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이윤을 추구한다.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 고객들은 구매에 앞서 일반적으로 두 가지 잣대를 들이댄다. ‘상품성’과 ‘이미지’다. 브랜드의 신뢰·인지도는 물론 물건의 심상도 따진다. 기업이 제품 홍보와 마케팅에 힘을 쏟는 이유다.

자동차 업계도 마찬가지. 가격 장벽이 높은 만큼 차량과 메이커의 이미지가 더욱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두 가지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혁신적인 전기차 상품을 내놓으면서 동시에 브랜드의 이미지를 잘 포장했다.

‘쇼’도 서슴지 않았다. 출시가 2년 넘게 남은 ‘모델 3’ 신차의 제원을 공개하며 사전 계약 돌풍을 일으켰다. 차량 이미지 도안조차 완성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최근에는 모델 S·X의 최상위 트림 ‘P100D’를 공개했다. 한 번 충전으로 500㎞를 넘게 달리는 게 특징이다. 단순히 배터리 용량을 늘렸을 뿐이지만 테슬라는 이 차를 ‘혁신’인 것처럼 소개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인 현대차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현대차가 현재 판매 중인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충전 가능거리가 약 191㎞ 수준. 전기차 제품만을 생산·판매하는 테슬라에는 뒤처져 있다.

현대차가 테슬라의 ‘쇼’에 자극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전기차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적당한 상술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전략도 필요해 보인다. 다만 테슬라처럼 ‘허풍’을 떨어서는 안 된다.

특히 원통형 배터리 도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테슬라를 제외한 대부분 완성차 업체들은 원통형 배터리 전기차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쓸모 없는 자존심’이 원통형 배터리 기술을 배척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가 아닌 테슬라의 기술을 쫓아가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전문가들이 전기차 배터리의 ‘끝판왕’으로 원통형을 꼽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 전기차의 경쟁력을 생각한다면 원통형 배터리 기술 개발에 손을 놓고 있을 이유가 없다.

테슬라는 최근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스타필드 하남’에 브랜드 전시관을 열고 연말부터 차량을 판매할 계획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이목이 테슬라를 향하고 있다. 현대차의 ‘안방’에서 승부가 벌어지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까지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 2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어쩌면 테슬라를 통해 그 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테슬라의 행보가 현대차에게 ‘신선한 자극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