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폭발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배터리 결함에 따른 기기 결함이 폭발의 원인이라는 설이 탄력을 받으며 초반 흥행 분위기에 급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지난달 말 국내 공급이 중단된 상태에서 미국과 호주에서 같은 조치가 내려졌으며, 유럽 시장 출시는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갤럭시노트7 폭발 원인을 규명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대규모 리콜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 출처=뽐뿌

갤럭시노트7=데스노트?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4일 IT 커뮤니티 뽐뿌에 A씨가 올린 사진이다. A씨가 공개한 사진에는 검게 그을린 갤럭시노트7 사진과 함께 ‘충전 중 갑자기 폭발했다’는 설명이 첨부되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해프닝일 가능성이 있었다. 리튬 이온 배터리가 자연발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논란이 벌어진 당사자는 서울에 사는 사람이 아니며, 그 즉시 문제를 제기해 제품을 수거하는 한편 적절한 보상과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전했다.

사태가 전기를 맞이한 것은 유사한 사례가 속속 인터넷 커뮤니티 및 SNS를 통해 등장하면서 부터다. 대부분 갤럭시노트7가 뜨거워 지더니 좌측 측면이 불에 타 그을렸다는 공통점이 보이는 사진이다. 덩달아 해외에도 갤럭시노트7 폭발 현상이 보고되기 시작했다. 최근 갤럭시노트7을 구입했다는 외국인은 유튜브에 관련 동영상을 올리며 "갤럭시노트7이 충전 도중 폭발했다"는 글을 남겼다. 실버 티타늄 모델이며 전면 디스플레이가 검게 타버린 것은 국내에서 논란이 된 폭발 사진과 유사하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을 비웃는 패러디도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신형 기어VR을 착용한 사진이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미국 대통령 실명 위험" 등의 댓글을 달았으며 아예 갤럭시노트7을 수류탄으로 묘사한 게임 속 장면이 패러디되어 온라인 공간을 떠돌았다.

▲ 출처=게임 패러디

삼성전자는 즉각 사태진화에 나섰다. 국내 통신사 공급을 막는 한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임원진 및 실무진 전원이 구미공장에 내려가 갤럭시노트7 폭발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

정부도 나섰다. 산업통상부 소속 국가기술표준원은 1일 갤럭시노트7 폭발에 따른 국내 공급 중단을 인지하고 삼성전자에 원인을 분석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2일에는 국표원이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48시간 내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으며, 이를 검토해 보고서 자체가 불충분하면 직접 조사에 나서 강제 리콜 명령을 내릴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공식입장을 발표할 전망이다. 당연히 리콜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 출처=유튜브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현재 갤럭시노트7은 지난달 19일 출시 이후 2주 동안 글로벌 시장에는 약 100만대가 팔린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에서 40만대, 북미에서 50만대 수준이 팔린 것으로 집계된다. 이런 상황에서 2일 현재 갤럭시노트7은 한국과 미국, 호주 등에서 공급이 중단됐으며 예정됐던 유럽 시장 출시는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공식발표가 없어 예단할 수 없지만 내부적으로 기기적 결함이 있다는 점을 인지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원인은 무엇일까? 사실상 기기의 이상 과열에 따른 배터리 문제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이 지점에서 중국 업체 이름이 회자되고 있다. 갤럭시노트7 배터리 팩 일부를 중국 동광에 소재한 ITM일렉트로닉스(DONGGUAN ITM ELECTRONICS)가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이티엠 반도체는 POC(Protection One Chip)와 PMP(Protection Module Package)를 동시에 제작하며, 해당 제품이 삼성SDI를 통해 갤럭시노트7에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배터리 팩을 책임진 아이티엠 반도체의 기술력에 문제가 있어 폭발 논란을 일으켰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실이라면 경쟁자보다 빠르게 신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고 무리하게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협력사를 선택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빨리빨리'를 외치며 성급하게 승부를 보려다 큰 일을 망쳤다는 뜻이다. 당연히 협력사 관리에 헛점을 보인 삼성SDI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SDI는 완성된 배터리 셀을 중국으로 보내 마무리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질적인 이유로는 핵심 부품인 분리막 문제라는 주장이 나온다.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을 이어주는 분리막이 불량이거나 찢어지는 경우 양극과 음극이 만나 폭발하는 사례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갤럭시노트7이 폭발한 이유가 배터리에 있다고 해도, 배터리에 무리가 갈 정도의 이상고온현상이 나타난 진짜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리튬 이온 배터리 자체가 얇고 오래가는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기기적 결함이 많아지고 있다”며 “과전압을 제어하는 배터리 팩의 배터리매니지시스템(BMS)에 문제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다만 배터리 문제라고 해도 이렇게 많은 기기에서 단시간에 동시다발적으로 폭발이 일어나는 경우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배터리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목소리도 서서히 고개를 드는 이유다. 삼성전자의 공식입장표명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 출처=삼성전자

중국은 왜 출시할까? 리콜 규모는?

국내 및 미국에 공급이 중단되고 유럽 시장 출시가 지연된 상태지만, 현재 갤럭시노트7은 중국에서 1일 기준 정상적으로 출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별다른 문제가 없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유럽 시장 출시 지연을 결정한 상태에서 중국 시장에 정상적으로 출시를 감행한 것은, 중국향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는 다른회사의 제품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동일 모델이라고 해도 스마트폰의 경우 서로 다른 회사의 부품이 사용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갤럭시노트7 모바일 AP의 경우 엑시노스와 퀄컴의 제품이 모두 사용된다.

하지만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역차별 논란을 말하기도 한다. 이는 불발로 끝났지만 중국향 갤럭시노트7에 128GB 모델을 출시하려 했던 삼성전자의 지난 행보와 맞물리며 약간의 논란이 될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톱5 자리에서 밀려났으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리콜 규모와 범위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이 역시 삼성전자의 공식발표와 정부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 상황에서 배터리만 교체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다. 하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전면적 단말기 리콜을 결정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100만대 전부 기기가 리콜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리콜과 관련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