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시대의 장기화로 초저가 마켓이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저렴한 가격 대비 품질은 좋은, 이른바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초저가 마켓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마트의 ‘노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다.

이준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국내 경제 성장은 2011년을 기점으로 정체됐고 가계 소비여력이 하락하고 있다”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20~40대를 중심으로 소비를 줄이는 기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따라서 초저가 할인점은 국내 소비의 대표적 트렌드 ‘가성비’에 직접적 수혜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성비’는 세계적 트렌드, 알디·리들을 벤치마킹하라

저가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업체들은 경제 침체기에 두각을 나타낸다. 미국에서는 ‘달러제너럴(Dollar General)’과 같은 저가 달러숍이 부상했고 일본은 1990년 버블 붕괴 이후 ‘돈키호테(ドンキホーテ)’와 같은 소매 업체들이 성장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초저가 마켓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업체는 독일의 ‘알디(Aldi)’와 ‘리들(Lidl)’이다. 독일의 경우 1990년 통일 이후 경제 침체기를 겪으면서 알디가 급성장했다. 독일은 유럽에서도 저가 식품 시장 포화 수준이 높기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컨설팅업체 AT커니(kearney)에 따르면 알디와 리들의 독일시장 점유율은 40%에 달한다. 지난해 말에는 영국에서 두 업체가 점유율을 10%까지 늘리면서 이목을 끌었다. 2002년만 하더라도 영국 내 두 회사의 점유율은 3%에 불과했다.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영국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이 낮아지자 저가형 마트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 알디 매장 내부/ 출처=위키피디아

이 두 회사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슈퍼마켓 대비 저렴한 가격이다. 다만 매장에서 판매하는 품목 수가 1400~3500개로, 5만개가 넘어가는 대형마트에 비해 적다. 매장 내 상품은 재고 형태 그대로 박스에 담긴 채 진열된다. 적은 상품 개수와 진열 형태는 시간과 노동력 투입을 줄여줘 효율성을 높이고 마진 확보를 높였다. 더불어 판매 상품의 90%를 차지하는 자체상표(PB) 제품은 가격을 낮추면서도 마진 확보가 가능하도록 했다. PB 상품은 기존 브랜드에 비해 가격이 2/3 수준으로 낮다.

금융위기 이후 독일을 넘어 유럽, 미국 등에서 저가형 마트가 인기를 끌었지만 이전까지 저가형 마트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지 않았다. 가격이 낮은 만큼 품질에 대한 의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경제 침체기가 가져다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알디와 리들은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알디는 제품을 구입한 고객이 품질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100% 환불을 해준다. 리들은 ‘일반 브랜드와 같다. 오직 가격만 저렴할 뿐’이라는 구호를 걸고 초저가 식료품이 놀랍게도 품질까지 좋다는 이미지를 전했다. 리들의 상품은 일반 브랜드와 품질은 같으면서도 다른 유통업체에 비해 20%나 가격이 저렴하다. 대부분의 매출이 PB 상품인 것이 가격을 내리면서도 마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두 회사는 현지에서 직접 조달하는 제품의 비중을 높였다. 영국에서 알디와 리들의 현지 제품 조달 비중은 각각 60%, 50%에 달한다. 이는 식료품을 신선하게 해주고 결과적으로 품질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알디는 이 기세에 힘입어 호주에 진출했고 미국에서도 ‘트레이더조(Trader Joe’s)’라는 현지 브랜드를 만들어 13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 중이다. 그 외에도 총 17개 국가에서 9937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리들 역시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세계 시장에서는 알디와 리들을 벤치마킹한 초저가 마켓이 속속 등장하거나 기존에 있던 저가형 마트들이 점유율을 넓히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가격 측면에서 대형마트를 대체할 유통 채널이 없기 때문에 초저가 마켓이 등장하기보다는 최근 가성비 트렌드와 맞물려 초저가 PB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이마트의 PB브랜드 ‘노브랜드’가 최근 떠오르는 이유다.

▲ 이마트 노브랜드 매장/ 출처=이마트

이마트, ‘노브랜드’로 입지 다질까

이마트는 PB브랜드 ‘노브랜드’ 전용 스토어를 열었다. 앞서 언급한 초저가 할인점 특징은 PB 상품 비중을 높여 마진을 확보하고 제품 개수를 줄여 효율성을 높이고 매장 내 불필요한 비용을 제거하는 것이다. 노브랜드 전용 매장은 이런 특징을 그대로 가져왔다.

노브랜드 전용 매장에서는 PB 상품 800여개, 일반상품 400여개로 총 1200여개의 상품을 판매한다. 이마트는 장기적으로 노브랜드 스토어를 30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물론 아직까지 노브랜드가 이마트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초저가 마켓이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노브랜드 전용 스토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향후 이마트 유통 채널의 트래픽을 늘려줄 수 있다. 노브랜드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노출 빈도가 높아지면 결과적으로 이마트가 가지고 있는 전 유통 채널의 트래픽 증가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향후 쇼핑 트렌드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소비 패턴은 대형마트에서 필요한 모든 물품을 사는 형태였다면 이제는 저가형 마트에서 제공하는 제품만을 사고 나머지는 편의점·온라인 등으로 구매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하나는 이마트 자회사인 에브리데이 리테일 실적 개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브랜드 매장의 경우 기존에 있던 에브리데이 적자 점포를 전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첫 매장 역시 에브리데이 용인 보라점을 전환해서 오픈했다.

최근 대형마트와 백화점 실적이 부진하고 가성비를 쫓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마트의 초저가 전문 매장 오픈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향후 노브랜드 실적 추이와 함께 PB브랜드 개발에 대한 부분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연구원은 “유럽 국가 슈퍼마켓 평균 마진율은 10% 중반대 수준에 불과하다”며 “따라서 PB경쟁력을 높여야만 유통 마진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