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용·성형에 대한 소비 욕구가 증가하면서 항노화 산업(안티에이징, Anti-aging)이 뜨고 있다. BCC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항노화 산업 규모는 2013년 2745억달러(약 307조원)에서 2030년 4200억달러(약 470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항노화 산업은 노화 및 노인성 질환에 대한 예방·치료·개선을 통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산업으로 의약품·식품·화장품·의료기기·건강프로그램을 모두 포함한다. 항노화 산업 중에서도 안면 미용 시장이 지속 성장할 전망인 가운데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왜 항노화 산업인가

항노화에 관련된 산업 중에서도 성형수술, 비수술적 시술, 미용 의료기기 등을 포함한 미용·성형 관련 시장이 가장 크게 성장하고 있다. 다양한 미용 의료기기들이 나오고 있고 시술 가격이 저렴해진데다 시술 연령층도 넓어졌기 때문이다. 

세계 인구구조를 보면 0~14세 인구는 줄어들고 65세 이상 인구는 늘어나고 있다. 고령화 사회를 넘어 고령 사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항노화 산업의 발전과 밀접한 관계일 수밖에 없다. 고령 인구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항노화 산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항노화 산업이 성장하는 이유는 미용·성형에 대한 수요가 가장 높은 연령층이 40~65세이며 여성의 수요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이머징 국가에서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인도·중국 등의 이머징 국가에서 여성 경제활동이 증가하면서 소득이 늘자 화장품, 보툴리눔 톡신, 필러 등의 미용 제품과 성형 시술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인도의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인도 전체 경제활동 인구 중 여성 참가율은 아직 26%에 불과하지만 인도 정부는 지난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이 세 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인도 일간지 인디안익스프레스는 설문조사 결과 교육을 받은 젊은 여성들은 90% 이상이 여성 취업에 동의한다고 보도했다. 그만큼 인도 내에서 여성들의 경제참여율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고 앞으로도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의 경우 현재 소비 시장에서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연령층이 80~90년대에 태어난 젊은 여성이다. UN조사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중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75%에 이른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중국 여성들의 성형소비는 주택, 자동차, 여행 다음으로 네 번째 순위에 꼽힌다. 중국에서 성형 시장이 크게 성장하는 이유는 9000만명에 달하는 도시 여성들의 소비력이 늘어나면서 성형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톡신·필러, 비수술적 시술 시장 이끈다

미용·성형관련 산업 중 앞으로 지속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시장은 안면미용 시장이다. 2020년까지 연평균 11% 증가할 전망이다. 안면미용 시장에서 연평균 11.4%의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지역은 아시아·태평양으로 인도·한국·중국의 수요 증가가 시장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반면 2013년 기준으로 세계 시장의 42%를 차지하고 있던 미국은 2020년 38%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면미용 시장이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 베이비붐 세대의 노령화로 성형·미용 시술 소비가 늘고 있고 ▲ 인도·중국 등 이머징 국가 여성인구의 사회활동이 증가하면서 소득 수준이 높아지자 미용시술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며 ▲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 시장에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시술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 비수술적 시술이기 때문에 편의성이 높아 시술 범위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 출처=한국투자증권

비수술적 시술 시장에서는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둘 다 주름 개선 및 안면 윤곽술에 사용되지만 톡신은 옅은 주름에 필러는 깊은 주름과 전반적 안면 윤곽술에 사용된다. 이 두 시술이 크게 성장하는 이유는 가격 하락, 사용 범위 확대, 안전성 입증, 편의성 때문이다. 

보툴리눔 톡신은 C.botulinum이라는 혐기성 박테리아에서 분비되는 독소 중 하나로 7가지 종류가 있다. 그 중에서도 A형과 B형이 의학적으로 사용된다. 이 독소는 근육을 마비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초창기에는 안검경련·사경 등 근육긴장 이상을 치료하는 약으로 쓰였다. 이후 주름 제거 기능이 발견되면서 미용 주름치료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에 소아뇌성마비·사시 등 근육 강직 치료부터 요실금·전립선 비대증·성대결절 등 다양한 치료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미용 적용 분야도 주름·사각턱 개선에서 종아리 윤곽술·승모근 수축 등 바디 성형으로 넓어지고 있다.

필러는 안전한 재료를 얼굴 진피층에 넣어 주름을 개선하고 미관상 볼륨을 키워주는 등 피부 조직을 보충하는 주사타입 의료기기를 말한다. 칼슘, 자가혈, 콜라겐, PMMA, 고어텍스 등 다양한 원료의 제품이 많지만 필러 시장의 90%는 히알루론산(HA)이 차지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LG생명과학의 '이브아르'도 HA 필러다. 필러의 활용 범위는 주름성형에서 이마·코·턱 등 쁘띠성형, 바디필러, 물광주사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톡신 시장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고 시술이 잘 못 되더라도 재시술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폭발적 성장을 보이고 있다.

▲ 출처=한국투자증권

미국성형외과학회(ASAPS) 자료를 보면 전체 미용·성형 시술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수술적 시술은 190만건에서 171만건으로 10% 감소했다. 반면 최소침습시술(환자의 신체 손상을 최소화 하는 시술) 550만건에서 1420만건으로 158% 증가했다. 최소침습 시술이 증가한 배경에는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 시술 증가가 있다. 미용·성형 관련 소재 시장의 53%는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가 차지하고 있다.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ISAPS)에 따르면 보툴리눔 톡신은 2013년 21.9%에서 2014년 23.9%로 필러는 같은 기간 13.2%에서 14.6%로 시술 비중이 높아졌다. 

UBS 파마슈티컬 핸드북(Pharmaceutical Handbook)은 치료용과 미료용 보툴리눔 톡신 시장이 2014년 32억달러(약 3조 6000억원)에서 2020년 53억달러(약 5조 9000억원)로 약 6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치료용 시장은 연평균 10.5%, 미용시장은 6.4%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용시장에서 톡신 가격이 빠르게 하락할 전망이어서 향후 전체 시술 건수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GBI리서치에 따르면 필러 시장은 2020년 27억달러(약 3조 181억원) 규모까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예외적으로 미국의 앨러간이 시장 점유율이 가장 큰 보톡스에 필러를 높은 가격으로 패키징 판매 하면서 오히려 필러 가격이 오르고 있다. 다만 유럽과 이머징 마켓이서 이미 미국 대비 50% 낮은 가격에 시술되고 있고 낮은 진입장벽으로 추후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 출처=한국투자증권

세계 대표 기업, 앨러간과 갈더마

세계 톡신·필러 시장에서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기업은 미국 앨러간과 갈더마(Galderma)다.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앨러간이다. 앨러간은 198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사시, 안검경련, 얼굴 떨림에 대한 적응증으로 보톡스 허가를 받은 뒤 2020년 미간주름개선 미용 적응증 승인까지 받았다. 이후 최근까지 치료용 적응증을 넓혀가고 있다. 보톡스는 세계 시장의 74%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출은 2015년 기준 19억달러(약 2조 1200억원)에 달한다. 유럽에서 허가를 받아 판매하기 시작한 프랑스 입센(Ipsen)의 보툴리눔 톡신 디스포트(Dysport) 매출이 3억 4000만달러(약 3800억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앨러간의 입지는 견고하다.

톡신 A형 제품은 앞서 언급한 보톡스, 디스포트 외에도 독일 머츠 파마(Merz Pharma)의 제오민(Xeomin)이 있으며 B형 톡신으로는 유일하게 미국 솔스티스 뉴로사이언스(Solstice Neuroscience)의 마이오블록(Myobloc)이 있다. 각 제품별 특징이 상이하고 허가를 받은 적응증도 다르지만 보톡스가 가장 먼저 시장에 나와 과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톡신 시장에서의 보톡스 우위는 지속될 전망이다.

필러시장에서는 앨러간의 쥬비덤(Juvederm)과 갈더마의 레스틸렌(Restylane)이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레스틸렌의 경우 HA 필러로서 최초 허가를 받은 제품이어서 독과점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앨러간이 지난 2005년 이네임드(Inamed)를 인수해 쥬비덤 판권을 가지게 됐고 보톡스와 패키지 판매를 하는 등 마케팅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매출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필러 시장 점유율 3위(15%)  제품은 독일 머츠 파마의 칼슘 필러인 '래디어스(Radiesse)'다. 나머지 시장은 약 700여개의 제품들이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