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16의 주인공은 TV다. CES와 마찬가지로 가전업계 박람회의 정체성은 전통적으로 TV가 보여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TV는 디스플레이 및 기타 최신 전자기술의 결정체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스마트TV로 대표되는 ICT적 인프라가 연결되며 그 몸값은 점점 치솟는 중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전자'의 개념이 ICT에 종속되는 최근의 분위기를 토대로 IFA에서 TV의 존재감이 다소 흐려졌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은 TV다.

삼성전자는 퀀텀닷TV가 핵심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IFA 2016 기자 간담회을 통해 “퀀텀닷TV으로 미래 TV 역사를 새로 쓰겠다”고 1일(현지시각)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01년부터 퀀텀닷을 연구해 왔으며 그 결과 2015년 카드뮴없는 친환경 퀀텀닷 SUHD TV를 출시해 퀀텀닷에 대한 일말의 불안을 종식시킨 사례가 있다.

더불어 삼성전자는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영국, 스웨덴 등에서 진행 중인 퀀텀닷 SUHD TV 10년 번인 무상보증 프로그램 대상국을 미국 및 러시아에도 실시한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나아가 2016년형 유럽향 퀀텀닷 SUHD TV 라인업도 공개됐다. 14개 모델이었던 퀀텀닷 SUHD TV(43~88형)는 19개로 라인업이 확장되어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퀀텀닷 디스플레이 기술을 적용한 퀀텀닷 모니터 CF791, CFG70 두 모델도 IFA 2016에서 공개했다.

▲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는 LCD 기반의 퀀텀닷 기술을 키우며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경쟁한 후 OLED가 아닌 OLED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QLED는 당장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기술개발 및 시제품 출시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는 쪽은 OLED다. LG전자는 전시관 입구에 올레드 사이니지 216대를 이용한 초대형 올레드 조형물을 구성했으며 너비 7.4m, 높이 5m, 길이 15m 규모의 올레드 터널을 만들어 올레드의 강점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게 만든다는 복안이다. 야외 정원에 LG 시그니처의 디자인 철학을 담은 LG 시그니처 갤러리를 조성했으며 올레드 사이니지, 58:9 화면비로 공간 활용도를 높인 울트라 스트레치 등 B2B 상업용 디스플레이도 대거 공개했다. 양면 형태의 65형 울트라 올레드 사이니지를 가로로 이어붙여 천장에 매단 비디오월, 58:9 화면비의 86형 상업용 디스플레이 울트라 스트레치는 디스플레이 강점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각오다.

필립스가 LG디스플레이의 OLED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TV 존재감을 착실하게 구축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OLED 기반의 다영한 TV를 선보인 필립스는 미래 프리미엄 TV의 핵심을 OLED로 낙점한 분위기다. 중국의 창홍, 일본의 파나소닉, 터키의 베스텔, 독일의 그룬디히 등도 속속 OLED 진영에 합류했다.OLED 진영은 더욱 튼튼해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올해 IFA 2016에서는 퀀텀닷의 삼성전자와 OLED의 LG전자가 진영을 양분한 분위기다. 최근 MWC 및 CES에서 OLED와 비 OLED 진영의 전투가 벌어졌다면, 프리미엄 TV 시장의 패권을 두고 OLED의 강력한 대항마로 퀀텀닷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삼성전자는 퀀텀닷 이수 QLED의 기술력까지 노리고 있기 때문이 진짜 프리미엄 TV 전투는 아직 시작도 안했다고 볼 수 있다.

▲ 출처=LG전자

TV 전쟁에 있어 집중해야할 대목은 HDR이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이원진 부사장은 프리미엄 HDR 컨텐츠 파트너십과 컨텐츠 플랫폼인 스마트 허브에 대해 소개했으며 TV PLUS 서비스의 미국, 유럽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넷플릭스의 디바이스 제휴 담당 스콧 마이러 (Scott Mirer)도 등장해 HDR 10을 지원하는 퀀텀닷 SUHD TV 가능성을 강조해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HDR10은 돌비의 돌비비전과 경쟁하고 있다. 최근 돌비는 돌비비전의 우군으로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 OTT 업체를 섭외해 힘을 키우고 있으며 LG전자는 양쪽 모두 지원하는 TV를 출시하는 상황이다. 여기에서 LG전자는 HDR 10을 비롯해, 프리미엄 HDR 화질을 구현하는 돌비비전, 유럽의 HDR 방송 송출 규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HLG(Hybrid Log Gamma) 등 다양한 실험을 거듭한다는 방침이다. 영국 BBC, 유럽방송연합(EBU, European Broadcasting Union) 등과 협업해 세계 최초로 HFR(High Frame Rate)를 적용한 HLG 방송을 실시간으로 시연하기도 한다.

스마트홈 허브로서의 TV 역할론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스마트홈 허브의 후보군은 냉장고, 스마트폰, 음성인식 인공지능 스피커 등 다양하지만 최소한 삼성전자는 TV에 집중한 분위기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사장은 3일(현지시각) "TV가 스마트홈의 허브로 제격"이라며 "TV는 가정의 중심에 위치해있으며 네트워트 및 CPU 등의 지원도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물론 TV는 가정의 중심에 위치했으며 스마트홈의 콘트롤 타워를 맡기에 제격이다. 다만 음성인식 기반의 다른 디바이스와의 차별점과 그 이상의 시너지, 생태계 확장에 있어 명확한 비교우위를 점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TV 시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한중일 쟁탈전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삼성전자 및 LG전자가 각각 퀀텀닷과 OLED로 프리미엄 TV 시장을 좌우하는 가운데 일본기업의 약진이, 중국기업의 돌풍이 올해 IFA 2016에서도 여실히 느껴진다는 후문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아직 뚜렷한 위협을 감지하기 어렵지만, 조금씩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카피캣을 불사하며 '다음 수'를 고민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