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하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남성화장품 시장은 매년 7%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며 2007년 5300억원, 2008년 5700억원, 2009년 6500억원, 2010년 8000억원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는 약 1조원 시장 규모를 예상하고 있다.

# 항상 ‘동안’소리를 듣던 자영업자 김순익(남·45)씨는 요즘 눈가에 하나 둘 잔주름이 늘고 다크 서클이 진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동안이라는 소리도 옛말이 되었다. 볼록 나온 배는 둘째 치고 잔주름을 없애고 ‘피부 좋다’는 말이라도 듣고 싶다. 김씨는 주변의 화장품 가게를 찾아 자신에게 딱 맞는 화장품을 찾고 있다.

#회사원 이명우(남·38)씨는 갈수록 푸석해지는 자신의 피부에 신경 쓴 지 10년째다. 이제 주위 남성들이 모르는 화장품 용어에도 익숙해졌다. 퇴근길에 화장품 가게에 들러 무알코올에 아르니카, 베르가못, 카모마일 등 허브 성분이 들어 사용감이 부드럽고 자극이 적다는 에센스를 구입했다. 허브 성분은 피부를 건강하게 해주고, 자극도 적어 평소 스트레스가 많아 거칠했던 피부를 부드럽게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홍대에 위치한 맨즈 스튜디오. '5솔루션프로그램' 을 통해 피부 타입에 맞는 단계별 화장품을 체험해 볼 수 있다(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은 보다 전문화, 세분화 되고 있다. 남성 화장품 시장의 잠재력을 예측한 많은 기업들은 제품 카테고리를 크게 확장했다. 여성 화장품 시장에 못지않은 다양한 원료와 기술, 감각적인 광고 전략 등을 동원해 시장의 질적 성장도 꾀하고 있다.

백화점 등의 고가시장과 브랜드 숍 등 중저가 시장에서 다양한 품목의 남성화장품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스킨, 로션으로 만족하던 남성들은 최근 여러 기초 기능의 제품의 장점을 합친 멀티 제품과 손쉽게 피부를 관리할 수 있는 마스크 시트, 자외선 차단제 등을 찾고 있다. 최근에는 남성 전용 컬러 로션과 마스크 팩이 출시돼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 MC기획팀 옥은재 과장은 “이전에는 남성들이 균일하고 깨끗한 피부 톤을 유지하는 데 만족했다면, 메이크업 제품을 통해 좀 더 또렷한 인상을 갖추거나 기능성 제품을 통해 안티에이징 케어에도 신경을 쓰며 여성 못지않은 사용 행태로 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 보닌팀 손휘주 대리는 “요즘 남성들은 부드럽고 마일드한 제품을 선택한다. 허브원료, 한방성분 등을 넣은 화장품을 선호하고, 강한 느낌이 나는 기초제품은 선택하지 않는다. 최근 화장품 시장의 남녀 구분이 모호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최근 남성화장품 출시에도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 됐다”고 말했다.

시대상 반영 ‘남성 전용 토털 그루밍 숍’ 등장

이처럼 남성화장품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는 남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 달라지고, 외모를 중시하는 남성들이 많아지는 등 시대 변화에 따른 남성상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네이처리퍼블릭 서진경 과장은 “2000년대 초반 ‘메트로 섹슈얼’부터 최근 드라마의 ‘꽃남 열풍’이 불면서 외모에 관심을 가진 남성들이 점차 늘고 있다. 외모가 아름다운 중년 남성을 지칭하는 ‘미중년’ 등 신조어가 생길 만큼 드라마, 영화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남성들의 외모 가꾸기는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피부가 깨끗하고 깔끔해야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피부색을 보정해주는 BB크림 등을 사용하는 젊은 남성들도 많다”고 말했다. TV에서만 보던 남성 손에 쥔 파운데이션이 일반화된 것이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맞춰, ㈜아모레퍼시픽에서는 ‘맨스튜디오(MANSTUDIO)’라는 이름으로 아예 남성 전용 토털 그루밍 숍을 오픈했다. 서울 홍대에 위치한 맨스튜디오의 주 고객층은 20~30대 학생 및 직장인.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 동안 약 1000명 정도가 방문할 정도로 호황이다. 최근 환절기가 시작되면서 직장인의 주중 퇴근 후 방문이 늘고 있는 추세다.

“요즘에는 직장 동료들 끼리 단체로 트리트먼트 예약을 하는 경우도 많아요. 남성들은 일반적으로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쇼핑의 니즈가 강한데, 맨스튜디오가 이러한 니즈를 잘 반영한 공간이기 때문에 남성 고객들이 부담 없이 찾아오고, 스팟 트리트먼트 등 정기적으로 피부 케어를 받기도 합니다.” 맨스튜디오 순여진 PM의 설명이다.

꽃남 열풍에 힘입어 남성 화장품도 여성화장품 못지않게 세분화되면서 남성만을 위한 전문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중년남성들엔 한방화장품이 대세

주중 주말과 관계없이 꾸준히 맨스튜디오를 찾는 고객은 커플 고객이다. 남자친구에게 평소 화장품은 사주지만 직접 피부 관리를 해주기 어려웠던 여성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맨스튜디오는 이런 관심에 힘입어 전년 3월 오픈 이후 동기간 대비 20% 이상 매출 신장률을 보이며 2호점 오픈도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화장하는 남자’들이 선호하는 화장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남자들이 화장품을 고를 때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거친 피부를 어떻게 촉촉하고 뽀송하게 만드느냐는 것. 이 부분은 여성과 다르지 않지만 구별되는 부분도 있다.

리스킨의 한 뷰티매니저는 “남성들은 ‘안드로겐’이라는 남성 호르몬으로 인해 과다하게 피지가 분비되지만 수분은 여성의 3분의 1정도로 적어 건조하다. 기름기로 번들거리거나 각질이 일어난 피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1.5배 정도 수분크림을 충분히 발라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초화장품을 스킨로션이 전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된다는 조언이다.

<이코노믹리뷰> 독자층을 고려해, 국내 주요 화장품회사에 30대 이상 남성이 고민할 수 있는 피부증상과 함께 추천 할 만한 화장품이 있는지 물었다. LG생활건강은 중년남성들에게는 한방화장품이 대세라고 했다. 고품격 중년 남성들을 타깃으로 한 한방화장품이 고가의 가격에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LG생활건강의 궁중 한방브랜드 ‘후 군’은 중년 남성 전용의 최고급 한방라인을 출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제품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중년여성을 위한 고급 한방화장품이 붐을 이루자,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를 갖춘 40~50대 중년 남성들도 자신들의 피부를 건강하고 젊게 가꿔주는 제품을 적극 사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덕분이다.

LG생활건강 후팀 문진희 브랜드 매니저는 “후 군은 직접 소비자들의 요구에 의해 개발된 제품으로 이색적이다. 중년 여성을 위한 고급 한방화장품으로 ‘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중년 남성을 위한 ‘남성 한방화장품’은 왜 없느냐는 문의가 ‘후 홈페이지’에 쇄도했다”고 말했다.

‘후 군’ 에는 백금과 서호용정차 성분을 함유해 탄력 있는 중년남성의 피부를 가꿔주는데 주력하는 제품이다. ‘후 군(君)’ 은 폼 클렌저, 스킨, 로션, 에센스, 선크림 등 5종으로 구성됐다.

최근 대표적인 한방브랜드인 아모레 설화수에서도 남성 한방라인을 추가로 내놓았다. 중년남성은 물론 요즘 남성들의 피부에 대한 니즈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미백 혹은 주름 개선 등의 기초화장품은 이젠 남성들의 영역이 됐다. 최근엔 티 안 나는 메이크업 제품도 인기품목이다. 허브, 한방원료, 유기농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들은 남자들이 꼼꼼히 체크하는 중요한 화장품의 체크리스트”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더후 공진향, 라네즈 옴므 세범 프리 멀티 플루이드, 네이처 리퍼블릭 셀부스팅 옴므 스템셀 스킨&로션 2종.


(위부터) 네이처 리퍼블릭의 ‘아프리카 버드 옴므, 더페이스샵 명한 미인도 동환.


남성도 피부 유형에 따른 화장품 선택은 필수

남성들의 주요 고민거리 중 하나인 땀 많고 기름기 많은 피부에는 피부 트러블을 막는 화장품 사용을 권했다. 피지 분비가 많은 경우 모공이 넓어지게 되고, 모공이 막히면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공이 막히지 않도록 깨끗하게 세안하고, 피지 흡착 및 모공 수렴 기능이 있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아모레 퍼시픽의 ‘라네즈 옴므 세범 프리 멀티 플루이드’(3만원)는 담백하게 피지를 컨트롤 해주는 스킨로션 겸용의 남성 전용 피지 플루이드다. 아모레 측은 “피지 컨트롤 효과가 우수한 실리카를 함유해 9시간 담백한 피부를 유지시켜 주고, 칙칙함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인 피부 상태를 투명하고 깨끗하게 정화 시켜준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 ‘보닌 보타니스트(2만원), 밸런싱 에멀젼(3만2000원)’은 기존 남성용 스킨의 알코올 함량을 절반 이하로 줄여 여성용 화장품과 거의 동일한 사용감을 보여주는 제품이다. 쿨링 레스큐 스킨은 피부에 닿는 즉시 시원함과 청량감을 준다. 피부를 진정시키고 번들거림을 완화해 주고 베르가못과 라임의 산뜻한 향취로 인기가 있다.

네이처 리퍼블릭의 ‘아프리카 버드 옴므 올인원 프레시 컨트롤러’(1만5900원)는 스킨과 로션, 에센스를 하나로 담은 올인원 제품이다. 미백, 주름, 보습, 항산화 토털 솔루션으로 남성의 탄력을 잃은 피부에 생기를 준다.

“사막의 악조건 속에서도 수분이 가득한 바오밥나무와 남아프리카 최남단 고산지대에서만 자생하는 루이보스 추출물이 피지 분비로 인한 번들거림이 심한 남성 피부를 산뜻하게 가꿔준다”는 설명이다.

(왼쪽부터) 라네즈옴므 아쿠아 액티브 슬리핑 팩, 리스킨 EGF 바머 세럼 포맨, 보닌 보타니스트.

리스킨 EGF 바머 세럼 포맨은 손상된 남성 여드름 피부를 집중 관리하는 고농축 세럼이다. 남성 여드름이나 남성 뾰루지를 빠르게 진정시키고 새로운 세포 생성을 촉진해 흉터가 남지 않도록 하며 주름이 심하거나 탄력이 저하된 부위를 효과적으로 개선해준다.

주름에 대한 고민도 관심만 있다면 쉽게 해결 될 듯 하다. 남성 피부는 여성에 비해 피부가 두꺼워 굵고 깊은 주름이 생기기 쉽고, 과도한 피지로 인해 다양한 모공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면도와 많은 땀 분비로 수분이 쉽게 부족할 수 있어 평상시 수분 공급을 충분히 해주고, 주름 개선 기능성 제품을 이용해 모공 및 피부 탄력을 관리해주는 것이 좋다.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옴므 아쿠아 액티브 슬리핑 팩’(1만8000원대)은 스트레스로 지친 남자의 피부에 잠자는 동안 수분과 활력을 공급해 주는 수면 팩이다.

가벼운 젤 타입으로 따로 씻어 내거나 떼어낼 필요 없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수면하는 동안 수분이 지속적으로 공급돼 다음 날 아침, 촉촉해진 피부를 느낄 수 있다. “수분을 끌어당기는 히아루론산 함유로 피부 촉촉함을 오래 유지 시켜준다”는 설명이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 명한 미인도 동환 탄력보강 라인’(2만원)은 남성을 위한 프리미엄 한방 주름개선 기능성 라인으로 장뇌삼, 구기자, 하수오 등 7가지 엄선한 한방 원료를 9번 찌고 말린 구증구포 포제법을 적용해 피부에 풍부한 수분감과 영양을 공급한다.

네이처 리퍼블릭 ‘셀부스팅 옴므 스템셀 스킨&로션 2종’'(각 1만4900원)도 주름개선 기능성 제품이다. 오키드 캘러스 추출물과 영지버섯, 상황버섯 등 5가지 발효 약용버섯 추출물을 함유해 스트레스와 흡연, 음주 등 유해 환경으로부터 손상된 남성 피부를 보호하고 탄력 있는 피부로 가꾸어 준다.

남성이 화장품을 고를 때는 자기 피부에 잘 맞는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여성과 달리 메이크업으로 피부의 결점을 가릴 수 없기 때문에 평상시 관리를 통해 깨끗하고 밝은 피부로 가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꼼꼼한 세안으로 모공까지 청결하게 관리하고, 세안 후 기초 제품을 꼼꼼히 발라주는 것이 좋다. 외출 시에는 자외선 및 과잉 피지 분비를 잡아줄 수 있는 선크림은 필수이며, 부족하기 쉬운 수분 공급을 위해 수분 크림이나 미스트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여러 단계를 바르는 게 귀찮다면 스킨과 로션, 자외선 차단제를 하나로 담은 올인원 제품을 사용하면 손쉽게 관리할 수 있다.

이학명 기자 mrm9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