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한화 등 국내 기업들의 경영실적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반면 지속가능경영 평가 지수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같은 수익성은 세계 경쟁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지만 지속가능경영 분야에서는 뒤쳐져 있는 실정이다. 전담인력 배치, 내부 체질 개선 등을 통해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매출액 세계 84위’ 현대자동차, 지속가능경영은?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위상은 어떨까. <포춘>은 매년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를 발표한다. 전 세계 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분석해 상위 500위 명단을 선정한다. 올해의 경우 15곳의 국내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매출액 1774억달러로 13위에 올랐다. 국내 기업 중 가장 높은 순위다. 현대자동차는 매출액 813억원을 기록, 84위에 선정됐다. ▲한국전력공사 172위 ▲포스코173위 ▲LG전자 180위 ▲기아자동차 208위 ▲현대중공업 237위 ▲한화 277위 ▲SK홀딩스 294위 ▲현대모비스 310위 ▲롯데쇼핑 414위 ▲LG디스플레이 429위 ▲GS칼텍스 431위 ▲삼성생명 439위 ▲한국가스공사 464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국가별로 따지면 한국은 7번째로 많은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미국(134곳), 중국(103곳), 일본(52곳), 프랑스(29곳), 독일(28곳), 영국(26곳) 등이 앞서 있다. 34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수를 고려한다면 선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속가능경영 분야에서 국내 기업에 대한 평가는 다르다.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는 환경 등 지속가능성 측면을 반영한 글로벌 기업 평가 지수다. DJSI는 사회공헌과 기부를 위해 얼마를 지출했는지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이 어떤 전략에 따라 사회공헌을 실행했는지를 본다. 이로 인해 긍정적 효과를 달성했는지 조명한다.

‘DJSI월드’는 전 세계 약 2500개(시가총액 기준) 기업을 분석해 상위 10% 남짓을 편입시킨다. 아시아퍼시픽 지역 600대 기업을 조사해 상위 20%를 편입시키는 ‘DJSI아시아퍼시픽’과 국내 200대 기업 중 상위 30%가 편입되는 ‘DJSI코리아’도 있다. DJSI코리아는 지난 2008년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국가 단위 DJSI 지수로 한국생산성본부가 평가에 참여하고 있다.

‘2016 DJSI’에서 포스코, SK텔레콤 등 21개 국내 기업이 DJSI월드에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DJSI에 편입된 국내 기업 수는 최근 4년간 정체돼 있다는 점이다. DJSI월드의 경우 지난 2013년부터 줄곧 21개사였다. DJSI아시아퍼시픽 편입 기업은 2013년 40개, 2014년과 2015년 각 41개, 2016년 38개로 하락했다.

국제 컨설팅 업체 레퓨테이션인스티튜트는 매년 CSR 100대 기업을 선정한다. 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15개국에서 3개월 동안 6만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다. 올해 조사국에는 한국도 포함돼 있었다. 평가에는 각 기업의 운영 건전성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고려됐다. 평가 내용은 100점 만점으로 환산됐다. ‘2015년 CSR 100대 기업’에서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20위)와 LG(94위) 두 곳뿐이다. 건실한 경영실적 수준에 비해 지속가능경영에는 무심한 기업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보여주기 식 지속가능경영이 국내 재계에 팽배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대부분 기업들이 이벤트성 자선과 기부활동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는 것. 전담부서와 담당 인력이 부족하고 전문성도 결여돼 있다는 부연이다.

CSR과 CSV 혼동하는 실무자도 있다

문휘창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현장에서 근무하는 실무자조차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공유가치창출(CSV) 등을 정확히 정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는 혼용해서 사용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안병훈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착한 기업’이미지를 추구할지, ‘신뢰받는 기업’ 이미지를 추구할지 명확히 정해야 된다”며 “후자를 선택했다면 내부적으로 실사 시스템을 구축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의 잘못된 부분은 내부에서 가장 정확히 잡아낼 수 있다. 개인이 알지 못하는 부문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함께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기업,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분야에 먼저 손을 써야 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소비자가 지속가능경영 측면에서 우수한 제품이나 기업에 더 많은 호감과 가치부여를 한다면 많은 부분이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국내에서는 지속가능경영 측면에서 매우 큰 문제가 발생한 회사가 온라인에서는 비난을 받아도 여전히 제품 판매는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의 선택을 통한 지속가능경영 문화 제고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지속가능경영 등은 이를 요구하는 고객층의 유무가 중요하다”며 “(유럽, 미국 등 소비자와 비교하면) 국내 시장은 이 같은 요구를 하는 소비자를 찾기 어렵다. 지속가능경영 패러다임이 자리 잡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