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저희는 중소기업인데요, 거래처인 대기업이 횡포를 부리는 바람에 파산 직전까지 왔습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이런 이슈는 갑질 이슈라 언론에서 관심을 가질 것 같습니다. 언론을 통해 비판 기사들을 내보내면 그 대기업이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기업 관계자들이 이와 같은 생각을 합니다. 억울한 상황에 처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정부나 각종 기관 그리고 시민단체 등에 아무리 이야기해보아도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생각에 울분이 끓어오르는 건 당연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언론에 소구해서 상대방인 대기업을 움직여 보려고 하는 것이죠.

하지만, 그런 언론을 통한 압력은 실행 이전에 많은 고려가 필요합니다. 일단, 억울한 이슈에 대해 공론화를 해서 자사가 최종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한을 풀고자 하는 단순한 목적인지,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대기업의 횡포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인지 등을 잘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언론을 통해 상대방에게 칼을 겨눈다는 것은 그 이후 상대방과는 더 이상 사업이나 관계를 맺지 않겠다는 결심이 필요한 경우들도 있습니다. 그 공격이 성공하건 실패하건 해당 공격의 주체인 기업은 상대방과는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렵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고려사항은, 언론이 과연 누구의 편일까 하는 판단입니다. 중소기업인 자사가 언론과 더 가깝고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인지, 아니면 상대인 대기업이 더 가까운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상대 기업에게 그대로 자사의 불만 내용이 전달되는 해프닝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셈이죠.

일반적으로 대기업들은 일반 중소기업들보다 훨씬 더 탄탄한 언론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러 광고나 협찬 역량에서 중소기업들을 능가합니다. 언론 입장에서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이 잘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문제가 있는데도 무조건 감싼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런 고려는 문제 제기 기업 내부에서 좀 더 다양한 증거 내용들과 합리적인 시각을 가지고 해당 이슈 자료들을 탄탄하게 정리해 놓는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세 번째 고려사항은, 항상 상대방의 반격까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대 기업이 언론을 통한 부정적인 기사들을 발견하게 되면, 그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하게 될지 상상해 보아야 합니다. 일반적인 대기업들의 경우 해당 기사들이 감지되면 상당한 역량들을 동원하여 해당 기사들을 관리하게 됩니다. 단순히 해당 기사들이 관리만 되면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나, 해당 기업이 문제를 제기하는 기업의 언론 플레이에 대해 새로운 악감정을 가지고 반격해올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습니다. 법정에서 다투어야 할 내용들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난타전이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전면전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 역량이나 자산들을 분석해 보면 그런 전면전에서 장기간 동안 자신의 기업이 상대적 강점을 가지고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을 판단해 보십시오.

이상과 같은 고려사항들에 대한 깊은 검토가 선행되어야 여론전에서 어느 정도 정상참작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많은 억울한 기업들이 이런 검토가 미비한 채로 언론을 상대방에 대한 한 풀이의 수단으로 생각하면서 접근하다가 문제를 더 키웁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과의 지속적인 대화 시도입니다. 그리고 그 대화 과정에서의 폭넓은 증거 수집이 필요합니다. 이를 가지고 로펌이나 변호사의 다양한 조언을 들어야 합니다. 할 수 있는 모든 법적 규제적 어필 노력들을 선행하십시오. 그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상대 기업과 대화를 지속해야 합니다. 그 후 거의 모든 자구적인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면, 그때 가서 최후의 수단으로 언론에게 접근하는 것을 고려해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만약, 언론을 통한 상대방에 대한 공격을 대화의 시작으로 기대하거나, 단순히 상대를 제압하려는 목적으로 실행해서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언론들과 강력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기업을 함부로 상대하는 것도 결코 전략적이지 않습니다. 그들로부터의 반격은 어떻게 무슨 수단으로 방어해낼 것인지도 생각해 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최종 막판에 이르러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의 결심이 없다면 함부로 언론을 움직이려는 노력은 하지 말라는 조언을 하고 싶습니다. 자칫해서 해당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면 이는 결코 ‘위기관리’라고 볼 수 없습니다. 많은 것을 준비하고 충분히 숙고해야 가능한 것이 언론 접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