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을 제조업으로 본다면 손익분기점 매출을 구하기 위해서 고정비와 변동비를 알아야 한다. 변동비는 생산량 증감에 따라 비례해서 늘거나 줄어드는 비용으로 식자재비가 대표적이다. 고정비는 생산량과 상관없이 일정하게 지출해야 하는 비용으로 인건비, 임대료 등이 있다. 변동비든 고정비든 비용을 줄여야 수익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논리이므로 비용을 절감하는, 즉 원가율을 낮추는 노력은 외식업에서 지상과제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식당의 반찬 인심이 후하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고깃집에서 최초로 나온 상추를 다 먹고 더 달라고 하면 달랑 상추 몇 장에 300엔, 400엔을 추가로 받는다. 조그만 접시에 담긴 김치도 추가로 먹으려면 돈을 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밑반찬을 두세 번 더 달라고 해서 먹어도 비용을 받는 경우는 없다. 손님들은 당연한 권리로 생각한다. 그러나 식당 입장에서는 추가로 제공하는 상추나 김치는 그대로 비용이다. 서빙을 해야 하는 직원이나 알바생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인건비도 들어간다. 아무것도 아닌 조그만 한국 외식문화의 단면이지만 식당의 비용구조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요즘에는 첫 번째로 내주는 반찬만 직원이 서빙하고 반찬을 더 먹으려면 손님이 직접 가져다 먹는 식당이 늘고 있다. 식당 입장에서 인건비를 줄이려는 시도다. 이 같은 시도가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한 사례는 최근 흔히 볼 수 있는 모 프랜차이즈 우동집이다. 해당 우동집의 매장에는 홀에서 주문을 받고 음식을 가져다주는 서빙직원이 없다. 손님은 매장 한쪽에 있는 식권 자판기(키오스크)에 돈을 넣고 먹고 싶은 음식을 선택한다. 자판기에서 결제를 마치고 식권번호에 맞는 음식이 나오면 주방에서 나온 음식을 가져가서 먹은 후 식기를 반납하는 시스템이다. 이 우동집에는 주방 직원만 있고 홀 서빙직원은 없다. 당연히 고정비의 상당액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줄어든다.

홀서빙 직원의 인건비를 줄인 이 같은 시스템은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의 푸드코트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도입했지만 일반 식당에서도 비용 절감 차원에서 도입하고 있다. 정규 직원보다 알바생 비중이 높은 패스트푸드점도 일부 브랜드는 이 같은 자판기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주방으로 눈을 돌려보자. 당신의 주방에서는 제조 공정상에 불필요한 비용을 충분히 줄이고 있는가. 차이나플레인은 중식당이다 보니 야채 가운데 양파를 가장 많이 소비한다. 외식업을 시작했을 때는 주방에서 피양파(껍질을 벗기지 않은 양파)를 사와서 주방 직원들이 양파 껍질을 벗기는 작업을 한 후에 사용했다. 물론 피양파는 깐양파보다 값이 싸다. 그런데 피양파의 껍질을 벗기는 작업은 숙련도가 떨어지면 식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부분까지 껍질과 함께 벗겨내서 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른바 로스(Loss)가 발생한다. 양파 껍질 벗기는 작업에 만만치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해당 주방직원은 음식을 만드는 메인 제조공정에 투입하지 못하는 단점이 생기기도 했다. 결국 차이나플레인은 피양파와 깐양파의 단가 차이(당연한 얘기지만 깐양파가 더 비싸다)와 피양파 작업상의 로스 및 주방직원의 업무효율을 비교하여 어떤 것이 비용절감에 더 효과적인지 분석 작업을 거쳐서 피양파를 깐양파로 대체하기로 했다.

피양파와 깐양파의 문제는 수없이 많은 주방 현장의 비용절감 고민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차이나플레인처럼 직영매장을 4~5개 운영하는 매장과 단독매장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식당에 적용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다만 양파 하나를 사더라도, 추가 반찬을 손님이 직접 덜어가게 하는 문제를 고민하더라도 식당 현장에서는 비용을 줄일 여지가 있는 장면이 많다는 뜻이다.

비용절감 사례를 하나 더 들면 식기세척기 전용 세제가 있다. 차이나플레인은 식기세척기가 매장마다 주방에 설치되어 있는데 해당 세척기 전용 세제를 써야만 한다. 이 세제값이 만만찮게 들어간다. 프린터 회사가 프린터는 싸게 팔면서 토너로 돈을 벌어들이는 구조와 비슷하다. 차이나플레인은 같은 업체와 오래 거래한 연후에야 세제값을 일부 내릴 수 있었다.

식당 사장은 월결산을 마치고 나면 모든 비용항목을 정리한 후에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없는지 홀과 주방 현장을 직접 돌면서 항목별로 체크하고 고민해봐야 한다. 양파, 식기세척기, 반찬 등 조그만 것 하나에도 비용을 줄이는 포인트는 늘 숨어 있다. 실패하지 않는 식당의 사장은 매출상승과 비용절감이 합쳐질 때 수익극대화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