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핵잠수함 도입 문제는 이제 막 공론의 장에 들어섰다. 집권 여당 대표가 그 문을 열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의 관련 발언은 그가 어떤 인식하에 핵잠수함의 화두를 던졌는지 잘 보여준다.

지난 8월 29일 정 대표는 북한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SLBM은 발사 원점을 탐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상 미사일 발사보다 더욱 심각한 안보위협이다. 이를 봉쇄하기 위한 핵추진 잠수함 도입이 필요하다.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3년에도 우리 군은 4000t급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추진하다가 중단된 전례가 있다. 군 당국은 장기매복, 첨단탐지, 공격력 등을 갖춘 핵추진 잠수함 배치를 적극 검토해주시길 바란다”

정 대표의 발언은, 이후 북한이 핵잠수함을 개발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대두되면서 빠르게 세(勢)를 얻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향후 북한이 핵추진 잠수함에 핵탄두가 탑재된 SLBM을 탑재하게 된다면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실제로 작년 8월 북한의 재래식 잠수함 50여 척이 일제히 북한 잠수함 기지에서 사라졌을 때 한미 군 당국은 그들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수일 후 북한 잠수함들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며 기지에 복귀할 때까지 우리 군 관계자들은 패닉에 가까운 심정이었다.

만약 이들 디젤잠수함들이 핵잠수함으로 개조되어 SLBM을 장착하고 은밀히 우리 영해 인 남해 바다 깊이 침투해 대기했다가 일시에 이곳 저곳서 우리의 후방을 공격한다면 어찌될까.

아마도 북한을 향해 방향이 고정화된 사드를 비롯한 각종 탄도미사일 요격체계는 졸지에 무용지물이 된 상태에서 청와대, 국방부, 주요 군부대, 공군 기지, 레이다 기지, 주한미군 부대 및 시설 등 한국방어를 맡고 있는 핵심 시설들이 전쟁도 치루기 전 대거 파괴될 수 있다. 곧이어 전개될 북한의 대남 전면공격에 한국군은 반격도 제대로 못할 우려가 크다. 이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핵잠수함은 핵무기를 싣고 다니다가 쏘는 잠수함이 아니다. 잠수함내 소형 원자로에서 핵연료를 사용해 엔진을 돌리는 '핵추진' 잠수함일 뿐이다.

핵잠수함은 수중 환경오염원도 아니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부 군사강국들이 수십년 전부터 실전배치해 성능 뿐 아니라 안전성 요소를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하며 바닷 속을 지키고 있다.

핵잠수함은 남북한 해군이 보유한 재래식 디젤잠수함에 비해 소음이 적고 속도가 빠르다. 군사학적 용어로는 '은밀성'이 탁월하다. 디젤잠수함이 3~4일마다 엔진에 필요한 산소공급을 위해 노출위험을 무릅쓰고 떠올라야 하지만 핵잠수함은 그럴 필요가 없다. 최대 1년 이상 물속 항해가 가능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다수의 군사전문가들은 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 전력을 막아낼 방어전력은 수중에서 장기간 작전능력을 갖춘 핵잠수함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한국 정부가 결정하면 핵잠수함을 도입할 수 있는 것일까.

기술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원전강국이다. 원자로 소형화 등 관련 기술도 이미 확보하고 있다. 재정적으로도 감당할 수 있다. 1대당 건조비용이 1조3000억원에 달하지만, 이미 한 해 국방비는 400조원을 넘어섰다.

연료도 확보가능하다. 작년 한미원자력협정이 개정되면서 핵잠수함의 동력원으로 쓸 수 있는 20% 미만 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길이 열렸다. 미국 러시아 등의 핵 잠수함은 농축도 90%의 우라늄을 사용하지만, 프랑스의 경우 20% 우라늄을 사용중이다.

문제는 국제사회의 압력과 국내의 부정적 시각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 움직임에 민감하게 나올 것이다. 현재 핵잠수함 보유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핵무기 보유가 허용된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5개국과 미가입국인 인도 등 총 6개국이다. 하지만 진입장벽을 치고 있는 이들 뿐아니라 거의 모든 국가가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에 반대할 수 있다.

반대론은 핵잠수함 도입이 결국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것이란 '의심' 때문이다. 나아가 한국의 핵무장으로 인해 일본 뿐아니라 제3세계 국가 간 핵도미노가 초래될 것으로 우려하는 것이다.

국내의 반대 여론도 완강할 수 있다. 일부 학자 중에는 핵잠수함에 사용될 농축도 20% 미만 우라늄도 핵무기 연료가 될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 반대가 필연적이라는 주장도 편다.

하지만 한국은 확실한 명분이 있다. 무엇보다 한반도는 특수한 상황이다. 시리아 등 일부 전쟁지역을 제외하고 한반도는 군사적-지정학적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다. 핵과 미사일, 화학무기 등을 개발하는 데 국력을 집중하며 전 세계를 위협하는 북한이 우리의 머리 위에 있다. 북한은 연평도 포격 등 휴전 이후 크고 작은 도발을 끊임없이 자행하고 있다. 남침의지에 관한한 한번도 포기한 바가 없다. 막대한 대북지원으로 외견상 평화적 국면을 유지할 때조차 핵과 미사일개발을 지속해왔다. 김정은 정권은 공포정치에 의존할 정도로 불안정하다. 이 같은 북한정권의 속성과 내부통치의 불안정성은 일정 시점에 출구를 찾기 마련이다. 

군사적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있다. 남침에 특화된 북한의 '선제공격력'은 지상과 공중에 이어 바닷속으로 빠르게 확대-강화되는 추세다. 앞서 밝힌 대로 유사시 북한의 선제공격이 잠수함에서 이뤄져 한미 군사력의 핵심시설들이 개전 초 대거 파괴될 경우 한미 양국군은 일방적 수세에 내몰릴 개연성이 높다. 이처럼 수중에서의 방어력 구축이 시급한 상황에서 미국이 무작정 반대만 하는 것도 한국의 안위를 함께 지켜내야 할 동맹국으로서 그 명분이 약하다고 할 수 있다.

20% 미만 농축 우라늄의 핵무기화에 대한 의심은 해소할 수 있다. 핵잠수함에 쓰일 우라늄은 사용 후 재처리를 하지 않으면 핵무기로 만들 수 없다. 이와 관련해 국내 최고의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우리의 군함은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므로, 국제사회에 20% 미만 우라늄을 오직 전함의 추진체로만 사용하겠다고 천명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적 여건은 과거보다는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북한을 노예국가로 규정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와의 공조뿐 아니라 독자적으로도 대북 제재를 이행할 정도로 강경한 대북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한, 과거 핵잠수함 보유를 시도했던 노무현 정부는 노선상 미국과 거리감이 컸다. 그로 인해 한미동맹은 약화돼 있었고, 미국은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짙었다. 이런 연유로 미국은 당시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시도를 핵주권·핵무장론과 같은 맥락으로 인식해 강력히 반대했던 것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한미 간 군사동맹은 역대 어느 정부 때보다 강력하다. 박 대통령이 핵무기 보유를 원칙적으로 반대하며, 한반도 비핵화 의지가 굳건하다는 것도 잘 안다. 현 정부가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주한미군 내 사드 도입을 공식 결정함으로써 밀월관계이던 중국과 외교적 갈등을 겪고 있다는 사실도 목도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지속되면서 일부 식자층의 핵잠수함 도입불가론이나 남북한 대화만능론이 과거처럼 힘을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금은 정치권이 주도하더라도 공론의 장에서 치열한 논의가 전개되어야 한다. 국민의 공감대도 얻어야 겠다. 어느 순간 대통령의 결단도 필요하다. 여건만으로 볼 때 한국형 핵잠수함 도입은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