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리엇 그린 IBM 왓슨용 사물인터넷·커머스·교육 부문 이사. 출처=IFA 2016

헤리엇 그린 IBM 왓슨용 사물인터넷·커머스·교육 부문 이사가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6에서 지난 3일(현지시간) 마지막 기조연설을 했다. 그린 이사는 '사물인터넷: 우리 삶의 방식을 바꾸다'를 주제로 무대에 올랐다.

화두는 단연 IBM의 인공지능 '왓슨'이었다. 왓슨은 현존하는 가장 완성된 인공지능 기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암을 치료하고 도박을 하려는 게 아니다. 왓슨은 그저 우리의 머리와 집 안으로 들어오려는 것이다. 와어레스 헤드셋 안에서 속삭이며 정보를 알려주고, 빨래를 할 때 도울 것이다" 그린 이사는 왓슨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린 이사는 “왓슨은 앞으로 미국 가전업체인 윌풀, 일본의 파나소닉, 통신업체 노키아, 무선 이어폰 회사 브라기, 3D 프린터로 자율주행차를 제작한 올리와 협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풀은 세탁기에 IBM의 왓슨을 탑재하고 건조기와 소통하며 세탁 상황을 알려주며 시간을 맞춰 스스로 건조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기기들끼리 상호작용 하는 능력은 인공지능으로부터 나온다. 그린 이사는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머신러닝을 이용해 소비자들에게 편리한 제품을 만들어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컴퓨터와 연동된 보안 카메라는 친구와 가족, 이방인 등을 구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를 인식하는 인공지능이 메시지나 음성으로 사람이 끼고 있는 스마트 헤드셋이나, 휴대폰으로 상황을 알려줄 수 있다.

▲ 헬스 케어 데이터 수집하는 왓슨 프로그램. 출처=IBM

왓슨은 이미 헬스케어 분야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린 이사는 "왓슨이 특정 암에 어떤 치료를 시행할지 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IBM은 노키아의 디지털 헬스 케어 팀과 '노화의 장소'(Aging in Place)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사람들의 건강을 집에서 모니터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왓슨은 앞으로 한국의 헬스케어 분야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최근 가천대학교 길병원은 국내 처음으로 왓슨을 암환자 치료에 도입하겠다고 지난 2일 밝혔다. MD 앤더슨 병원에서 이미 암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왓슨은 진단 정확도가 전문의를 넘어서서 96%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왓슨이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데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의사가 확인하는 의료분야에 데이터는 유전학 5%, 치료 임상시험 등 의학 분야가 20%고 나머지 75%는 사람의 행동 등을 포함한 비의료 분야다. 의사는 비의료 분야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지만 왓슨은 비의료분야를 비롯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기에 더 정확하다. 왓슨은 진단 후에 맞춤형 암 진료를 제공할 수 있다.

한편 기조연설 현장에는 왓슨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버스 올리가 등장해 환호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올리는 왓슨의 사물인터넷 기술이 적용된 12인승 자율주행 셔틀버스다. 클라우드 기반 인지 컴퓨팅을 이용하는 최초의 차량이다. 왓슨은 차량 내부에 내장된 30개의 센서를 정보를 수집해 분석한다. 올리에는 승객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음성과 텍스트 변환, 자연어 분류, 텍스트-음성 변환 등의 4개의 왓슨 개발자 API가 활용됐다.

▲ 헤리엇 그린 IBM 왓슨용 사물인터넷·커머스·교육 부문 이사. 출처=IFA 2016

왓슨을 기반으로 IBM은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앞서 달리고 있다. 최근 IBM은 시스코와 손잡고 사물인터넷 시장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IBM은 시스코 라우터에 인지 컴퓨팅 시스템 왓슨을 탑재했다. 고객사는 IBM의 분석 엔진을 통해 산업현장의 기기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그린 이사는 "산업현장은 클라우드만으로 충분하지 않아 필요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네트워크 기기의 아주 작은 요소까지 왓슨을 확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IBM과 시스코는 콜롬비아 카르타게나 항구를 비롯해 다양한 고객사들에 사물인터넷을 보급하고 있다. 카르타게나 항구는 사물인터넷 시스템을 활용해 항구 기계 장비의 과부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기계들이 고장을 일으키기 전에 이를 정비하고 있다.

IBM은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사업기회를 찾고 있다. IBM은 지난해 향후 4년간 사물인터넷 신사업에 향후 30억 달러(약 3조 원)를 투자한다고 알렸다. IBM은 이미 사물인터넷 분야 사업으로 170개국에 4000개 이상의 고객사를 지니고 있다고 알려졌다. IBM의 사물인터넷 분야 영토 확장 속도는 빠르고 침투하는 영역은 생각보다 섬세하다.

IFA 2016 개막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사물인터넷의 주도권을 쥐는 자가 가전업계에서 선두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IBM이 그 심장이 될 수 있을까? 왓슨으로 집, 버스, 가정기기 등을 넘어 사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의료분야까지 점령 중인 IBM은 가장 빠르게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들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