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코노믹리뷰

# 서울 강남구 아파트를 10년간 전세살이 하던 김민철(가명)씨가 최근 경기도 남양주로 이사했다. 서울 전셋값으로 집도 바꾸고 남은 돈으로 차도 살 수 있었다. 출퇴근 시간이 전보다 많이 걸리는 게 불편하긴 해도 더 이상 이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만족스럽다. 심지어 집값 상승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지하철 8호선의 연장 노선인 별내선 교통호재 때문이다.

# 30대 두 남녀가 처음으로 서울을 벗어나 김포한강신도시에서 신혼집을 꾸렸다. 직장이 있는 마포로 출퇴근하기 편한 데다 대출받고 가진 돈을 보태니 서울에서는 하기 힘든 집 한 채를 장만할 수 있었다.

서울지역 아파트 전셋값이 끊임없이 오르면서 서울을 떠나 수도권 외곽지역에 둥지를 트는 세입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서울 전셋값으로 경기도에서 내 집 장만이 가능한 상황이다 보니 탈서울 행렬이 꼬리를 물고 있다.

보통 직장과 가깝고 자녀가 있다면 유명학군이 있는 서울에 살기 바라지만, 자금이 넉넉지 않은 관계로 하나둘씩 짐을 싸고 있다. 치솟는 전셋값도 감당하기 어렵지만 서울에 버금가는 제2 도시들이 생겨난 것이 ‘대체재’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들이 선택한 아파트는 합리적인 가격대는 물론 교통여건도 좋아질 예정이어서 서울 연장선에 있는 느낌을 준다. 또 서울의 동서남북 방향으로 신도시가 조성되고 있어 서울주민 수요를 끌어들이기 알맞은 조건을 갖췄다. 동쪽부터 원을 그리듯 다산신도시, 위례신도시, 하남미사강변도시, 동탄신도시, 김포한강신도시, 파주 운정신도시 등이 대표 주거대안지로 떠오른다. 이같은 공공택지 및 신도시 물량은 최근 그 인기를 반영하듯 평균청약경쟁률만 수십 수백대 일에 달할 정도였다.

가격대도 훨씬 저렴하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서울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1806만원, 전세가는 1269만원이다. 그러나 신도시별 아파트 3.3㎡당 매매가는 지난달 기준으로 ▲파주운정신도시(950만원) ▲김포한강신도시(1015만원) ▲동탄신도시(1147만원)  ▲위례신도시 (2142만원) 등이다.

▲ 출처=부동산 114

‘대체주거지’ 서울 외곽아파트 상품 만족도 높아

서울 전세난민들에게 수도권의 새 아파트는 가격부담이 적고 편리한 교통과 주거환경까지 갖춰 매력적인 피난처로 각인되고 있다. 단지 내 수영장, 헬스장, 게스트 하우스 등 커뮤니티 시설을 비롯해 주변에 대형 편의시설 호재가 끊이지 않는다. 주변환경도 그린벨트 해제지역의 경우 도심속 자연을 누리는가하면 호수, 강, 골프장 조망권을 가지고 수요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또한 주요 산업단지나 교통호재를 내세운 새 아파트도 눈길을 끈다. 

질좋은 상품성 뿐만 아니라 전세대란이 지속된 것도 '탈서울'을 부추겼다. 서울의 전세가율이 최근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70.24%로, 전세난을 해결해주기에는 역부족인 수준이다.

미친듯이 오르는 전셋값도 영향을 끼쳤다. 2년 전세계약 갱신시 적게는 1000만원부터 많게는 1억원을 올려달라는 통에 세입자들의 시름이 깊어진다. 지하철 4호선 이수역 인근 주민 A씨는 “전세 만기가 내년 1월에 끝나는데 6000만원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라며 “위례신도시로 입주할 지 아내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굳이 ‘서울 시민’이여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현재 서울의 주민등록상 인구는 999만5000명 수준이다. 서울 전세값으로 구매할 수 있는 아파트 이외의 매매에 눈길을 주고 있는 것이다. 

웃돈 붙은 단지는 글쎄

그러나 분양권 프리미엄이 붙은 신도시 아파트는 가격대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서울역 인근 다세대주택에 사는 주민 B씨는 “동탄, 다산신도시 30평대 아파트가 3~4억원 수준이다. 매수하고 싶지만 분양권 웃돈을 주고 사려니 부담이 커졌다”라며 “또 신도시 형성초기여서 당장 생활하기에 불편한 점도 있고 교통이 원활하지 않아 여전히 서울 도심에 사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분양시장 활황세에 가수요가 생기면서 분양권 손바뀜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이에 실수요자가 느끼는 부담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특히 위례신도시는 3.3㎡당 평균매매가가 2142만원에 달하면서 웬만한 서울 강북권 아파트보다 가격대가 높다. 또 하남미사강변도시, 판교신도시 일부 아파트 분양권에 최대 2억원이 넘는 프리미엄이 붙으면서 합리적인 수요자의 판단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