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의 상장 흥행가능성과 두산그룹의 실적개선이 그룹의 위기설도 잠잠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두산그룹의 ‘위기’는 쉽게 해소될 수 없다. 과거 소비재 기업에서 중공업 그룹으로, 이어 다시 면세점 사업에 진출하는 등 사업집중력이 부족하다. 두산그룹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두산밥캣의 재무적투자자(FI)들은 두산밥캣의 우선주 지분 21.60%, 2162만1250주를 보통주로 전환했다. FI들이 보유한 두산밥캣 우선주는 총 25%이다.

FI들은 지난해 8월말에서 9월초, 두산밥캣의 기업가치를 3조원 대로 평가한바 있으며 당시 두 차례에 걸쳐 우선주 지분확보에 총 7054억원을 투여했다. FI들의 조건은 4년 5개월 내 두산밥캣의 기업공개(IPO)와 투자기간동안 연 6.9%의 우선 배당권이었다. 아울러 FI들은 상장에 불참시 두산인프라코어에 우선주 지분을 파는 콜옵션도 체결했다.

두산밥캣의 IPO가 불가능하다고 가정하면 FI들이 목표로 한 최종투자 수익률은 약 30%(연 6.9% 배당수익, 투자기간 4년 5개월 및 콜옵션 행사)이다. 하지만 FI들이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했다는 것은 우선 배당권을 포기하고 상장에 따른 차익을 노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FI들의 입장에서는 우선주 보유에 따른 배당수익과 콜옵션 행사의 가치보다 보통주 전환 이후 상장차익이 클 것으로 판단한 셈이다.

연내 상장을 노리는 두산밥캣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 기간동안 FI들의 두산밥캣 우선주 확보에 따른 수익은 약 690억원(올해 말까지 1년 5개월 보유시 배당수익)으로 이는 투자자금대비 약 9.77%이다.

FI들이 두산밥캣 우선주 지분 확보를 위한 투자금액인 7054억원으로 두산밥캣의 전체 평가가치를 구하면 약 3조원 안팎이다. 그렇다면 FI들이 우선주를 포기한 댓가(9.77%)를 상장차익을 통해 얻기 위해서는 두산밥캣의 시가총액이 최소 3조3000억원을 기록해야 한다.

현재 두산밥캣의 상장후 예상시가총액은 4~5조원으로 이는 FI들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러한 소식에 기뻐할 주체는 다름 아닌 두산인프라코어다. 만약 두산밥캣의 상장이 흥행을 하지 못할 경우, FI들의 콜옵션 행사에 따른 우선주 매입 부담은 재무구조 개선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FI도 만족시키고 두산인프라코어는 물론 두산그룹 전반의 재무구조 개선에 탄력을 가하기 위한 공통분모는 두산밥캣의 IPO 흥행이었다. FI들의 보통주 전환으로 두산그룹에 긍정적 전망이 드리우고 있다.

▲ 두산 자체 사업 실적 추이 [출처:하이투자증권]

두산그룹의 올해 2분기 매출액(연결기준)은 전년동기대비 1.5% 감소한 4조2514억원을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3.2% 큰 폭으로 오른 3063억원으로 나타났다. 주요 계열사들의 사업부 매각으로 매출은 정체됐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축소로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자, 산업차량, 모트롤 등 기존 자체사업부문의 성장 및 수익성 개선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다만, 연료전지와 면세점 부진은 아쉬운 부분이다.

연료전지 사업부는 2분기 매출액 645억원, 영업적자 1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연구개발(R&D) 투자확대로 수익성은 저조했다. 수주의존도가 높은 사업 특성상 지난해 수주한 프로젝트들의 매출 이연 및 신규 수주 지연 등으로 사업 초기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연료전지 부분의 수익성 개선은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글로벌 차원의 에너지투자 증가와 전력 소비량 증대 등으로 성장잠재력은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두산의 면세점 사업은 답이 없다. 지난해 말 사업권을 받아 올해 5월 문을 연 두타면세점은 일 매출 3억~4억원 정도다. 일 매출 기준 약 15억원 정도로 예상했던 것에 비해 상당히 저조한 수치로 두산은 대기업 면세점 중 가장 부진한 상황이다.

두산의 면세점 진출에 대한 경고는 이미 예전부터 존재했다. 면세점 사업의 경쟁 심화가 포착되는 가운데 특히 유통 노하우가 부족한 두산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 두산 PBR 밴드 추이 [출처:하이투자증권]

두산 면세점 진출이 확정됐을 당시, 두산인프라코어의 위기감은 극에 달하고 있었다. 두산이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등했지만 오히려 시장 참여자들은 이를 차익실현의 기회로 삼았고 주가는 폭락하기 시작했다. 이에 두산의 주가도 동반 급락하는 등 두산그룹에 대한 시장의 냉정함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올해 들어 두산그룹 계열사들의 전반적인 실적개선과 함께 두산의 주가도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두산밥캣의 상장이 흥행할 조짐을 보이는 등 과거 두산그룹을 둘러싼 위기감은 조금씩 사그라지고 있다.

그러나 면세점 사업의 선택은 상당한 실수다. 두산그룹은 과거 OB맥주, 네슬레 등 누구에게나 익숙한 제품을 만드는 소비재 계열사를 매각하고 현재의 중공업그룹의 모습으로 탈피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는 이러한 변화에 오히려 타격을 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면세점 사업을 택했다는 것은 시장참여자들에게 ‘무엇이라도 해보자’라는 느낌밖에 주지 않았다. 사실 두산밥캣의 상장 흥행 가능성도 두산그룹의 능력보다는 미국의 주택시장 호조에 따른 것이다.

만약 두산이 면세점 사업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현재 두산의 그림은 더욱 나았을 수 있다. 두산그룹에 대한 신뢰가 더욱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두산밥캣 상장 흥행 가능성으로 두산그룹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두산그룹의 진정한 ‘위기’는 해소될 수 없다. 두산그룹은 그들의 DNA는 무엇인지 시장이 인식할 수 있을 만큼 확실한 색깔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