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파도가 몰아치며 사물인터넷의 구체적인 방법론도 각광을 받고 있다. 현 상황에서 초연결 인프라는 스마트홈을 중심으로 조금씩 비즈니스 모델의 시작을 다듬는 분위기며, 그 연장선상에서 자동차를 차세대 플랫폼으로 활용해 사용자 경험을 확장하고 궁극적인 스마트 시티의 로드맵을 짜는 방식이 눈길을 끈다. 이 지점에서 글로벌 ICT 기업인 구글 및 애플이 전사적으로 뛰어들고 있으며 가전업체 및 자동차 회사, 드론, 센서 및 부품 기술기업도 각자의 자리를 찾는 중이다.

IFA 2016 현장에서는 어떨까. 모든 로드맵의 초기에 불과한 상황이라 단언할 수 없지만,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사물인터넷의 스마트홈 로드맵을 꾸려온 이들과 달리 전통의 가전업체들이 적극적인 관련 행보를 보여줘 눈길을 끈다. 안드로이드의 구글과 iOS의 애플은 세탁기와 냉장고를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은 가전업체 인프라와 연결해 소프트웨어를 제공, 스마트홈 콘트롤 타워를 꾸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 및 보쉬, 지멘스, 소니는 손에 잡히는 '오프라인 제품'을 제작해 연결의 방식만 고민하면 끝이다. 일각에서 앞으로 벌어질 스마트홈 전쟁의 핵심을 구글과 애플이 아니라, 삼성전자 및 LG전자와 같은 가전업체의 역할론에서 찾는 이유다.

▲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는 IFA 2016에서 스마트홈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지난 CES 및 MWC에서 다양한 관련 제품을 선보인 것과 달리 올해 IFA 2016에서는 패밀리 허브라는 새로운 개념의 냉장고만 공개했다. 유럽지역에 특화된 상냉장-하냉동 방식의 2도어 BMF (Bottom-Mounted Freezer) 타입까지 새롭게 추가되어 등장한 패밀리 허브는 주방을 핵심으로 삼아 초연결 인프라를 다듬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탈리(Eataly), 위스크(Whisk), 셰프콕(Chefkoch), 슈퍼마케토24(Supermercato24), 쿱앳홈 등의 애플리케이션이 탑재되어 소프트웨어 생태계 전형을 촘촘히 짜는 지점도 새롭다.

물론 삼성전자 스마트홈의 핵심이 주방이라는 주장은 단편적이고 파편적이다. 삼성전자는 Z 시리즈로 통칭되는 저가 스마트폰과 스마트TV를 중심으로 타이젠 운영체제를 조금씩 키워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말해 타이젠이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와 iOS를 압도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아예 판을 바꿔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의 심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다양한 가전제품 인프라는 타이젠을 중심으로 나름의 생명력을 부여받아 새로운 전투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IFA 2016 현장에서 스마트홈을 공격적으로 노리고 있다. 스마트홈 자체의 전략으로는 스마트씽큐 센서(SmartThinQ™ Sensor)로 일반 가전제품에 스마트 기능을 더하고 새로운 스마트 가전을 확대 출시하는 한편 스마트씽큐 허브(SmartThinQ™ Hub)와 같은 스마트홈 허브와 관련 액세서리를 내놓으며 기반을 착실하게 다질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아마존 알렉사와의 연동도 실시해 생태계의 외연을 넓힌다는 복안이다.

▲ 출처=LG전자

오픈 플랫폼(Open platform), 오픈 커넥티비티(Open connectivity), 오픈 파트너십(Open partnership) 등을 적절하게 활용하며 유럽의 가전업체와 조명업체가 만든 사물인터넷 플랫폼 연합인 퀴비콘 (Qivicon)과 국내 종합 홈 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 등과 파트너십을 맺은 대목이 중요한 이유다.

LG전자는 생활로봇이라는 아이템도 노리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에 깊숙히 침투한 소프트웨어-하드웨어의 융합을 촉진시켜 다양한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전망이다. 최근 인천공항공사와 공항 이용객을 위한 로봇 서비스를 위해 MOU를 맺은 지점도 비슷한 관점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LG전자의 스마트홈 생태계 중 오프라인 접점의 선봉장은 로봇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LG전자도 웹OS라는 별도의 운영체제를 키우고 있다. 그런 이유로 스마트홈에 있어 삼성전자와 비슷한 자체 운영체제-자체 가전 인프라 로드맵을 충실하게 구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음성인식 인공지능 기술력까지 노리고 있는 LG전자는 외부 생태계의 접점을 더욱 넓히고 있다는 점만 제외하고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방법론과 대동소이하다.

보쉬와 지멘스도 마이키라는 빔 프로젝트를 공개해 눈길을 끈다. 스마트홈의 심장을 디스플레이 기능에 충실한 프로젝트에 집중시킨 대목이 흥미롭다. 소니의 엑스페리아 에이전트는 TV와 오디오 연동이 가능한 소통형 로봇으로 풀이된다. 이 역시 가전업체가 스마트홈 시장 공략에 나서는 전형적 방법론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 출처=소니

추후 스마트홈 시장은 가전 인프라를 가진 전통적 업체와,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하는 ICT 기업의 대립과 연합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전자의 경우 이미 가전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연결의 소프트웨어를 효과적으로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며, 후자는 그 반대다.(구글의 구글홈이 단적인 사례다)

가전업체가 최근 프리미엄 제품에 사활을 거는 한편 빠른 시장확산이 가능한 B2B에 집중하는 대목과, ICT 업계가 오픈 생태계 혹은 폐쇄 생태계 중심의 강력한 소프트웨어 통제력을 앞세워 모바일 시장 지배력을 스마트홈에 이식시키는 지점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