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이템마켓을 강화하며 오픈마켓에 집중하고 있는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익일 배송 시스템을 더욱 체계적으로 가다듬는 분위기다. 지난해 자체 물류 시스템을 강화하는 쪽으로 집중했다면 올해는 그 인프라를 공격적으로 넓혀 80%에 달하는 직매입 비중을 더욱 살리고 집화, 배송까지 아우르는 탄탄한 경쟁력을 구축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메프도 25일 '지금 사면 바로 도착'이라는 파격적인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고 티켓몬스터는 슈퍼배송을 통해 CU와 협력하는 한편 무료반품 서비스까지 런칭했다.

이제 소셜커머스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사실상 오픈마켓의 변종으로 보이는 이들 3사는 바야흐로 '빠른배송'에 목숨을 거는 분위기다. 물론 정교한 방법론이 들어가 있기는 하다. 쿠팡과 위메프가 배송 과정에서 수집되는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위메프의 경우 고객이 상품을 주문하면 배송지와 가장 가까운 배송차량이 바로 주문을 받아 즉시 배송을 시작하는 시스템이다. 배송차량 5분 대기조가 따로 없다.

"택배왔어요"라는 말에 버선발로 뛰어가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들 3인방이 빅데이터와 '친절함'으로 무장해 오프라인 직원들에게 살인적인 업무강도를 강요해도 빠른배송 자체는 고객 입장에서 당연히 환영할만한 일이다. 빅데이터까지 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전부일까? 다음단계로 넘어가는 질문은 여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 출처=쿠팡

"넌, 날 벗어날 수 없어"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아르거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다양한 스마트홈 디바이스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아마존 에코가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절대적인 판매량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지만 일선의 평가는 후하다는 뜻이다. 에코는 지난해 100만대, 올해는 300만대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내년 100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한다.

무엇이 이 작은 스피커에 열광하게 만드는 것일까? 일단 인공지능의 매력이다. 알렉사로 대표되는 에코의 영혼은 음성 명령으로 모든 것을 연결해 버린다. 날씨를 알려주고 정보를 읽어준다. 음악을 재생하며 집의 각 기기들을 하나로 통합해 구체적인 명령을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 스마트홈의 허브로 100%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는 이르지만, 사생활 침해에 따른 일각의 논란만 잠재운다면 에코는 중심, 즉 초연결의 핵심이자 허브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 출처=아마존

그러나 에코의 진짜 무서움은 크게 두 가지로 좁힐 수 있다. 바로 폐쇄와 개방이다. 먼저 폐쇄. 아마존은 이커머스 플랫폼을 바탕으로 성장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모든 사업 영역을 수평적 관점에서 촘촘하게 배열하고 있다. 이후 드론과 배, 비행기로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취급하는 초거대 만물상을 정체성으로 삼아 생태계를 구축한 다음 고객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든다. 실패로 돌아갔지만 아마존이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지속적으로 런칭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언제, 어디서나 아마존에 빠져 사세요"

버튼형태의 대시와 더불어 아마존 에코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둘 다 완전한 성공이자 완성작이라 부르기는 다소 부족하지만 대시와 에코는 인간의 익숙함까지 고려한 대표적인 걸작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세제와 같은 일상생활 필수품을 무의식적으로,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는 대시와 음성만으로 번거러운 '행위'를 생략시키는 에코는 말 그대로 초연결의 가치를 바탕으로 두고 생활의 공기를 추구한다. 바다에 놀러가려는 사람들에게 워터파크를 선물한 네이버의 포털 전략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 출처=아마존

반면 개방의 측면에서 아마존 에코는 다양한 사업자와 연결된다. 고객과의 접점은 총체적 폐쇄 플랫폼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에서 이를 구성하는 인프라는 철저하게 개방적이라는 뜻이다.

현재 구글과 애플이라는 글로벌 ICT 업계의 두 거물은 사물인터넷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포스트 스마트폰을 찾으려는 시도를 넘어 새로운 플랫폼을 발굴하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소프트웨어 전략까지 포함한다. 하지만 ICT, 특히 플랫폼 사업은 승자독식의 흐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으며 이 과정에서 안드로이드와 iOS를 가진 구글과 애플은 죽기 살기로 전투를 벌여야 한다. 이들은 현존하는 운영체제 생태계를 확장시키는 쪽으로 사물인터넷 시대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코는 자체 운영체제가 사실상 없는 상태에서 구글과 아마존을 넘어 다양한 생태계와 스스로를 전격적으로 연결한다. 이러한 흐름이 서드파티의 가세를 촉진시키고 더욱 큰 생태계를 구축하는 진짜 원동력이 되어준다는 평가다. 진입장벽이 낮으면 개발자들이 따라온다. 어떤 의미로는 진짜 오픈소스 생태계에 가까운 전략이다.

지난 22일(현지시각) 리코드에 따르면 아마존 에코는 조만간 월 5달러, 9달러 수준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다. 안드로이드를 평정한 스포티파이와 iOS를 평정한 애플뮤직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이러한 독자적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고 또 전개시킬 수 있는 배경에는 오픈 생태계에 대한 아마존의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테크크런치는 지난 7월 7일(현지시간) 아마존이 자사 에코의 기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스포티파이, 혹은 판도라로 지정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마존 회원은 유료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음악이나 동영상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의미심장한 변화다. 모든 선택이 가능하다.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를 아마존 에코로 조작할 수 있다. 지난 19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앞으로 미국에서 출시되는 제네시스 2종에 아마존 에코의 인공지능 알렉사를 적용할 전망이다. 집에 누워서 에코를 통해 시동을 켜거나 끄고, 차량 문을 조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러한 방법론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구글도 올해 구글I/O를 통해 구글홈의 미래를 천명했으며 애플은 홈키트를 비롯해 TV에 시리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나름의 경쟁에 나선 상태다. 삼성전자도 확실하지는 않지만 스피커라는 매개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연출된다. 더버지는 지난 24일 삼성전자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출한 서류를 확인한 결과 '스쿠프'라는 원형 스피커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소형 블루투스 스피커며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기본적인 블루투스 전용일 가능성도 일단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하지만 이 중에서 에코의 존재감이 독보적인 것은 시장 최초 지배자라는 점과 더불어, 장기적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다.

결론적으로 에코는 폐쇄형 생태계를 크게 늘려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고, 개방형 생태계로 그 인프라를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개방이라는 화두는 다양한 경쟁력의 공격적인 포섭을 가능하게 만들어 그 자체로 사용자 경험을 확장되게 만든다.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및 초연결의 4차 산업혁명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요소의 성공 가능성과 더불어 아마존 에코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 출처=아마존

연결에서 사용자 경험을 모색하다
애코의 개방성에 있어 한 가지 주목할 지점이 있다. 26일 알려진 도미노피자의 소식이다.

뉴질랜드 언론에 따르면 도미노피자는 조만간 현지에서 드론을 이용한 피자 배달 서비스에 나설 전망이다. 아직 정부의 최종수락이 결정되지 않았으나 북부 지방을 중심으로 서비스가 유력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25일 도미노피자는 드론 피자 배달 시범운행을 마쳤으며 현지에서 결과가 좋으면 일본과 독일 등 서비스 출시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미국 네바다주에서 드론을 이용해 커피와 도넛 등을 배달한 세븐일레븐의 파트너인 플러티가 도미노피자 드론도 맡아 화제가 됐다.

▲ 출처=유튜브 캡처

도미노피자의 드론 실험은 다양한 시사점을 던진다. 일단 국내처럼 산지지형이 대부분이고 아파트 중심의 주거문화가 두드러진 상황에서 드론이 미치는 영향과 그 이해득실을 따져야 한다. 나아가 유통회사의 변화무쌍한 가능성 타진 및 기타 드론의 활용도에도 심도있는 토론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드론을 하나의 방식 중 하나로 정의한 도미노피자의 실험도 중요하다. 도미노피자가 올해 4월 제로클릭이라는 앱을 출시해 빠른 피자 주문을 가능하게 만든 대목이 흥미롭다. 프로필에 자신이 선호하는 피자를 저장해두면 추후 단순히 앱을 여는 것만으로 주문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2013년에 다섯 번만 누르면 주문 가능한 원터치 시스템을 도입했으나 성에 차지 않았다는 뜻이다.

▲ 출처=도미노피자

스마트TV와 스마트워치 호환성도 잔뜩 끌어올린 상태며 나아가 자율주행로봇인 DRU를 호주 스타트업과 공동으로 개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바퀴가 4개 달린 햐얀 로봇은 22000달러(약 2천 500만원)로 GPS기반으로 길을 찾으며 레이저 센서로 장애물을 피해 스스로 배달지까지 피자를 배달할 수 있다.

▲ 출처=도미노피자

올해 5월에는 미국 도미노 본사에서 트위터 이모티콘으로 피자를 주문하는 방식을 시도하기도 했다. 고객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과 선호하는 피자 종류, 집 주소를 도미노피자 주문 시스템에 등록하고 도미노피자의 트위터 계정에 피자 이모티콘과 #EasyOrder 해시태그를 달면 피자가 배달되는 식이다.

아예 대형으로 피자를 배달할 수 있는 대형차량도 공개한 상태다. 10월에는 GM모터스와 함께 차량에 오븐이 탑재되고, 한번에 80판의 피자를 배달할 수 있는 배달 자동차를 공개했다. 정리하자면 '피자 배달'이라는 원초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ICT적 요소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구분없이 모조리 사용한다는 뜻이다. 에코와도 협력한다. 올해 2월 아마존은 에코에서 도미노피자를 주문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

도미노피자의 이러한 실험은 '배달'이라는 측면에서 강렬한 인사이트를 남긴다. 언제 어디서나 피자를 배달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매우 적극적인 사용자 경험 확장으로 잡아간다는 뜻이다.

우버도 비슷한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온디맨드 공유경제 기업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버이츠에 시선이 집중된다. 지난 6월 영국 런던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큰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이 역시 무수히 이동하는 생태계 객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고객의 사용자 경험을 확장하는 스탠스를 보여준다.

다시 국내로...
쿠팡, 위메프, 티켓몬스터는 물론 국내 대부분의 배송관련 업체, 나아가 관련 O2O 업체들의 관심은 일단 배송에 쏠려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빠르고 정확한 배송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론은 '어떻게 배송할 것인가'라는 화두에도 충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에코의 개방 및 협력, 허브를 중심에 둔 상태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서비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어렵다면 도미노피자와 같이 배송 그 자체에 집중해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시키는 방법도 당장의 선택으로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물론 위험요소가 많고 우리의 상황과는 맞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 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 명품 브랜드 샤넬이 입점하는 상식파괴의 시대에 살고 있다. 빠르고 정확함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의 사용자 경험을 찾아내는 노력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당장 로봇을 만들고 드론을 날리라는 뜻이 아니라, 다양한 사업자와 연계해 이동 그 이상의 서비스를 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도미노피자의 방법론 고도화, 나아가 에코의 개방형 생태계 전략을 참고하는 편이 타당하다는 뜻이다.