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위키미디어

올해 IFA 2016에서는 상상으로만 그려왔던 미래 스마트홈이 눈앞에 펼쳐진다. 특히 최신 기술을 탑재한 미래형 냉장고가 전시장에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끈다.

특히 연결된 생태계를 구축해 미래의 주방이 얼마나 똑똑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가장 선전한 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보인 냉장고다. 냉장고의 기본 기능은 물론 다양한 콘텐츠와 부가기능을 제공하는 사물인터넷 기반의 차세대 냉장고를 선보여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IoT) 냉장고 ‘패밀리허브’를 공개했다. 패밀리허브는 냉장고의 기본 기능뿐 아니라 사물인터넷 기술 기반으로 기존의 냉장고보다 훨씬 똑똑해진 미래형 냉장고다. 미국과 한국에서 이미 출시한 모델로 이번 전시에는 유럽형 모델이 공개됐다. 유럽 지역에 특화된 상냉장·하냉동 방식의 2도어 BMF(Bottom-Mounted Freezer) 형태로, 냉장실 오른쪽 문에 21.5인치의 커다란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 출처=삼성전자

패밀리허브는 식재료 보관이라는 냉장고의 기본기능에도 충실하다. 상냉장·하냉동 방식인 BMF(Bottom-Mounted Freezer) 타입으로 냉각기가 냉장실과 냉동실에 각각 위치한 독립냉각 시스템 ‘트윈 쿨링 플러스’와 삼성의 ‘미세정온기술’이 적용됐다. 트윈 쿨링 플러스는 냉장실의 수분량을 최대 70% 수준까지 유지해줘 기존 냉각방식보다 더 오래 식재료를 보관해준다.

미세정온기술은 냉장실 온도 편차를 0.5도 안팎으로 유지해 정온유지를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서랍식 셰프존은 육류나 생선을 보관할 때 재료 영양분 손실을 최소화하며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 패밀리허브는 LCD 화면을 터치해서 구입할 식재료 목록을 관리하거나 식재료를 주문할 수 있다. 바로 ‘푸드 매니지먼트’기능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슐랭 스타 셰프들의 노하우가 담긴 요리 비법 영상을 볼 수 있고 음악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가족 구성원의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사진을 공유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패밀리허브’를 통해 TV 화면을 재생해주는 TV미러링 기능과 온라인 라디오 서비스 ‘튠인’도 지원한다. 삼성이 제시한 차세대 냉장고의 모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 냉장고는 한번 출시하면 구형 제품이 되기 일쑤지만 패밀리 허브는 소프트웨어에 따라 지속 진화하고 성장하는 신개념 냉장고”라며 “IFA를 통해 유럽판 패밀리 허브 파트너십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콘텐츠와 부가기능을 통한 연결성으로 기존 주방의 모습을 가족생활의 중심이 되는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LG전자는 이번 전시에서 최첨단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 냉장고를 처음 공개했다. 29인치의 투명 디스플레이 ‘매직스페이스’를 탑재해 화면을 노크하듯이 두드리면 LCD가 투명해지면서 내부 모습을 보여준다. ‘노트온’기능이다.

이 기능을 통해 냉장고 안의 식품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냉장실 안에 있는 카메라가 내부를 촬영해 이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해주는 기능도 있다. 집 밖에서 사용하면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공개한 스마트 냉장고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OS가 적용됐다. 생태계 확장 전략의 일부로 볼 수 있다.

▲ 출처=LG전자

LG전자는 일반 가전에 붙이면 다른 스마트 가전과 연결해주는 ‘스마트씽큐 센서’를 만들었는데, 이를 통해 냉장고도 제어할 수 있게 했다. 아마존과 손잡은 LG전자는 여기에 아마존의 음성 인식 서비스 ‘알렉사’를 연동했다. 예를 들어, 사용자는 음성으로 냉장고를 제어할 수 있다. 물론 스마트폰으로도 제어할 수 있다. 

LG전자 스마트 냉장고는 스스로 학습해 냉장고 사용 행태를 최적의 상태로 가동한다. 외출하거나 잠들면 절전상태가 되고 음식이 상하기 쉬운 여름에는 냉장고 내 제균 기능을 높여준다. 따듯한 음식을 넣으면 냉각팬을 빨리 돌려 설정 온도에 도달하는 시간을 다른 냉장고보다 최대 30%까지 줄인 기능도 제공한다.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H&A사업본부장은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력해 고객들에게 LG만의 차별화된 스마트홈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가전기업 ‘하이얼’도 LCD 화면을 장착한 냉장고를 선보였다. 겉모습부터 기능까지 삼성전자의 ‘패밀리 허브’와 유사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하이얼이 전시한 냉장고는 안드로이드 기반 OS를 적용했다. 외관은 상냉장 하냉동 4도어 타입으로 오른쪽 문에 터치 입력방식의 디스플레이가 장착되어 있다. 식료품을 주문하거나, 가족들에게 메시지를 남길 수 있고 요리를 하면서 레시피 영상을 볼 수도 있다. 냉장고 상부 문 아래에는 스피커가 달려있어 음악을 재생할 수 있고 와이파이를 연결해 인터넷 접속도 된다. 하이얼의 다양한 부가기능은 마치 삼성전자 패밀리허브를 연상시킨다.

하이얼의 카피캣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IFA에서 소개한 'T도어 시리즈' 냉장고도 LG전자의 2012년 제품의 '상냉장 하냉동' 방식을 그대로 따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밖에 많은 업체가 사물인터넷 기능을 탑재한 냉장고를 선보였다. 터키 베스텔은 냉장실 도어에 탑재된 터치스크린을 통해 내부 내용물을 확인하고, 보관일을 입력하고 날씨와 생활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 냉장고를 전시했다. 파나소닉의 사케·와인 냉장고는 도어의 투명 디스플레이를 통해 주류에 관한 정보를 알아보고, 그에 맞는 온도를 설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신병훈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품전략 담당 전무는 하이얼이 삼성 냉장고 ‘패밀리허브’와 비슷한 모델을 출시한 것에 대해 “중국업체들이 우리 제품을 모방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는 청신호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성진 LG전자 사장은 “세탁기가 세탁기답고, 냉장고가 냉장고다운 기본과 설계, 판매 등은 이미 중국 업체들이 99% 따라왔다고 보인다”며 “다만 디자인으로 형상화하거나 제품화하는 쪽에선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중국의 경기가 부진하다 보니 좋았을 땐 내수만 가지고도 충분했는데 지금은 로컬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가격할인 등을 전략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어 중저가대 제품들에겐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냉장고 부문 세계 1위 기업은 하이얼이다. 중국 내수시장에 힘입어 저가 냉장고를 많이 판 덕분이다. 하지만 하이얼의 고민은 ‘저가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다. 저가 물량 공세로 매출만 올린다는 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 도중에도 하이얼의 냉장고는 화면이 켜지지 않고 스피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의 오류가 발생했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얼 제품이 독보적인 정체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말한다. 하이얼이 삼성전자의 냉장고를 카피해서 만들었다는 오해를 받고 있지만 현재 세계 1위인 건 사실이다. 심지어 하이얼은 미국 GE의 가전제품 사업부까지 인수한다.

이번 IFA를 통해 보여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냉장고가 하이얼을 이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