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 출처 = LG경제연구원

‘모델 S’, ‘모델 3’ 등 전기차를 통해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테슬라가 에너지 시장에까지 그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기가팩토리, 전력저장용 전지팩, 솔라시티 인수에 따른 통합 에너지 사업모델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계 구현이 가속’에 실질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테슬라가 에너지 시장의 ‘트렌드 세터’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공장 증설 ‘전쟁’···전지 가격 하락 가속화

30일 LG경제연구원이 발간한 <테슬라 효과, 자동차에서 에너지 시장으로 확산>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 성장 본격화는 이미 대세 중의 하나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의 확산 또한 전력 및 에너지 시장에서는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러한 변화를 가속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바로 전력을 저장하는 저렴한 전지의 대량 보급이다.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이후 전기차 및 전지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또 다른 ‘기가 팩토리’ 구축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업계의 움직임이다.

가장 활발한 지역 중 하나는 독일. 2015년 2월, BMZ(Batterien-Montage-Zentrums)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5만5000m² 부지에 5GWh 규모의 전지 생산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올 5월에는 유럽 최대 전지 공장의 일부를 공개했는데, 4800m² 부지에 연 2억 개(15GWh 상응)의 리튬이온 전지팩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BMZ는 이미 독일, 중국, 미국, 폴란드에 약 12만m²의 생산 부지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추가적인 투자 등 귀추가 주목된다.

▲ 출처 = LG경제연구원

폭스바겐은 수십 억 유로를 투자하여 자체 전지 공장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공식적인 발표가 나오지는 않고 있다. 다만 지난 5~6월 적게는 110~155억 달러 규모의 전지 공장 투자 계획이 내부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폭스바겐은 향후 10년 동안 총 30개의 플러그인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연간 3백만대의 차량을 판매할 계획이다. 수치 상으로 본다면 현재 전세계 자동차용 전지 생산 물량의 6배 가량이 폭스바겐 한 곳의 수요량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중국도 눈여겨봐야 한다. 작년 3월 BYD는 매년 6GWh의 전지 생산능력을 추가할 계획을 공개했다. 2015년 말 10GWh에서 2020년이면 34GWh 규모로 높일 계획이다. 전기차를 직접 생산하는 BYD로서는 파나소닉-테슬라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BYD는 전기차용 전지에서 파나소닉에 이어 2위다. 중국의 또 다른 주요 전지 기업인 CATL은 2016년 중국 내 제 2 공장을 완공하면서 7.5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2020년까지 300억위안(약 5조2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현재의 6배 이상인 50GWh급으로 높일 계획이다.

이처럼 전지 공장 증설 경쟁에 불이 붙고 있는 가운데 전지 가력 하락세 역시 지속되고 있다. 기가팩토리 붐은 규모의 경제에 따른 전지 가격 하락 가속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계획대로라면 2020년 세계 자동차 전지 전체의 생산능력은 어림잡아 300GWh를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전기차용 전지의 생산능력은 44GWh 규모로 추정한다면 현재보다 7배 수준으로 증가한 수준이다.

▲ 자료사진 / 출처 = LG경제연구원

테슬라는 기가팩토리를 통해 2020년 kWh당 100달러의 전지 가격을 공언했다. 현재 테슬라의 전지 비용은 kWh당 150~200달러로 추정된다. GM은 테슬라의 전지 유형과 다르기는 하지만, Bolt용 전지 셀 kWh당 가격을 2020년 120달러, 2022년 100달러를 계획하고 있을 정도다.

전지 가격 하락은 곧바로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 상승으로 연결돼 전기차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전기차에서 전지 부품의 비용은 적게는 500~8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지 기업간 증설 경쟁에 따른 전지 가격 급락과 전기차 시장 성장이 2~3년 후면 선순환 고리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 솔라시티를 만나다

이런 와중에 테슬라는 에너지의 전력저장용 전지팩 사업에 진출했다. 테슬라의 전력저장용 전지팩 사업 진출은 성장 국면에 이제 막 접어든 전력저장 시장의 성장을 가속하기에 충분한 호재로 평가를 받고 있다. ESS(Energy Storage System)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 시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전지를 비롯하여 플라이휠, 커패시터 등 다양한 저장 유형이 있다.

보통 ESS는 크게 전지팩, 직류를 교류로 바꾸는 인버터 등 전력 제어 파트, 충방전 전력을 관리, 제어하는 소프트웨어(EMS) 등으로 구성돼 있다. 테슬라는 주택용(파워월)과 빌딩용(파워팩)의 전지팩을 공급하고 있다. 물론 기가팩토리에서 나온 전지 물량 해소를 위한 사업 전개라는 평가도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솔라시티의 태양광 발전 및 거래 사업과 테슬라의 전력저장 사업이 결합하면서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 지난 7월에 테슬라는 태양광-ESS의 결합 제품을 곧 발표하겠다고 했다. 전지팩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유형의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지역 시장별로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시장 저변을 넓히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태양광-ESS 결합 제품 시장은 태양광 발전 전력의 자가소비 수요가 증가하면서 빠르게 커지고 있는 그림이다.

이 가운데 지난 8월 1일 테슬라는 솔라시티 인수를 공식 발표하면서 자사 홈페이지 주소를 ‘teslamotors.com’에서 ‘tesla.com’으로 바꿨다. 작년 전력저장용 전지팩 사업을 진출하면서 기존 전기차 사업과 구분하여 ‘Tesla Energy’라는 영역을 새로 만들었다. 솔라시티 인수로 테슬라는 태양광 발전 설비 구축, 발전 및 거래 서비스를 망라하게 된다. 이제는 이동형 에너지원인 전기차를 포함하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바탕을 둔 통합 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셈이다.

테슬라가 줄곧 강조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미래 구현을 가속하는 데 필요한 기초적인 요소들을 한 지붕 아래에 모두 모은 셈이다 .자동차나 에너지 서비스의 경우 100년을 넘는 시간 동안 각자의 생태계를 견고하게 구축하며 성장해왔다. 테슬라처럼 자동차 제조에서 충전 인프라, 에너지 생산 및 거래 서비스 등을 한꺼번에 하는 기업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 출처 = LG경제연구원

전기차에서 전지까지 수직계열화한 BYD가 태양광 패널 사업을 하지만 제조에 중점을 둔 모델이다. 대부분 다른 기업들은 자동차나 에너지 서비스 등 각각에 특화, 집중하면서 사업을 영위해왔다. 테슬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업을 통합하여 운영한다. 충전 인프라와 ESS가 고리가 돼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연결된다. 이종 사업간 물리적 결합을 넘어선다.

궁극적으로 전기차와 에너지 산업간 경계 붕괴를 촉발하는 것으로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테슬라의 영향은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기가팩토리, 전력저장 관련 사업모델, 전기차까지 포함한 통합형 에너지 사업모델 등이 서로 얽혀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충전 인프라와 더불어 전력저장의 확산은 전기차와 전력 및 에너지 사업간 경계를 더욱 모호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테슬라는 전기차에서 출발하여 전력저장, 발전 및 거래 서비스를 연결, 통합하고 있다. 양 산업간 경계 붕괴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자동차 기업들의 전력저장 사업 진출이 좋은 예다.

현재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ESS 제품을 공급하는 데 많이 치중돼 있다. 하지만 전력 거래 등 전력저장을 둘러싼 다양한 서비스로의 확장도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ESS용 전지를 직접 공급하든 재활용을 통해서건 자동차 기업들의 ESS 진출은 제품과 서비스간 경계를 허물며 전기차와 전력 및 에너지 사업간 연계와 중첩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는 물론 에너지 서비스 측면에서도 전력저장은 추가적인 가치 창출의 보고이자 중요한 연결 고리라 할 수 있다. 미래 스마트 에너지 체계에서 전기차는 이동형 전력저장 기능으로 인해 그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전기차는 잉여 전력의 저장은 물론 필요 시 전력망으로의 공급(V2G)을 통해 전체 에너지 체계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안정적이고 저렴한 ESS를 통해 기존 에너지 서비스 기업들은 태양광이나 풍력 등 분산형 에너지원의 확산에 대응하면서 서비스의 품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부분의 주요 에너지 서비스 기업들이 전지 기업들과 협력해 다양한 규모의 ESS를 보급하려 하고 있다.

▲ 자료사진 /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LG경제연구원 김경연 연구원은 “테슬라는 전기차뿐 아니라 전력 및 에너지 시장에서도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트렌드 세터로서의 역할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기는 힘들다. 테슬라는 변화를 위해서는 규모와 함께 고객의 접근 가능성, 즉 저렴함을 강조하고 있다”며 “하지만 관련 기업들의 행보도 테슬라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테슬라로부터 야기될 수 있는 다양한 변화는 이제 막 시동을 건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지 및 제조 공정 기술 혁신, 전지 및 자동차 기업들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 지역 정부의 규제 및 지원 프로그램 여부 등 많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관련 기업들이 자동차와 전력 및 에너지 시장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다양한 사업모델이나 솔루션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테슬라가 촉발시키는 전지와 전력 및 에너지 체계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규모와 범위, 그리고 빨라지는 속도에 대응하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