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6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전통적으로 IFA는 모바일 중심의 MWC와 북미 중심의 CES와 달리 '보수적인 유럽 중심의 가전업체 각축전'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보수적'이라는 단어다. IFA는 오랜 역사를 가진 유럽의 명품 가전기업 집단이 장시간 축적한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세계의 트렌드를 선호하는 극적인 무대였다.

하지만 올해 IFA 2016은 최근 MWC와 CES는 물론, 최근의 IFA에서 보여지던 ICT와의 만남이 더욱 노골적으로 표출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초연결의 인프라를 중심으로 스마트홈에 집중하고 이를 외부로 확장시키는 외부 플랫폼인 자동차, 나아가 스마트 시티의 비전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B2B적 접근도 눈길을 끈다.

스마트홈, 자동차로 확장하다
스마트홈적 측면에서 가장 인상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LG전자의 경우 아마존 알렉사 생태계와의 만남이 화제로 부상했다. 스마트씽큐 허브 및 스마트씽큐 센서를 바탕으로 알렉사와 대쉬를 무수히 많은 선택지 중 하나로 잡아낸것은 가전업체적 측면에서 초연결의 콘트롤 타워를 찾는 다양한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받는다. 스마트홈 부스를 따로 운영하지 않았지만 패밀리 허브 냉장고로 주방에서 시작된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전략도 비슷한 방법론을 추구한다.

파나소닉도 고무적인 행보를 보여줬다. 신개념 가스레인지, 일체형 세탁기, 스마트 와인셀러, 카메라 등 다양한 파나소닉 부스에 전시된 스마트홈 제품군을 포진시켜 '아직 죽지 않았다'라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클라우드 생태계를 전면에 세워 눈길을 끈다. 파나소닉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음식을 더 즐겁게 조리하면서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조리 방법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주방에 집중한 스마트홈 전략의 완성도를 짐작하게 만든다.

밀레도 있다. ‘당신이 진정 사랑하는 모든 것을 위해’라는 주제로 400여 개의 가전제품을 선보인 밀레는 WT1 허니컴 드럼세탁의류건조기 등 다양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세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세척력 강화 보조 세제 장치를 통해 세제를 자동으로 투입할 수 있는 트윈도스와 진공청소기 블리자드 CX1 등이 강렬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스마트홈이 자동차 경쟁력과 만난 대목도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자동차를 원격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을 선보였으며 IFA 역사상 처음으로 자동차 업계의 수장이 기조연설에 나선 지점도 화제다. 디터 체제 메르세데스 벤츠 회장 및 다임러 AG 회장은 2일(현지시각) 열린 기조연설에서 '궁극의 모바일 기기: 우수한 타임머신으로의 자동차'라는 주체로 연설에 나섰다.

왜 자동차일까? 자동차는 포스트 스마트폰을 모색하는 ICT 기업 입장에서 일종의 미래 플랫폼이다. 이 지점에서 스마트홈은 자동차를 포섭해 사용자 경험의 확장을 자율주행차 방법론으로 풀어내고 스마트 시티의 총체적 인프라 구축으로 끌어가는 분위기다. 사물인터넷의 사용자 경험은 집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가전업계가 자동차를 낙점하고 이를 외부 사용자 경험 확장의 선봉장으로 삼았다는 점은, 결국 스마트 시티 인프라 시대를 대비하고자는 포석이 깔려있다.

결론적으로 자율주행차는 스마트홈에 집중한 ICT 기업의 매력적인 파트너며, 스마트시티 로드맵에 있어 스마트홈의 경쟁력을 인프라 전반에 뻗치게 만드는 핵심 원동력이다. 사용자 경험을 확장시키고 포스트 스마트폰의 지위까지 노릴 수 있다. 심지어 전통적 제조업체와 기민하게 연결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벤츠 E200을 전시해 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디지털 스마트 키 사업에 전사적으로 나선 지점에 집중하자. 지난해 6월 출시된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와 더불어 자동차 역할론에 설득력을 더한다.

그리고 B2B
올해 IFA 2016은 가전제품을 넘어 부품업체도 크게 신경을 썼다. IFA 글로벌 마켓은 기업용 부품 전시회로 꾸려졌으며 올해 처음으로 시도되는 실험이다. 자연스럽게 B2B 부품사들도 그 수혜를 받았다. 공급 및 제조업체, 나아가 OEM 업체들도 IFA 글로벌 마켓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두는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생활가전의 경우 프리미엄 대중화, B2B 사업 강화, 사물인터넷 리더십 확대를 3대 축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B2B에도 충분히 집중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LG전자도 글로벌 마켓을 통한 B2B 공략에 집중했다. LG전자 글로벌마케팅부문장 나영배 부사장은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력과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제공하겠다"는 각오와 함께 "IFA 2016을 기점으로 유럽 B2B 시장에서도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B2B에 사업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큰 흐름의 방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국무역협회도 국내 중소기업과 함께 IFA 2016에 참석한 가운데, B2B 시장 개척을 노렸다. 바이어 발굴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ENE(유럽경제협력네트워크)을 활용해 글로벌 회사와 B2B 상담회를 진행했다. 유럽연합 600개 기관이 참여해 1만3000개 이상의 기업과 기술 관련 정보를 보유한 네트워크인 ENE와의 만남을 바탕으로 B2B 활로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