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더 커지기 전에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을 방치하여 더 크게 일을 수습한다는 의미다. 최근 우리 주변에는 속담처럼 쓸데없이 많은 힘을 들이는 일들이 너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사전적 예방적 차원의 대처 방안이 언제부터인가 실종되면서 호미로 해결해도 될 일을 가래로 막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경제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국적선사인 한진해운 법정관리 파문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법정관리라는 절차는 기업 당사자에게는 회생의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지만, 이 기업과 상거래를 하거나 빚을 준 채권자 입장에서는 모든 행위가 법에 의해 묶여지는 강제적 성격을 가진다. 당연히 거래 상대방은 자신의 당연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실력행사를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상거래를 하는 작은 중소업체들도 모두 인지하고 있다. 부채를 담당하고 있는 금융기관에게는 상식중의 상식이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도 법정관리 이후 벌어질 예상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충격을 최소하기 위해 사전적 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런 사전적 행위가 법정관리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을 대비해 법원의 조치가 전격 시행되고 있지만, 그럴 경우에도 신청기업으로서는 만약을 대비한 수습책을 염두에 둘 수 밖에 없다. 법정관리 기업도 상거래가 중단된다면 본연의 사업을 수행하기 어렵고, 상거래의 중단은 기업에게 제품생산 중단이라는 사실상의 사형선고와 같기 때문이다.

이번 한진해운 사태가 아쉬운 것은 이런 일련의 기본적인 파장을 대비하지 않고 성급하게 발표됐다는 점이다. 사전 도상훈련을 통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면 손실 규모가 이처럼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해운 물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한진해운 사태로 인해 올해 연말 미국의 크리스마스 특수를 겨냥한 제품생산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당장 수출납기를 맞추어야 하는 수많은 화물들의 크레임과 거래중단도 예상된다. 농수산물의 수출은 바로 폐기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상식적인 대비를 상식을 벗어나 챙기지 못한 까닭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커녕 '외양간 부수고 소 잃는' 형국으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 그럼에도 주무 장관은 단 두 마디로 이 상황을 설명했다.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 1차 책임은 한진해운에게 있다." 그는 이런 상황을 예측 못한 것이 당연하다는 듯 입장을 밝혔다. 특히 원론적인 책임론에 이르러서는 정말 면피 문화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이건 정책 책임자의 자세가 아니다.

부동산 관련 대책도 시장을 쫓아가기만 할 뿐 시장의 예상 반응을 사전에 차단하면서 몇 수 앞을 내다보는 포석이 사라진 지 오래다. 안심대출로 대출을 권장하더니, 1년 뒤에 대출 규제를 시작했다. 개인대출 기준을 강화하더니 집단대출로, 이제는 택지 공급을 축소하는 공급 측면의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요동칠 뿐 엉뚱한 풍선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미친 전세난으로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신규 분양 실수요자를 유인하더니 이제는 다시 재개발 재건축지역으로 실수요자들이 갈아타기를 하고 있다. 그 사이에 서민들은 2년에 한 번씩 엄청나게 오르는 전세살이로 난민처럼 떠돌고 있다. 시장을 잘 모는 훌륭한 ‘목동’이 되어야 할 분들이 오히려 버펄로 효과처럼 엉뚱한 방향으로 시장을 몰고 있다. 그리고 익숙한 규제로만 정책을 펴다 보니 시장을 어디로 몰아야 하는지를 잊은 듯하다.

장기 플랜이 없는 정책, 임기응변식 정책으로는 고령화-저출산-내수불황의 장기 현상들을 결코 풀어낼 수 없다. 글로벌 경제는 북풍한설인데 왜 이리 한가롭게 구태로 무장한 결정들만 쏟아내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이처럼 문제들이 산적한 가운데 선거철이 또 다가온다. 경제는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데 정치 소용돌이에 또 다시 경제가 실종 될까 두렵기까지 하다. 원전비리, 방산비리, 세월호 비리, 그리고 법조 3륜비리까지 ‘윗물부터 혁신해야’ 이 질곡의 고난기를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