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핫한 플레이스 중의 하나가 ‘연트럴 파크’이다. ‘연트럴 파크’는 서울 홍대입구역 주변에 사용하지 않던 경의선 철로 일대를 개발한 공원의 별명이다. 정식 명식은 ‘경의선 숲길 공원’인데, 뉴욕의 ‘센트럴 파크’처럼 이 ‘연트럴 파크’에도 산책로 곳곳에 잔디와 나무 그리고 시냇물 등이 어우러져 공간 자체가 무척 아름다운 공원이다. 문제는 이 아름다운 공원에 사람들이 늘면서 시작되었다. 방문객들이 늦은 시간까지 공원에 돗자리를 깔고 음주와 가무를 즐기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밤늦게까지 버스킹 공연과 취객들의 고성방가로 시끄러워지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무더운 여름 밤에도 소음 때문에 창문도 열지 못하고 지낼 지경이었다. 사람들이 많아지자 쓰레기통도 몸살을 앓았다. 특히 제일 많은 쓰레기는 일회용 음료컵들. 쓰레기통 주변은 말할 것도 없고 곳곳에 일회용 음료컵이 넘쳐났다. 유명 관광지가 되면 어쩔 수 없이 겪는 몸살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주민들이 겪는 불편이 너무나 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은 ‘음주, 고성방가 금지’, ‘쓰레기를 되가져가는 문화시민이 됩시다’ 같은 플래카드를 붙였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한 공공 예술가가 나서 가로수와 전봇대에 베개를 달고 영어로 ‘잠들고 싶어요(I want to fall asleep)’라는 위트 있는 문구를 적어 넣었더니 상황이 달라졌다. 사람들은 주목했고, 자신이 하고 있는 행위가 주민들에게 어떤 피해를 끼칠지 생각하게 되었다. 연트럴파크는 이내 조용해졌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서서 빈 일회용 음료수컵을 가져오면 예쁜 다육이를 심어주었다. ‘1000개의 쓰레기 줄이기’라는 이름의 이 이벤트가 이번에는 가게들까지 움직였다. 인근 카페, 음식점, 편의점들은 손님들에게 ‘쓰레기는 우리 가게로 다시 가져와 주세요’라고 부탁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연트럴파크가 겪는 문제는 일반적인 관광명소가 되면서 겪는 어쩔 수 없는 문제가 아니라, 이해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서 변화를 모색하면서 활기찬 마을이 되어 가는 방식으로 성장통이 변모했다.

▲ 경의선 공원 대흥동 구간

 

INSIGHT 

어떤 현상과 문제 해결에는 항상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한다. 조용하게 살고픈 동네 주민들, 더 많은 손님들이 찾아와주길 바라는 상점들 또 핫한 플레이스를 찾고 싶은 방문객들. 저마다 제각기 다른 요구 속에서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한 첫 출발은 항상 ‘공감’이다. ‘어떻게 이 문제를 남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로 공감하게 만들 것인가’하는 문제에 대한 공감이 가장 중요하다. 어떠한 공감도 없이 ‘버리지 마시오’, ‘떠들지 마시오’, ‘들어가지 마시오’ 같은 명령 문구는 오히려 그 행위를 못하도록 제지하기는커녕 묘한 반항심리마저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공감할 수 있도록 배치하면 하나가 변하고, 그 하나가 다른 것을 변화시키고 변화가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선순환을 그리게 된다. 그래서, 변화의 시작 버튼은 ‘공감’이어야 한다. 올 추석에 뭔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자 한다면 ‘공감’이라는 시작 버튼을 눌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