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삼성전자

독일에서 2일부터 열린 IFA 2016이 성대하게 막을 올린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전쟁도 불을 뿜기 시작했다. 이들의 전쟁은 퀀텀닷의 삼성전자와 OLED의 LG전자가 일으키는 충돌로 설명이 가능하지만, 그 너머에는 '다음 수'를 생각하는 각자의 신경전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다. 예상대로 퀀텀닷의 가치에 승부를 거는 분위기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IFA 2016 기자 간담회을 통해 “퀀텀닷TV으로 미래 TV 역사를 새로 쓰겠다”고 1일(현지시각) 밝혔다. 나아가 유기물(LCD)과 무기물(PDP)의 역사로 이어진 TV 시장의 흐름을 보아 결국은 무기물이 시장을 선도했다는 점도 부연해 눈길을 끈다.

사실 퀀텀닷 기술은 LCD 기반의 삼성전자가 프리미엄으로 향하는 대목에서 가장 극적으로 선택된 아이템이다. LG전자처럼 OLED를 프리미엄 TV 전략의 중심에 두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신감은 삼성전자가 구축한 퀀텀닷 기술 자체 경쟁력에 있다. 삼성전자는 2001년부터 퀀텀닷을 연구해 왔으며 그 결과 2015년 카드뮴없는 친환경 퀀텀닷 SUHD TV를 출시해 퀀텀닷에 대한 일말의 불안을 종식시킨 사례가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영국, 스웨덴 등에서 진행 중인 퀀텀닷 SUHD TV 10년 번인 무상보증 프로그램 대상국을 미국 및 러시아에도 실시한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나아가 2016년형 유럽향 퀀텀닷 SUHD TV 라인업도 공개됐다. 14개 모델이었던 퀀텀닷 SUHD TV(43~88형)는 19개로 라인업이 확장되어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퀀텀닷 디스플레이 기술을 적용한 퀀텀닷 모니터 CF791, CFG70 두 모델도 IFA 2016에서 공개한다.

영역을 넓히고 있는 B2B 시장 외연확대와 더불어 프리미엄의 가치의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일단은 빌트인 및 프리미엄 가전제품에 있어 유럽 현지화 정책을 추진하며 끌고가는 핵심 전략으로 보이지만, TV 전략에도 유효해 보인다. 삼성전자는 퀀텀닷 TV의 저변을 확대해 프리미엄 시장 자체를 의미있는 수익시장으로 확장시키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 출처=삼성전자

그 이상은 없을까? QLED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는 LCD 기반의 퀀텀닷 기술을 키우며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경쟁한 후 OLED가 아닌 OLED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QLED는 당장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기술개발 및 시제품 출시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TV에 있어 OLED를 밀어내고 QLED 시장을 노리는 선으로 정리되고 있다.

반면 LG전자는 여전히 OLED다. CES 2016에 출시된 TV업체를 LG를 중심으로 하는 OLED 진영과 그 외 비 OLED 진영으로 묶어버린 파괴력을 꾸준히 유지한다는 복안이다.

부스 자체가 OLED 핵심이다. 전시관 입구에 올레드 사이니지 216대를 이용한 초대형 올레드 조형물을 구성했으며 너비 7.4m, 높이 5m, 길이 15m 규모의 올레드 터널을 만들어 올레드의 강점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게 만든다는 복안이다.

▲ 출처=LG전자

더불어 IFA 전시장 중앙의 야외 정원에 LG 시그니처의 디자인 철학을 담은 LG 시그니처 갤러리를 조성한다. 영국의 디자인그룹 ‘제이슨 브루지스 스튜디오(Jason Bruges Studio)’와 함께 ‘본질의 미학(The Art of Essence)’을 주제로 갤러리를 조성했다는 후문이다. LG 시그니처 주요 제품을 빛으로 빚어낸 지점이 핵심이다. 스스로 빛을 내는 올레드 TV의 특성을 어둠 속에서 빛나는 OLED 조명으로, 냉장고의 신선함은 상자 속에서 빛나는 얼음 조각으로, 세탁기의 디자인 모티브인 달은 지름 2m 크기의 2개 원형 조형물로, 물 입자로 공기를 깨끗하게 하는 가습 공기청정기의 특징을 빗방울로 각각 형상화했다는 설명이다.

올레드 TV 갤러리도 눈길을 끈다. 올레드 사이니지, 58:9 화면비로 공간 활용도를 높인 울트라 스트레치 등 B2B 상업용 디스플레이도 대거 등장한다. 양면 형태의 65형 울트라 올레드 사이니지를 가로로 이어붙여 천장에 매단 비디오월, 58:9 화면비의 86형 상업용 디스플레이 울트라 스트레치는 디스플레이 강점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각오다.

LG전자의 TV 전략은 한동안 OLED일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미엄 시장을 줄기차게 공략하며 대중화 전철을 밟는 것이 지상과제다.

한편 양사의 TV 전략은 HDR 경쟁에서도 극적으로 벌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이원진 부사장은 프리미엄 HDR 컨텐츠 파트너십과 컨텐츠 플랫폼인 스마트 허브에 대해 소개했으며 TV PLUS 서비스의 미국, 유럽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넷플릭스의 디바이스 제휴 담당 스콧 마이러 (Scott Mirer)도 등장해 HDR 10을 지원하는 퀀텀닷 SUHD TV 가능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돌비와 삼성전자로 나눠진 HDR 시장에서 넷플릭스는 돌비에 다소 기울어져 있으나, 삼성전자의 HDR10도 지원한다.

LG전자는 HDR 시장 자체를 주도하지 못한다. 일정정도 돌비비전에 발을 담구고 있으나 삼성전자와도 인연의 끝을 놓지 않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HDR 10을 비롯해, 프리미엄 HDR 화질을 구현하는 돌비비전, 유럽의 HDR 방송 송출 규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HLG(Hybrid Log Gamma) 등 다양한 실험을 거듭한다는 방침이다.

영국 BBC, 유럽방송연합(EBU, European Broadcasting Union) 등과 협업해 세계 최초로 HFR(High Frame Rate)를 적용한 HLG 방송을 실시간으로 시연하기도 한다. HDR의 강점을 살리는 한편 다양한 규격의 HDR을 지원하는 슈퍼 울트라HD TV도 등장한다. 웹OS 3.0의 존재감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정리하자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전쟁은 퀀텀닷, OLED로 프리미엄 시장이 격전지다. 다만 삼성전자는 QLED라는 비밀무기를 다듬으며 나름의 2단계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 대중적 TV 시장은 LG전자가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가운데 HDR 충돌도 각자의 진영을 지키려는 복마전이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