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와의 조우, 준비 되셨나요?”

현대모비스가 최근 선보인 기업 홍보 광고가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우주와 외계인이 등장하는 미래의 모습을 연출, 동시에 자사 자율주행시스템을 ‘드라이빙의 미래’로 표현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관심도가 높은 두 가지 주제를 적절하게 조화, 재미있는 광고 영상을 완성시켰다는 분석이다. 자율주행 기술력에 대한 현대모비스의 자부심도 엿보인다. 광고 속에는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가 담겨 있었다.

현대모비스, 미래를 그리다

현대모비스 ‘외계인 광고’의 가장 큰 특징은 우주의 행성들이 공전하는 모습을 ‘자율주행’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내레이션을 통해 “(행성들은) 운전자 없이 시속 10만km로 달려야 하지만 오차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30초 광고 분량 중 10여초는 이 같은 내용으로 구성됐다. 태양과 태양계 행성들, 그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 등이 등장한다. 이후 이들의 모습을 ‘밤하늘의 별’로 담아내 자연스럽게 지구로 배경을 옮긴다.

자동차가 도로 위를 달리지만 운전대는 스스로 움직인다. 이 와중에 갑작스럽게 외계인들이 도로 위에 등장한다. 자율주행차는 스스로 위험을 감지해 이들을 피해간다. 차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외계인의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라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상황을 ‘미래’로 가정한다. 시청자들에게 “미래와의 조우, 준비 되셨나요?”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광고는 30초간 많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화면은 여유롭게 전환되고 대사도 많지 않다.

대신 호기심을 자극한다. 우주와 외계인. 아직까지 현대인들의 피부에는 와 닿지 않는 소재들이다. 운전대 없이 움직이는 자동차, 사람(외계인)을 스스로 피해가는 기능 등도 마찬가지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미래’를 스스로 상상하게 만든다. 그 안에 자연스럽게 자율주행 기술을 스며들게 한다. 차량이 운전자의 안전을 보장해준다는 이미지도 더해진다.

▲ 자료사진 / 출처 = 현대자동차

같은 시공간에 외계인과 자율주행차를 등장시킨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자율주행기술이 외계인을 만나는 것만큼이나 ‘놀라운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광고 속에는 시장의 변화가 담겨 있었다. ‘자율주행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현대모비스가 있었다.

자동차 자율주행 시대 열린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자율주행차 기술이 차세대 ‘새 먹거리’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완성차 브랜드들은 해당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며 구글, 애플 등 IT 업체들도 경쟁에 동참하고 있다.

자율주행은 크게 네 가지 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는 단순히 운전을 ‘보조’ 해주는 수준이다. 주행정보, 주행경고, 브레이크 기능 지원 등을 동반한다. 2단계는 운전자의 선택에 따라 일부 제어 기능을 자동화시키는 정도다. 3단계는 반대로 대부분 제어기능이 자동화된 상태에서 운전자가 원할 경우 수동·자동 모드를 선택해야 한다. 4단계는 모든 교통상황을 스스로 판단·주행할 수 있는 ‘완전 자율주행’을 구현하게 된다.

▲ 현대모비스의 자율주행 임시허가 차량 / 출처 = 현대모비스

현재 대부분 완성차 브랜드들이 개발하고 있는 것은 2단계다. 올 2020년께에는 거의 모든 업체들이 2단계 기능까지 상용화에 성공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요한 것은 3단계부터다. 일부 선두 업체들의 경우 2020~2025년 사이에 3단계의 ‘고도화된 자동 주행’ 기능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4단계 기능은 사실 아직은 ‘먼 미래’의 일이다.

분명한 것은 결국은 새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주요 자동차 브랜드와 부품업체들은 대부분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대부분 2020년을 전후로 2·3단계 자율주행 기능을 완성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LG경제연구원 전승우 책임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자율주행차는 기계 및 IT 기술은 물론 통신 네트워크와 교통 관제 시스템 등 외부 인프라가 총체적으로 집약되는 기기”라며 “자동차가 수동적 이동 수단이라는 오랜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면서, 자동차 산업 자체는 물론 운전자의 일상 생활과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런 변화에 따라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및 IT 기업은 물론 직접적 연관이 없는 다양한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도전과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자료사진 / 출처 = LG경제연구원

현대모비스, 시장을 선도하다

이런 와중에 현대모비스는 진일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해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부품사 최초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를 받기도 했다. 현대모비스는 올 2020년 이후 자율주행기술 양산을 목표로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갔다.

현대모비스는 국민차로 불리는 현대차 쏘나타에 자율주행기술을 탑재,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정부에서 시험운행구역으로 지정한 고속도로(서울-신갈-호법 41km)와 국도(수원, 평택, 용인, 파주 등 )등 총 320km 구간을 달리며 실전 훈련에 돌입한다.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모드 시 사람의 눈과 손, 발을 대신할 수 있도록 차량 앞·뒤·측면에는 레이더 5개와 전방 카메라 1개, 제어장치(MicroAutobox)를 장착했다. 각 레이더와 카메라 센서는 차 주변 360도를 감지해 각종 주행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제어장치는 이들 정보를 계산해 앞 차와의 거리유지, 충돌방지, 차선변경 등을 통합적으로 제어한다. 쏘나타에 구현된 자율주행기술은 최대 시속 110km 속도까지 시스템 제어가 가능하다. 임시 운행에서 나타나는 각종 주행 데이터는 영상과 운행기록장치를 통해 모두 기록된다.

▲ 현대모비스의 자율주행 임시허가 차량 구성도 / 출처 = 현대모비스

실제 현대모비스의 기업 홍보 광고에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광고 속에 등장하는 차량은 기아차 올 뉴 K7이다. 하지만 운전대가 보이는 장면을 자세히 보면 현재 차량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센터페시아에는 아무런 버튼이 없으며, 대형 디스플레이 화면이 두 개나 지원된다. 카메라를 통해 전방의 상황을 계속해서 전달하고 있다. 광고 속 작은 ‘디테일’이다.

이 회사가 구현할 자율주행기술은 레벨 3단계에 해당한다. 운전자가 손과 발을 자유롭게 두면서 고속도로 주행과 같은 특정한 상황에서는 주행 상황을 주시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대모비스는 또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올 10월 완공 예정인 서산주행시험장에 자율주행기술 검증을 위한 자체 시험로를 구축하고 있다. 여의도 면적 6배에 달하는 서산주행시험장에는 총 14개의 시험로가 설치된다.

정승균 현대모비스 부사장(연구개발본부장)은 “탑승자의 안전을 위해 자율주행차는 인지, 측위, 제어 기술이 완벽해야 한다”며 “일반도로 시험운행을 통해 기술 완성도를 높여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대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 현대차그룹은 최근 쏘울 EV를 이용한 완전자율주차 기술을 일부 공개했다 / 출처 = 현대자동차그룹

한편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유튜브’를 통해 쏘울 EV가 완전자율주차를 시현하는 영상을 공개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현대자동차 의왕 연구소에서 촬영된 이 영상은 쏘울 EV에 탑승한 운전자가 차량에서 내린 뒤 명령을 내리는 모습이 등장한다. 이후 차량이 지하 주차장의 공간을 찾아 알아서 주차 및 출차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해당 기술은 완전자율주차(AVP: Autonomous Valet Parking)라는 처음 공개되는 자율주차 기술이다. 운전자 없이 스스로 이동해 지상·지하 주차공간을 탐색하고, 실내·복합 공간에서 주차는 물론 출차까지 스스로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자율주행시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한편 일각에서는 현대모비스 등 국내 업체들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매진하도록 돕기 위해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경우 임시운행 규정이 까다로워 개발에 어려움이 많다는 게 골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자율주행자동차 법제도 현안 및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자동차·IT 업체들은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을 개발 중이다. 각국에서는 서둘러 자율주행자동차 관련법을 제정하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자율주행자동차 기술 부문에서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기술수준이 다소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관련법 제정도 2011년 시작한 미국에 비해 5년가량 늦었다”고 일침했다.

▲ 자료사진 / 출처 = 한국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은 산·학·연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실증단지를 조기 구축해 기술개발을 촉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진국에 비해 뒤처진 기술 개발 시기를 앞당기고 이를 자동차 산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한국경제연구원 강소라 연구원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임시운행 규정은 사전시험주행, 각종 장치 탑재, 운전자 탑승 의무 등 요건이 까다로운 편”이랴며 “자율주행자동차 운행의 안정성만 확보하면 자유롭게 차량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임시운행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자동차뿐 아니라 기존 자동차와 다른 형식의 새로운 운송수단도 이를 시험·연구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