 것 같다. 끊임없이 갈망하고 멈추지 않는 기술혁신에 대한 정신이 있었기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다. 여기에 항상 파트너 또는 소비자들과 함께 지속적인 동반성장을 하겠다는 기업 의지가 200년을 넘게 사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임정택 듀폰 코리아 사장은 듀폰의 200년 전통의 저력을 간단히 정리했다. 임 사장은 지난 4월 듀폰코리아의 새로운 수장으로 취임했다. 듀폰에 입사한지 22년 만에 오른 자리다.

임 사장은 “듀폰의 정신은 끊임없는 연구와 기술 혁신으로 늘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이는 이미 글로벌 선두 기업이 된 듀폰이 해야 할 일이며, 의무 같은 것이다. 때문에 해마다 얼마 규모라고 못 박아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R&D 투자에 대해 아끼지 않는 지원을 하고 있다. 이는 듀폰이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주요 동력이기도 하고 동반 사업자들과 함께 영위해야 할 영역이기도 하다.

선도 기업으로서 새로운 연구에 대한 투자는 당연한 것이다. 이것이 상업화 되고 모두가 만족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되는 선순환의 구조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듀폰이 추구하는 사업이다”라고 강조했다. 듀폰코리아는 지난 1977년 설립돼 우수한 소재와 기술을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1980년대 말부터 국내에 생산시설을 갖추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2억5000만달러 정도 투자했고 울산에 생산시설이 있으며, 고기능성 엔지니어링 폴리머, ‘뷰타사이트’(안전유리 접합용 필름), ‘코리안’ 인조대리석을 생산하고 있다. 2005년에는 제일모직과 합작회사 SD Flex를 세워 모바일폰, PDA 등에 쓰이는 연성회로용 동박적층필름을 생산하고 있다.

듀폰코리아는 42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며, 특수화학, 불소화학, 농약, 섬유, 건축, 생활용품, 포장재, 산업용 폴리머, 불소수지, 산업용, 안전, 자동차, 전자통신 산업에 주요 소재와 기술을 공급, 고객들의 제품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200년 이어온 R&D… 신물질의 산실
듀폰의 역사는 지난 1802년 미국 델라웨어 주 윌밍턴에 프랑스에서 이주해온 듀폰(E.I. DuPont)이 흑색화약공장을 세우면서 시작됐다. 19세기에 흑색화약 제조를 시작으로 20세기 화학·섬유·에너지 회사에서, 21세기에는 소재·영양·안전·바이오케미컬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듀폰은 현재 90여 개국에서 도료, 고기능성 폴리머, 농업, 영양, 전자통신, 안전 및 보호, 건축, 수송, 의류 등 광범위한 산업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6만5000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2010년 연간 매출액은 315억달러를 넘고 있다.

듀폰 울산공장.


듀폰은 1903년 세계 최초로 민간연구소인 듀폰중앙연구소를 설립, 기초 연구를 통해 많은 신물질들을 만들어 냈다. 셀룰로판, 인조고무 네오프렌, 나일론, 폴리에스터, 스판덱스 섬유, 절연재나 소방복에 쓰이는 노멕스, 방탄복에 쓰이는 케블라, 테플론, 부직포 타이벡 등을 개발해 인류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해줬다. 또한 이 연구소에서 평생을 재직한 찰스 페터슨은 ‘크라운 에테르 분자’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7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듀폰은 전 세계적으로 75개의 연구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8500명 정도의 과학자와 연구원들이 일하고 있다. 매년 17억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 바이오 기술을 이용, 석유 대신 옥수수나 콩 등의 작물에서 폴리머·섬유·연료 등을 상업화하는 연구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연구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핵심 비즈니스는 시장의 변화와 기술연구를 통해 변해 왔지만, 209년 동안 듀폰은 안전·윤리·직원존중·환경보호의 4가지 핵심가치를 변함없이 지켜왔으며, 이것이 듀폰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으로 존재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일터’라는 명성을 얻고 있는 듀폰은, 현재 전체 산업계 평균보다 약 50배, 화학업계 평균보다는 약 10배나 우수한 안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모든 안전사고와 직업병은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듀폰이 갖고 있는 안전에 대한 태도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일터 명성
실례로 듀폰 코리아 사무실에는 어느 곳에도 문턱이 없다. 곳곳에 휴대용 소화기와 볼록거울이 설치돼 있다. 모든 쓰레기통은 철제품이다. 문턱을 없앤 것은 직원이 혹시나 걸려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고 휴대용 소화기와 철제 쓰레기통은 화재 방지용이다. 거울도 직원 간 충돌사고를 막기 위한 장치다. 듀폰의 안전경영은 이처럼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직원이 필기구 통에 연필심이 있는 부분을 위로 해 넣는 것은 사규에 어긋한 행동이다. 손이 찔릴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듀폰은 직원교육과 회의 때에도 어김없이 안전사고에 관한 보고가 이뤄진다. 출장을 가더라도 아무 호텔에나 묵을 수 없다는 규정도 있다. 안전이 검증돼 ‘듀폰 리스트’에 오른 호텔에만 투숙해야 한다.

듀폰의 안전경영은 가정과 여가생활까지 이어진다. 직원이 휴가 때 사고를 당하더라도 본인 과실이 있으면 인사의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안전의식이 부족한 사람은 듀폰인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회사의 입장이 있기 때문이다. 듀폰의 안전교육 때도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 예방 내용을 다루며 안전사고가 발생되면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가정 안전에 무심한 사람은 회사 안전에도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다.

이러한 모든 듀폰의 안전사항은 전 세계 200여개 사업장에서 일어난 모든 사고를 미국 본사에 이메일로 보고하도록 되어있으며, 듀폰 본사에는 SHE (Safety, Health, Environment) Excellence Center가 있어 전 세계 듀폰 작업장의 안전 경영·관리를 총괄하고 있으며 책임자는 본사의 부사장이 맡아 직접 CEO에게 보고하고 있다.

듀폰의 안전에 대한 관심과 축적된 노하우를 다른 기업에 제공하는 기업안전 컨설팅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기업마다 듀폰의 안전 노하우를 배우려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듀폰코리아의 임정택 사장은 “모든 안전사고와 직업병은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듀폰이 갖고 있는 안전에 대한 태도”이며 “안전에 관해서는 최고경영자가 책임을 지도록 되어있다”고 얘기했다. 그는 또한 “회사에서 중요시 하는 안전관리에 대하여 직원 스스로 먼저 실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듀폰이 안정경영만큼 가치를 두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윤리경영이다. 듀폰은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 다른 90여 개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듀폰과 개인의 소중한 명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높은 윤리적 수준에 맞춰 업무를 수행한다는 원칙에는 예외를 두지 않고 있다. 윤리 규범 준수는 장기적인 성공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 존중에 대한 가치도 뒤처지지 않는다. 직원이 비즈니스 성공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듀폰은 모든 직원들을 공정하고 정당하게 대우하며, 직원 개개인이 인정받고 존중되는 자율적인 기업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경력관리 프로그램, 멘토링 등이 활성화 되어 있으며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를 국내, 아시아, 글로벌로 넓혀가고, 직원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들의 개인적이거나 업무적인 고민들을 해결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때문에 듀폰은 여러 나라에서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듀폰이 중점을 두는 가치에는 환경보호도 있다. 1938년 최고경영자회의에서 환경보호를 위한 결의안을 채택하고, 세계 최초로 공해방지 전담 엔지니어를 임명함으로써 산업계에서 환경보호의 선도적 위치를 굳히기 시작했다. 또한 1966년 최고경영자를 의장으로 하는 환경위원회를 발족한 이래 환경보호 프로그램의 방향 설정과 정책 수립을 전사적 차원에서 수행해오고 있다.

식량증산·대체에너지 ‘메가트렌드’ 설정
듀폰은 미래에 대한 고민과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일명 듀폰의 ‘메가트렌드’. 임 사장은 “듀폰이 메가트렌드로 꼽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째, 식량 부족으로 인한 식량 증산에 대한 문제이고, 둘째 화석연료를 대체할 그린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 문제 셋째는 인류 보호에 대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임 사장은 “오늘날 전 세계 인구는 70억명에 이르고 있고, 2050년에는 90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식량, 에너지 등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되며, 환경과 인류의 안전문제가 더 요구된다는 것”이라며 “듀폰은 과학적 발견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우리의 삶을 더욱 나아지게 만들어왔으나, 현재 인류가 당면한 커다란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여러 사람들, 기업들, 정부기관들, 학계, 산업기관들과 함께 협력해야한다고 믿고 일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배경에서 출발한 것이 듀폰의 이노베이션센터라고 설명했다. 또한 “듀폰의 이노베이션센터는 협력적인(collaborative), 함께 참여하는(inclusive) 이노베이션을 선도하고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직면한 매우 도전적인 과제들을 해결하기위한 솔루션들을 찾기 위해 현재 또는 잠재적인 고객들과, 학계, 산업계 리더들, 학계, 정부기관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임정택 사장은 누구
임정택 사장은 1954년 생으로 현대상선에서 9년간 일한 뒤 지난 1989년 듀폰 코리아에 입사했다. 1991년부터 듀폰 코리아의 기획부장으로 일했고 1993년부터 1995년까지 듀폰 호주에서 재무책임자로 근무했다. 1995년 듀폰 코리아에서 재무책임자를 거쳐 2000년부터는 미국 윌밍턴에 있는 듀폰 본사에서 사업본부 재무(Finance) 및 M&A 담당 임원으로 근무했다. 2005년 귀국, 아시아 태평양 지역 듀폰 내부감사팀 임원, 2006년 듀폰 코리아 재무 및 기획담당 전무, 2009년부터는 듀폰 코리아 부사장을 거쳐 2011년 4월 듀폰 코리아 사장으로 취임했다.

듀폰
본사 소재지 : 미국 델라웨어 주 윌밍턴
설립연도 : 1802년
취급품목 : 농업·영양, 전자·통신, 안전과 보호 산업, 생활용품과 건축, 수송 등 전 산업 분야에 걸쳐 수천 개의 다양한 산업용 소재 및 서비스
진출 국가 수 : 90개국 (공장 및 사무실 210개)
전 세계 종업원 수 : 6만명
연구시설 : -미국 델라웨어 주에 있는 중앙연구소를 비롯해 전 세계 12개국 75개의 연구소 운영
-중앙연구소의 찰스 페더슨 연구원이 크라운 에테르 분자를 발견한 공로로 1987년 노벨 화학상 수상
회장/CEO : 엘렌 J. 쿨만 (Ellen J. Kullman)
기업이념 : 안전, 환경보호, 윤리, 인간존중
매출액(2010년) : 315억달러
산업별 매출비율 (2010년) : 농업 및 식품 (28%), 플라스틱 및 케미컬(20%), 섬유, 건축 소재 및 안전재료(10%), 전자(9%), 고기능성 소재(20%), 페인트 (12%), 기타 (1%)

듀폰코리아
설립연도 : 1977년
총 종업원 수 : 450여명
사장 : 임정택
서울 사무소 : 서울 강남구 역삼동 726번지 아세아타워 3~5층
울산 공장 : 울산광역시 남구 용잠동 453-4
합작사 : 에스디플렉스(주)-제일모직과 합작 연성 회로 기판 생산,
경북 구미시 공단동

이노베이션센터는 동반성장 의지 표현
듀폰 코리아는 지난 6월28일 그 동안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듀폰코리아 이노베이션센터를 오픈했다. 종합과학회사인 듀폰의 한국 내 법인인 듀폰코리아가 급변하는 시장 환경과 점점 증대되어가고 있는 한국 고객들의 니즈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고객과 협력하여 동반성장하기 위한 취지에서 이뤄진 성과다.

듀폰이 가지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사와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이노베이션의 창출을 목적으로 설립된 듀폰 코리아 이노베이션 센터는 이노베이션 스페이스, 콜래보레이션 스페이스, 응용 솔루션 스페이스, 워크스테이션 등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듀폰은 자동차, 전자, 에너지, 건설 등 다양한 사업 역량을 지닌 듀폰 코리아의 제품과 개발 인력들이 모인 이 곳에서 듀폰 코리아와 고객들은 듀폰의 과학기술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 함께 연구하고 협력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등 한 차원 높은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듀폰 코리아 이노베이션 센터는 경기도 분당구 서현동 분당 스퀘어 빌딩 12층에 위치해 있다. 듀폰은 듀폰 코리아 이노베이션센터 오픈에 이어 대만과 태국, 인도에도 각각의 시장 상황 및 고객들의 특수성을 고려한 이노베이션센터를 오픈할 예정이며, 라틴 아메리카, 유럽, 북미지역에도 이노베이션센터를 오픈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한상오 기자 hanso110@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