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나고야의정서'가 국제규범으로 정식 발효된 이후 오는 6일 중국에서도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된다. 하지만 국내서는 기업들을 도와줄 이행 체계를 마련할 법률도 아직 통과가 되지 않고 있다. 국내 기업 중 70%는 해외 생물자원을 사용하고 있고 바이오 기업 중 중국이 주요 원산지인 기업은 51%임에도 아직까지 이에 대한 대응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나고야의정서가 세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새로운 부의 창출'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나고야의정서와 바이오산업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오는 2030년이면 바이오경제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처럼 바이오산업은 차세대 원동력으로 손꼽힌다. 바이오 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는 지적재산권 프레임과 지식공유가 매우 중요하다. 이를 투명하게 이행하기 위해서 나고야의정서가 국제적 표준으로 지정됐다. 2016년 8월 12일 기준으로 나고야의정서를 비준한 국가는 80개에 이른다.

나고야의정서를 모른다?

나고야의정서의 핵심은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 공유(Access to genetic resources and Benefit Sharing, ABS)’다. 생물유전자원에 접근(사용)하고자 하는 경우 해당 생물유전자원 제공국이 정한 절차에 따라 사전통보승인(PIC)을 받아야 하고 해당 유전자원에서 이익이 발생할 경우 생물유전자원 제공국과 이용자 간 상호합의조건(MAT)을 체결해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공유 대상 이익은 로열티·접근료 등의 금전적 이익과 기술이전·공동연구 등 비금전적 이익이 모두 포함된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 산업계 기업 중 나고야의정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기업은 8.8%에 불과하다. 나고야의정서를 알고 있는 기업도 40.4%에 불과하다. 바이오 기업뿐만 아니라 화장품·건강식품 기업들까지 고려한다면 해외 생물자원을 이용하는 국내 기업은 7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나고야의정서 대응책을 마련한 기업은 턱없이 적다.

오는 6일이면 중국에서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된다. 그동안 나고야의정서를 발효한 국가들이 있어왔지만 중국의 이번 발효가 이슈가 되는 것은 우리나라가 중국으로부터 가져오는 생물유전자원이 많고 사드 문제와 같이 보복성 정책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병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원은 “사드 문제로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위반되지 않는 선에서 화장품 수입을 막을 수 있는 것처럼 생물유전자원은 국제 통상에도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나고야의정서에 따라 중국이 부정적 입장을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인식은 낮은 편이다. 이 연구원은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시장 지배력이 높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는 편이고 중소기업이나 그 이하 기업들은 피부로 느끼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가 나고야의정서 비준국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기업에 따르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오해하는 기업이 많다”며 “비준국이든 아니든 나고야의정서를 발효한 당사국의 생물유전자원을 사용할 때는 각 기업이 허가 절차를 받고 이익 공유 법률을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생물다양성협약(CBD) 회원국이지만 지난 2011년 나고야의정서에 서명했음에도 아직까지 비준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올해 6월 나고야의정서 이행을 위한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 법률은 비준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 생물유전자원 사용에 따른 절차를 밟을 때 국가적 차원에서 돕기 위해 필요한 이행에 관한 법률이다. 아직 법률이 통과되지 않고 있어 정부 각 부처들은 법률이 나와야 이에 따른 행동지침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국립생물자원관이나 한국바이오협회 등이 관련 기업들에 나고야의정서를 알리고 이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인식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향후 기업들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연구원은 “중국이 현재 마련하고 있는 허가 절차 법안이 유전자원 이용국이 아니라 제공국 입장에서 만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도 한국이 자국으로부터 많은 농산물 및 유전자원을 가져가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에 유전자원 제공국으로서의 지위는 향후 10년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확실한 것은 중국 정부가 현재 나고야의정서에 관한 인도 법률을 참고해 만들 것이라고 밝혔고 자국민이 아닌 외국 법인 및 개인에게 이익 공유 비율을 제시할 것이라는 점”이라며 “중국은 공유재산국가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국가가 이익 공유를 받아 보전기금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나고야의정서는 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까

나고야의정서가 국제규범으로 발효된 것은 지난 2014년 10월이다. 유전자원은 대부분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에 많고 이를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쪽은 선진국이었다. 이에 개도국은 유전자원이 생명공학기술과 바이오산업 발전에 필수 요소임에도 유전자원에서 유래한 이익을 선진국이 독점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주장, 생물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라는 개념을 CBD에 포함시켰다. 이후 법적 구속력을 발효시키기 위해 나고야의정서가 채택됐다.

ABS산업지원센터에 따르면 나고야 의정서가 영향을 줄 수 있는 산업군은 의약품, 화장품, 식품 및 건강기능성 식품, 농업, 산업 바이오 등이 있다. 각 산업에서 유전자원을 이용하는 세계 시장 규모를 보면 의약품이 11조 6000억달러(약 1경 3000조원), 화장품이 2340억달러(약 261조 4000억원), 식품이 11조 6000억달러, 건강기능성 식품이 2340억달러, 농업이 650~780억달러(약 72조 6000억~약 87조 1000억원), 산업 바이오가 650~780억달러에 이른다.

천연물 신약의 경우 식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의약품은 연구개발(R&D)이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1%에 달해(기타 산업군은 0~10% 사이) ABS가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화장품 역시 최근 ‘자연·천연’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높아지면서 화학물질이나 계면활성제와 같은 합성 성분을 대체할 물질을 식물·미생물 유래 소재에서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식품 및 건강기능성 식품은 ‘전통지식’에 영향을 받는다. 대부분 전통지식을 기반으로 어떤 지역 사람들이 생리적·약리적 효과를 봤다거나 가능성이 있다고 믿어온 식용·약용을 소재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농업에 이용되는 유전자원은 야생 동식물·미생물 등이 있다. 기후 변화 이슈로 관심을 받기 시작한 산업 바이오는 바이오연료·바이오플라스틱·자동차·전자제품 등 관련 분야 제품 생산에 있어서 미생물·효소 등의 능력을 사용한다.

나고야의정서가 영향을 주는 부분은 대체로 자연에서 유래한 원료 사용이 많은 산업이다. 따라서 특히 바이오산업이 그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볼 때 아직까지 이익 공유의 형태나 나고야의정서 적용 범위 등이 제각각인데다 주로 로열티 등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선진국이 적극 나서고 있지 않아서 해결해야 할 점들도 상당부분 존재한다. 

당분간은 나고야의정서에 논쟁과 분쟁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는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된 국가의 생물유전자원을 사용할 때 접근 허가를 받는 절차나 이익 공유를 해야 하는 부분도 기업에 영향을 주지만 만약 논쟁이나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를 해결하는데 걸릴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해외 생물유전자원을 사용하는 기업들이 나고야의정서에 대한 대응책을 더욱 철저하게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 출처=한국 ABS 연구센터

로열티 지급부터 특허 취소까지

한국ABS연구센터가 공개한 외국 사례를 살펴보면 나고야의정서가 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있다.

이익공유는 전통지식 제공자 혹은 자원 제공자에게 이뤄진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에서는 오래 전부터 남아공 자생식물인 후디아를 장기간 사냥 공복 해소를 위해 사용했다. 후디아에서는 이후에 식욕억제제 활성이 발견됐는데 남아공과학산업연구회 과학자들은 이를 특허 등록했고 실시권을 영국 파이토팜(Phytopharm)에 허가해줬다. 이후 남아공 변호사와 지역 NGO 단체가 ‘전통지식권리’를 주장하면서 파이토팜은 2003년 6%의 로열티와 8% 마일스톤을 지급하기로 했고 10만달러(약 1억원)를 지불하며 후디아를 원료로 사용할 수 있었다.

자원제공자에게 사용료를 지불하게 된 경우도 있다. 영국 레스터(Leicester)대학과 바이오전문업체 제넨코(Genencor)는 케냐의 호수 미생물에서 화학표백 대체재를 개발했다. 이에 케냐 정부가 호수 미생물 샘플 수집에 국가 승인 없이 접근한 점을 비난하며 로열티를 요구했다. 케냐 정부의 이 같은 행보는 다른 기업들에도 영향을 줬다. 덴마크 효소 개발업체인 노보자임(Novozymes)은 해당 유전자원을 사용하기 위해 케냐 정부와 파트너쉽을 맺어 기성금과 러닝 로열티를 지불해야 했고 박테리아를 채취하는 지역 거주자들에게도 사용료를 내고 있다.

특허가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일본 화장품회사 시세이도는 인도네시아 자생식물인 자무에서 원료를 추출해 미백·노화방지 화장품을 개발했다. 이에 관련 51건의 자무 추출물 관련 특허를 출원했는데 2001년 인도네시아 민간환경단체가 토착민에게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며 ‘생물 해적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결국 시세이도는 회사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고려해 2002년 특허를 자진 철회했다.

이처럼 나고야 의정서는 특정 생물유전자원에 대한 사용료 요구부터 이전에 냈던 생물유전자원 관련 특허 취소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실적이나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생물다양성 전문가 부족...국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나고야의정서 대응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간에 상호 작용이 중요하다.

이병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원은 “나고야의정서에서 포함한 생물유전자원의 범위가 DNA(deoxyribonucleic acid), RNA(ribo nucleic acid)뿐만 아니라 이를 조합해 만든 유도체나 추출물까지 모두 포함 된다”며 “종 목록 체계가 가장 중요하고 각 국가별로 만든 관련 법안들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한 기업이 모두 파악하기에는 사실상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관련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정부부처와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에 어떤 유전자원 종이 있는지 그 목록을 파악하고 있는 기관은 국립생물자원관뿐이다. 실제로 기업들은 정부차원에서 정보공유체계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국립생물자원관은 한국바이오협회와 함께 매년 나고야의정서 기업 인지도에대한 조사를 실시해 관련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직접 기업을 찾아가 인식 제고 세미나와 기업에 맞춤 컨설팅을 제공하기도 하고 국가별로 생물다양성을 담당하는 국가 체계기관은 어떻게 구성 돼 있는지, 관련 법안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또 기업이 써야할 계약서는 어떤식으로 구성해야 하는지부터 지적재산권 동향 정보 제공까지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유전자원 이용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비용 때문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해외 유전자원을 이용하는 기업의 약 45%는 원료생산비 및 물류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자원을 조달한다고 응답했다. 우리나라는 토지가 좁아 모든 종을 재배하거나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하기가 어렵다. 또 기업이 개별적으로 하나의 종을 발굴하고 연구하는 것도 비효율적일 때가 많다. 종을 개발하고 이를 제품 개발로 이어가기까지 2~3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아직 새로운 종을 발굴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며 “다른 국가나 기업이 찾아낸 것 중 효과가 입증된 것들을 따라서 연구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종이 시장성이 있을지 찾아낼 안목이 있어야 하는데 국내 대학 및 기업 연구소에는 전문 인력이 많지 않아 종 발굴이 쉽지 않다. 그는 “국내에서 인삼과 같이 중요한 종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성이 있는 종을 개발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며 “국가와 기업이 함께 이를 찾아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용 측면으로 보나 인력 측면으로 보나 우리나라가 해외 유전자원을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는 입장인 것은 틀림없다. 생물유전자원에 활용에 대한 이슈가 중국의 나고야의정서 발효로 수면 위에 떠올랐고 기업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지금 당장 눈앞에 놓여있다. 단기적으로는 관련 법안을 마련해 체계를 만들고 국가가 기업을 도울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또 기업도 나고야의정서를 알고 기업에 맞는 대응책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생물유전자원에 관한 전문가 육성과 이를 뒷받침할 기초연구개발 인프라 마련이 따라와야 할 것이다. 이 연구원은 “관련 체계를 만들고 법률을 지원하고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전문 인력 육성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