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즈이노베이션 커뮤니케이션팀 지용진과장

사람과 사람을 연결했던 페이스북이 사람과 비즈니스(브랜드) 연결을 본격화했다. 올해 4월 열린 페이스북 F8(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마크 주커버그는 “페이스북의 미래는 메신저에 있다”고 공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당신이 친구와 텍스트로 소통하는 것처럼, 이제는 기업과도 텍스트로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의 10년 후 청사진을 제시하는 무대에서 나온 말이다.

주커버그의 선언은 여러 기업에 적용되면서 현실화 되고 있다. 우버는 페이스북 메신저로 차량 호출 서비스를 도입했고, 월마트도 역시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고객과의 접점 마련에 나섰다. 네덜란드 항공사 KLM도 항공 정보 및 탑승권 예약을 페이스북 메신저로 제공한다.

모바일 메신저가 개인간의 소통 수단을 넘어 기업과 고객이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식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른바 대화형 커머스의 약진이다. 이는 메시징 앱의 폭발적인 사용에 힘입어서다. <인터넷 트렌드 2016>에 따르면, 작년 페이스북 메신저 사용자는 약 8억 명, 위챗은 약 7억 명에 육박한다. 최근 2년 새 3~4배가 뛴 결과다.

국내에서도 메신저는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한 달 총 사용량을 보면 약 3억 1천 3백만 시간에 달한다. DMC 미디어에 따르면, 메신저를 보낼 때 이용하는 서비스가 모바일 메신저 앱(93.2%)이 SMS(6.8%) 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처럼 우리는 메시징(messaging)으로 끊임없이 ‘연결’ 된 시대를 살고 있다. 특히 ‘소비자가 있는 곳에 비즈니스가 있어야 한다(Be where your customers are)’는 맥락에서 보면 메시지로 소통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기업이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특히 CS(Customer Service)가 대화형 인터페이스가 유효한 분야로 손꼽힌다. 고객 문의에 대한 체계화 된 피드백으로, 빠르고 간편한 응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어때, 호텔타임 등 숙박O2O를 운영하는 스테이테크(staytech) 기업 위드이노베이션도 수많은 고객 문의를 해결하기 위한 '챗봇'을 도입할 예정이다. 숙박업계는 이용 및 환불 관련 문의가 상당히 많은 업계인데, 챗봇이 사용자의 시간과 기업의 비용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왜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한 메시징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걸까.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먼저, 시간을 단축하고 절차를 줄일 수 있어 소비의 효율성이 커진다. 기업에 메시지를 보내면 그에 맞는 답변이 제공 돼 검색을 통해 비교하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딸의 생일 선물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하면 그에 맞는 대화가 이뤄져 상품 추천이 가능하다. 둘째, 퍼스널 서비스(personal service)가 이뤄진다. 개인의 정보가 쌓이면 이를 기반으로 한 ‘추천’이 가능해져 본인에게 최적화 된 상품(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메시징이 구매 방식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기술의 진보가 부작용을 수반할 때도 있다. 1960년대 일찌감치 초보 대화 프로그램 엘라이자(ELIZA)를 만든 조셉 와이젠바움 교수는 대화형 인터페이스의 중독성을 경고한 바 있다. 또 MIT 셰리 터클 교수는 저서 <대화 대찾기>에서 현대인들이 연결은 늘지만, 대화는 줄어드는 현상에 주목했다.또 챗봇의 학습 및 대화 능력이 떨어지면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그로 인한 사회적, 윤리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챗봇이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으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책임과 의무, 그에 따른 윤리적 마인드도 모색돼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