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들은 종종 거리에서 무료 무선인터넷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불만을 토로하곤 한다. 한국에서는 지하철이나 지하철역 안에서 무선인터넷을 쉽게 이용할 수 있었는데, 뉴욕 지하철역에서 무선인터넷은 매우 느리고 차량 안에서는 아예 이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무선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서 스타벅스에 가서 원치 않는 커피를 마시거나 눈치를 보면서 살짝 인터넷만 쓰고 나온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뉴욕시도 이러한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했는지 지난 1월부터 맨해튼을 시작으로 곳곳에 무선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무선인터넷 키오스크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약 9피트(2.7미터) 높이의 직사각형 기둥처럼 생긴 무선인터넷 키오스크는 링크NYC(LinkNYC)라고 불리며 총 2억달러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무선인터넷 키오스크는 중간에 부착된 작은 스크린을 통해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도 있고 자신의 이메일을 등록해놓으면 뉴욕시에 있는 모든 키오스크 인근에서 자신의 휴대폰으로 무선인터넷을 마음껏 이용할 수도 있다.

링크NYC에서 제공되는 인터넷의 속도는 미국 내 어떤 공공 인터넷 속도보다도 빠르다는 것이 이를 설치한 시티브리지테크놀로지 컨소시엄(City Bridge Technology Consortium)의 설명이다. 사람들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공중전화를 없애고 동일한 자리에 설치한 링크NYC는 키오스크를 통해 미국 내 어디에나 무료로 전화통화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휴대폰이나 기타 통신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USB 포트가 있어서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된 경우 길에서도 손쉽게 충전이 가능하다.

이 모든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무료라는 것이 링크NYC가 더욱 매력적인 이유다. 키오스크의 양쪽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서는 광고가 끊임없이 나오는데 이 광고비용으로 키오스크의 서비스를 무료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밤에도 키오스크의 광고는 환하게 거리를 비춰서 다소 컴컴했던 맨해튼의 밤거리가 한결 환해지는 효과도 있다.

특히 키오스크를 환영하는 것은 집에 인터넷이 없거나 인터넷 비용이 부담스러웠던 사람들이다. 매달 집에서 별도의 인터넷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가까운 곳의 무선인터넷 키오스크에서 휴대폰 등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7월 말 기준으로 링크NYC에 등록해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약 27만5000명이며 기존의 모든 공중전화를 키오스크가 대체할 경우에는 뉴욕시 전체적으로 약 7500대의 키오스크가 설치된다. 현재는 맨해튼을 중심으로 3번가와 8번가의 모든 공중전화가 키오스크로 대체됐고 앞으로는 퀸즈를 시작으로 브루클린, 스태튼 아일랜드의 순서로 키오스크가 설치될 예정이다.

한편에서는 주민들이 환영하고 있지만 숫자가 늘어나면서 기대하지 못했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상업시설이 아닌 주거시설이 모여 있는 지역에 설치된 키오스크에서 나오는 음악과 환한 불빛이 밤에 소음공해로 작용해서 주민들이 항의하기도 했다.

뉴욕시 측은 밤에는 음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방법으로 문제를 타개해가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불만은 거리의 무선인터넷 키오스크가 노숙자들의 아지트처럼 변해간다는 것이다. 평소 인터넷을 접할 길이 없던 노숙자들이 마음껏 무료 전화와 인터넷을 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사람들이 많고 바쁜 지역에 있는 키오스크를 붙들고 30분 이상씩 차지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휴대폰을 충전하거나 급하게 인터넷을 잠시 이용해야 하는 시민들은 노숙자가 키오스크를 독점하니 아예 피해버리거나 이용을 포기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여러 명의 노숙자들이 키오스크의 스크린에 유튜브 등의 뮤직비디오를 틀어놓고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는 모습 등이 목격되면서 키오스크가 노숙자들의 아지트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민들에게 무료로 무선인터넷과 전화를 제공한다는 아이디어는 좋았다. 하지만 자칫하다간 한국 강남사거리의 미디어폴처럼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흉물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